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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뿐인 지금 이 순간을 놓치지 말라<일기일회>

‘지금 이 순간은 생애 단 한 번의 시간이며, 지금 이 만남은 생애 단 한 번의 인연’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 이 책, 일기일회(一期一會)는 독자에게 삶과 인연의 소중함을 상기시킨다.

법정 스님의 첫 법문집인 이 책 <일회일기(一期一會)>는 삶과 인연의 소중함을 비롯한 여러 이야기를
일기일회. 법정. 문학의 숲. 1만 5000원
독자에게 전달합니다.
넉넉한 편집에 편안한 구어체 문장으로 쓰여 있어 마음 단단히 먹고 죽 읽어 내려가면 단시간 내에 읽을 수 있지만,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내용이 많아 생각처럼 빨리 읽히지는 않습니다.
이 책은 2003년 5월부터 2009년 4월 사이에 있었던 법정 스님의 법문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어차피 법정 스님의 한마디 한마디를 모두 기록하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힘들지만, 모든 법문에 법정 스님이 갖고 있는 삶에 대한 일관된 태도와 메시지를 담겨 있어 세월이 흘러도 인간이 지향해야 할 바가 쉽게 변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아, 그 빨래판 같은 거요.”
이 책에 담겨 있는 여러 이야기 중 ‘자기로부터의 자유’라는 제목의 법문에 나온 이 이야기는 재미있으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하루는 팔만대장경을 모셔 둔 장경각 쪽에서 할머니 한 분이 내려오면서 스님에게 “팔만대장경이 어디 있습니까?”하고 물었다.“지금 내려오신 곳에 있습니다.”하고 일러 주자, 할머니는“아, 그 빨래판 같은 거요.”하는 것이었다. <315쪽>

이 이야기는 법정 스님이 해인사 선방에서 수행을 하던 시기에 실제로 겪은 일이라고 합니다. 팔만대장경은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에 등재될 정도로 가치 있는 문화재입니다. 더구나 수행 중이던 법정 스님에게 있어 그 가치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을 것입니다. 그런데 법정 스님은 이 일을 불쾌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우리 불교가 옛것만 답습하고 제도권 안에만 머물러 있으면 팔만대장경의 말씀도 한낱 빨래판 같은 것임을 깨닫고 살아있는 언어로 불교를 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이런 법정 스님의 모습은 사회 어느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일지라도 반드시 보고 배워야 할 모습일 것입니다. 과거에 많은 업적 쌓고 높은 위상을 인정받았다 할지라도 단지 과거에만 매달려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에게 별다른 의미를 전할 수 없다면 큰 가치를 가질 수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맥락으로 이해한다면 하나의 재미있는 에피소드 정도로 여겨질 수 있는 이 사건은 매 순간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뜻을 지닌 이 책의 제목 ‘일기일회’와 아주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처럼 <일기일회>는 심각하지 않은 소소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지만, 치열한 이 시대를 살아가는 방법을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는 여느 자기개발서 이상으로 진지하게 삶의 방향을 제시합니다.

“모든 것은 한 번의 기회, 한 번의 만남”
각 법문의 말미에서 법정 스님은 항상 ‘자신의 삶에 감사하며 충실히 살 것’을 강조합니다.

우리는 지금 살아 있다는 사실에 참으로 감사할 줄 알아야 합니다. 이 삶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모든 것이 일기일회, 한 번의 기회, 한 번의 만남입니다. 이 고마움을 세상과 함께 나누기 위해서 우리는 지금 이렇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좋은 가을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54쪽>

아직 더위가 가시지 않고 있지만 입추가 지난지도 꽤 됐으니 금세 선선한 가을이 오겠지요. 독자 여러분들도 <일기일회>와 함께 선선한 가을, 좀 더 풍요로운 삶을 맞이하셨으면 좋겠습니다.
| 강중민 jmkang@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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