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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0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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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이 해 온 대안교육, 공립은 더 잘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공립 대안교육기관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대안교육은 사립학교, 그것도 미인가 사립학교에서나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공립 대안학교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일종의 자기부정이라는 평가까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런 논란 속에서, 경남과 전북 두 곳에 공립 대안교육 특성화 학교가 새로 문을 열었다. 과연 공립 대안교육기관은 어떠한 비전을 갖고 있는지, 국내 첫 기숙형 공립 대안형 특성화교 교장으로 부임한 경남 마산 태봉고 여태전 교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현 실정에 공 · 사립 구분은 의미 없어
공립학교에서 대안교육을 한다는 데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습니다
.
“공립에서 대안교육을 할 수 있겠느냐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대안교육하면 많은 사람들이 사립, 그것도 미인가 사립학교에서나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교육체계를 놓고 봤을 때, 공 · 사립 간 큰 차이가 있을까요? 어차피 공 · 사립을 막론하고 국가로부터 재정지원을 받는 입장이기 때문에 거의 구분이 없다고 봐야 합니다. 더구나 정부로부터 정식으로 인가받은 대안학교(대안교육 특성화학교 포함)만 이미 30여 개라는 것은 정부에서도 대안교육을 인정했다는 것인데, 공립에서는 안 된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대안교육을 도입하려는 시도는 정부 측에서 먼저 있었습니다. 1995년경 대안교육의 법제화를 위한 시도가 있었는데, 1997년 실사를 하던 중 영산 성지고와 간디학교 등이 미인가 상태에서 대안교육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 사립학교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해 1998년 간디학교 등 6개 사립학교에 인가를 한 것입니다.”

공립에서는 안 된다고 하는 이유가 뭐라고 보십니까?
“아무래도 경직성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공립학교 교사들은 어려운 관문을 뚫고 들어온 유능한 인재들임에도 이상한 경직성을 보입니다. 사소한 일에도 행정절차를 따지고, 일일이 간섭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희 학교에 오신 선생님들은 모두 나름의 열정과 소신을 갖고 계신 분들인데, 그런 분들조차 아직 경직성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신 것 같습니다.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관료제의 특성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자원 풍부한 공립, 더 나은 대안교육 가능
간디학교에서 교감을 하셨고, 그전에는 일반 사립학교에서 근무하셨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경험과 비교해 공립의 분위기나 여건은 어떻습니까?
“간디학교는 제 자신이 좀 경직된 사람처럼 느껴질 정도로 자유로운 분위기였고요.(웃음) 사립학교에서 근무할 때도, 학교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분위기는 공립보다 자유로웠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인적 · 물적 자원은 공립학교가 훨씬 풍부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공립에서도 충분히 대안교육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공립의 풍부한 자원을 잘 활용한다면 대안교육의 질적 향상을 충분히 꾀할 수 있습니다.”

태봉고 설립과정도 순탄치만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대안학교 설립은 권정호 경남도교육감님의 공약으로, 상당한 의지를 갖고 추진한 것인데도 아주 난항을 겪었습니다. 저도 태봉고 설립과정에서 공청회와 TF에 참여해 과정을 계속 지켜봤는데, 이렇게 태봉고를 개교하게 되기까지는 2년간 정말 많은 토론과 설득과정이 있었습니다.”

대안교육이란, 더 나은 교육을 하려는 시도
앞으로의 운영방향이 궁금합니다. 우선, 교장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대안교육이란 무엇입니까?
“저는 대안교육을 쉽게 기존 교육에 대한 ‘대안’을 찾는 것이라고 봅니다. ‘대안’이라는 말이 좀 막연할 수 있는데, 좀 단순하게 예를 들어 지금 국정 교육과정이 7차이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국정 교육과정만 해도 지금까지 6번의 대안을 찾아온 것이지요. 저는 ‘대안’이라는 것이 꼭 거창한 것이라기보다는 기존 교육에 비해 좀 더 나은 교육을 해보겠다는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모든 교육은 대안교육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현 시점에서 우리 교육이 갖고 있는 문제는 지나친 경쟁으로 인해 학생들이 남을 돌아볼 여유를 갖지 못한다는 것과 개인의 적성이나 관심과는 상관없이 대입에만 매달려야 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태봉고 학생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이 원하는 길을 개척해나가면서 남과 상생하는 법을 알아가도록 돕고 싶습니다.”

대안학교는 일반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라는 선입견이 만만치 않습니다. 이런 선입견이 학교운영에 부담이 되지 않습니까?
“우리나라 대안교육이 발전하기 위해 가장 먼저 바뀌어야 할 부분이 바로 이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태봉고에 입학한 학생들 중에는 학교에서 말썽을 일으키고 성적도 좋지 않은 학생들도 있지만 성적이 제법 괜찮은 학생들 중에도 좀 더 자유로운 학교생활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가지고 온 경우도 있습니다. 애초에 성적 등 여러 요소를 기준으로 3개 집단정도로 구분해서 각각 1/3씩 선발는데, 교육적 차원에서 이들이 학교에서 함께 생활하며 융합하는 법을 깨닫게 하는 것도 고려했습니다. 그런데도 대안학교에 다닌다고 하면 막연히 문제학생으로만 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교사는 가르치는 전문가가 아닌 배우는 전문가
여러 부류의 학생들이 섞여 있기 때문에 오히려 더 학생지도가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비단 학교에서 뿐 아니라 어른들은 아이들을 가르칠 때 지나치게 어른의 관점에서 보고 일일이 간섭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는 학생들이 원래 선한 마음을 갖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일단 지켜볼 생각입니다. 교사가 자기성찰의 관점에서 아이들이 스스로 길을 찾아가는 과정을 지켜봐 주는 것이지요. 이렇게 하다 보면 학생들은 스스로 자신의 길을 개척함으로써 진정한 깨달음을 얻게 될 것이고 함께 지켜본 교사들도 많은 것을 배우게 될 것입니다. 이로써 교사도 가르치는 전문가가 아닌 배우는 전문가가 되는 것이지요.”

학생 스스로 자신의 길을 개척하도록 한다고 하셨는데, 좀 더 구체적인 방안을 말씀해주십시오.
“현재 우리 태봉고에서는 학생들이 진취적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LTI(Learning Through Internship)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를 찾아 직접 체험하며 배우는 인턴십 프로그램으로, 기본적으로 모든 과정을 학생 스스로 해결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LTI 프로그램은 준비, 실행, 평가, 정리의 네 단계로 이뤄집니다. 준비단계는 학생관심사 알아보기, 학습계획팀 회의, 직업정보 탐색 및 일일체험 단계로, 실행단계는 프로젝트 과제 선정, 학습계획팀 회의, 과제 수행 단계로 이뤄지며, 평가단계는 결과 발표 및 학생 자기평가, 교사 평가로 이뤄집니다. 마지막 정리 단계에서 이러한 결과물을 정리해 졸업논문을 작성하는 것으로 마무리됩니다. 인턴십 프로그램은 1학년부터 3학년까지 주당 6시간씩 편성돼 있습니다.”

생생한 삶의 현장을 체험하는 LTI 프로그램
학생 스스로 모든 과정을 진행하기는 좀 어렵지 않습니까?
“어려운 점도 있겠지만,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자신의 관심영역조차 모르거나 의욕이 없는 아이들이 이런 과정을 스스로 해내는 데는 대단한 노력이 필요하겠지요. 특히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체험 기회를 갖는 것이 쉽지 않겠지만, 그러한 과정이 바로 아까 말씀드렸던 개척의 과정인 셈이지요. 아직은 아이들이 워드프로세서 같은 기본적인 기능도 익히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기능 숙련과 함께 교사의 상담을 통한 탐색 단계를 진행하고 있는데, 2학기부터는 본격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학생에 따라서는 이런 교육 방식에 대해 불안감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입시에 대한 불안감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 점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LTI 프로그램 외에도 여러 특성화교과가 있기 때문에 입시에 대한 학생들의 불안감도 있습니다. 그래서 2학년이 되면 영어 · 수학 등 대입을 위한 학업에 좀 더 집중할지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마지막으로 대안교육과 태봉고에 관심을 갖고 계시는 분들께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부탁드리겠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이렇게 공립 교육기관에서 대안교육을 할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큰 기쁨입니다. 하지만 앞으로 정말 좋은 교육을 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있습니다. 저희 학교 선생님 모두가 대단한 열정을 갖고 계신 분들입니다. 대안학교에 대한 선입견이 만만치 않은 현실에서 아무런 특혜를 걸지 않았는데도 좋은 교육을 해보겠다고 지원한 것입니다. 이런 분들이 있기에 앞으로 분명히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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