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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에만 집중할 교육환경 마련 필요하다

페스탈로치는 교육을 ‘사회의 계속적인 개혁의 수단’이라고 했다. 교육은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는 중요한 몫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우리의 교육은 과연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지금의 현실에 비추어볼 때 우리의 교육은 희망보다는 실망이 국민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어려운 여건 속에서 우리나라가 선진국 진입을 기대할 만큼 발전한 것도 교육의 열망과 교원의 열정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이에 어려운 난국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교육뿐이라고 여겨진다.

교사의 70%, “과거에 비해 교육여건 나빠졌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자율과 경쟁의 이념 속에서 지속적인 교육개혁을 추진해 왔으나, 그동안 잘못된 관행과 교육 비리로 인해 국민들에게 교육에 대한 불신을 더욱 가중시켰다. 최근 교육과학기술부는 국민 신뢰의 회복과 교육 선진화를 위해 교원의 업무 경감 및 전문성 제고 방안, 지역교육청 기능 · 조직 개편 방안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내용을 살펴보면 일부 개선의 의지는 찾을 수 있으나 단위 학교에서 제기되는 수업 부재 현상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더구나 지난 4월 13일 한국교총이 교원 및 교육전문직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70% 정도가 과거에 비해 수업시수나 잡무 등 교육여건이 개선되지 않았다고 응답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장 교사들이 공문 처리 등 각종 업무로 인해 수업에 직접적 피해를 받고 있다고 호소한 것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각종 문서의 전산화는 행정 낭비와 업무 부담을 최소화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오히려 업무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교사들은 학생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기에 현실적으로 학교의 업무는 교사들에게 일정 부분 부여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전자문서시스템을 도입하더라도 교사가 아닌 사람들이 대신해 주기에는 한계가 있다. 단지 업무를 행정직원이나 보조요원들이 지원해 주거나, 상급기관에서 학교로 보내는 공문 건수를 줄이면 교사의 업무 처리 부담이 일부 줄어들 뿐이지, 교사들이 전적으로 수업에 전념하기에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수업에 전념할 수 없는 잡무 해마다 늘어
각종 기관에서 생산하거나 보고하는 각종 공문들이 학생들의 교육에 어느 정도 기여하고 있는지를 심도 있게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단지 공문을 학교에 내려 보내고 결과를 수집하는 기능이 주된 임무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현실적이고 구조적인 문제 해결과 동시에 교사의 주당 수업시수 경감과 교사의 증원이 병행되어야만 수업부재의 근본적인 해결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많은 교사들이 관심을 갖는 근무 조건 중에는 교원의 배치기준과 그와 밀접한 관련을 갖는 주당 수업시수를 들 수 있다. 특히 단위 학교의 지역 여건이나 학급 크기에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교원을 배치하고 있는 현행법상의 문제와 교사 정원의 절대 부족현상은 물론, 교사들 간의 수업 시수의 격차로 인한 불만 가중, 복수 과목의 지도 등 많은 문제가 교원 배치기준과 관련되어 있으며, 이러한 문제들은 교사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교원 정원 규모를 산출하는 과정에는 학교 수, 학급 수, 학생 수, 교사 수, 학급당 학생 수, 교사 1인당 학생 수, 교사 1인당 주당 수업시수, 교과목 수 및 편성 시간, 교과목별 주당 수업시수 등 다양한 자료가 고려되어야 한다. 이것은 곧 교사의 업무 부담이 어느 정도인지를 밝혀 주는 근거 자료가 되는 것으로 교원의 직무 수행 기준을 결정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기본 자료이다.

교사가 ‘수업’에만 집중할 여건 마련이 우선
교원의 주당 수업시수에 관한 국제 비교를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우리나라 교사들이 과중한 업무 부담을 지고 있으면서도 정작 교사의 주요 업무인 교육활동은 적게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과대한 학급 규모, 교사 1인당 학생 수의 문제, 그리고 잡무 등 복잡한 문제에 기인하고 있다. 따라서 교사 본연의 교육 활동을 원활히 하게 하기 위해서는 먼저 교육 환경의 열악함을 개선하고 잡무와 같은 교육 외적인 활동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제도적 · 행정적 지원을 해 나가는 한편, 형평성의 원리에 입각한 제도 운영을 모색해 나갈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학교의 공문서 감축을 위해서는 교육행정시스템의 전반적인 재점검이 필요하며, 원인을 진단해 근본적으로 교원잡무를 경감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방안제시가 있어야 한다. 인턴교사의 단순한 확대는 인턴교사의 전문성 부족, 잦은 이직 등으로 교무업무를 원활하게 지원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전산화를 통한 업무경감 및 통계자료 DB 구축은 당연하고 통계처리전담기관 또한 중요하지만, 조금만 가공하면 되는 데이터를 바로 학교에 공문 조치하거나, 교육과 무관한 공문도 시달되는 것이 현실(예 - 학교반경 내 노래방 개수 조사 등)임을 감안할 때 ‘발표 따로 현실 따로’가 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교사로 하여금 수업에만 전념하게 하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교직사회의 요구는 정부가 1979년 ‘교원 업무 간소화 지침’을 마련한 이래 역대 정부마다 발표해 왔으나 효과적인 교원의 업무경감은 없었다. 따라서 방안 발표에 그칠 것이 아니라 보다 강제력을 갖추고 현장의 파급력을 줄 수 있는 「학교행정업무개선촉진법안」 등 법률 제정이 필요하다.

「학교행정업무촉진법안」 제정돼야
그리고 학교현장 지원 중심의 지역교육청 기능 · 조직 개편 방안은 그동안 교육청이 감독 기관의 이미지를 벗고, 학교현장을 지원하는 기관으로 위상을 정립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이에 지역교육청은 학교자율화 정책의 실효성이 발휘될 수 있도록 학교경영 및 수업컨설팅, 교원전문성 개발, 학생 · 학부모 지원 등 현장밀착형 지원 기능이 극대화되도록 전환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학교현장의 지원활동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전문적 지원’이 되어야 할 것이다.
더불어 학교현장의 지원기관으로서의 기능을 변화시키더라도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에 의거 하급 교육행정기관으로써의 지위는 확고히 해야 한다.
우리 교육의 중심은 ‘단위 학교의 학생 교육’이라는 본질적 측면에 위치하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수업과 학생지도에 전념하는 교사가 존경받기보다는 승진이 보다 큰 매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교직 풍토 속에서는 고경력자의 부담과 사기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즉, 교원승진체계가 관리직(교장 · 교감)으로 일원화되어 있고, 승진 시 수업 능력 외에 관리 능력도 요구되기 때문에 일정 경력 이상 교원들은 수업 전문성보다 관리직 승진 요건을 맞추는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더구나 현재 2급 정교사가 교감으로 승진하는 데 약 24.3년이 소요되며, 3.73%의 극소수 교사들만 승진을 하고 있는 실정을 보면 에너지의 손실이 너무 크다. 이에 수업에만 전념하는 대다수의 교원은 승진경쟁에서 탈락해 계속 평교사에 머무르게 됨으로써 사기가 저하되며, 이는 궁극적으로 교사들의 수업과 학생지도에 대한 열의를 떨어뜨려 수업의 질 저하를 가져오는 요인으로 작용되고 있다.

수업 잘하는 교사도 인정받는 승진제도 필요
학생 수업활동이 중요시되고, 수업을 잘하는 교사가 인정받는 풍토 조성이 시급하다. 좋은 수업은 좋은 교사에서 비롯된다. 수업을 잘하는 교단 교사가 인정받고 우대받기 위해서는 시범운영 중인 수석교사제가 조기에 정착될 수 있도록 명확한 역할 규정과 수업시수 경감 및 연구활동비의 현실화 등 행 · 재정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해 법제화를 조속히 실시해야 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교원의 전문성 신장과 사기 진작의 밑거름이 될 수 있는 학습연구년제는 우수교원뿐만 아니라, 부족한 교원의 재충전 기회도 동시에 고려해야 할 것이다. 학습연구년제는 교원평가와의 연계보다는 ‘자발적 연수’와 ‘재충전의 기회 부여’라는 의미가 담긴 ‘자율연수휴직’의 개념이어야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교원평가와의 연계로 상벌개념을 강조할 경우, 교원을 지나치게 과열경쟁 구도로 몰아 진정한 의미의 전문성 신장과 자기계발에서 멀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교직사회는 대부분 열성적인 교원임에 비해 일부 무관심형 교원에 대한 별다른 제재 수단이 없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것은 온정주의 문화 속에서 묻혀갈 수도 있지만 학교구성원들 간에 불신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자기관리를 소홀히 하는 교원들이게는 책무성을 더욱 강조할 필요가 있다.

좋은 교사가 좋은 수업 만들어
학교 교육활동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역시 수업활동이다. 수업은 교사 본연의 임무이면서 학생과 학부모의 주된 관심사이기도 하다. 교육수요자들은 항상 좋은 교사와 좋은 수업, 그리고 좋은 학교를 갈망하고 있다. 좋은 수업은 열의에 찬 교사의 전문성에서도 비롯되지만, 좋은 수업을 만들어내기 위한 각종 지원체제도 중요한 요소이다.
수업활동의 지원적 역할은 이제 교감 및 교장, 그리고 교육청의 몫이 되어야 한다. 더구나 지속적으로 쏟아져 나오는 각종 교육정책도 좋은 수업을 통해 유능한 학생을 육성하기 위한 과정이 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교육의 부재’라는 안타까운 현실을 타개하고 교육이 제자리에 자리매김 하기 위해서는 교육적 관점에서 문제를 인식하고 해법을 찾는 지혜가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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