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강력 성범죄가 잇따라 터지면서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더욱 곤혹스러운 것은 지난해 조두순 사건을 계기로 예방책 마련에 온 나라가 떠들썩했음에도 이렇다 할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또다시 이런 일들을 연달아 겪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오히려 가장 안전해야 할 학교에서마저 사건이 발생했다.
김수철 사건이 발생하기 이미 오래전부터, 학교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컸다. 안과 밖의 경계마저 모호한 학교 운동장은 물론, 학교 건물 안까지 드나들어도 누구 하나 제지하는 사람이 없는 학교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우려는 당연한 것이었다.
사건이 터진 후 한 인터넷 게시판에는 ‘학교에 마련된 주민체육복합시설을 이용하러 다니다 보면 선생님으로 오해한 학생의 인사를 종종 받곤 한다’며 씁쓸해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파악되지 않는 학교 안팎 범죄
그렇다면 지금까지 학교 안과 그 주변에서는 얼마나 많은 범죄가 발생했을까? 안타깝게도 현재로서는 이와 관련한 정확한 통계는 나와 있지 않다. 범죄관련 통계자료는 경찰 등 공식적인 루트로 신고 · 접수된 것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원래도 실제와 차이가 있는데, 학교 안팎에서 발생하는 여러 사건의 경우는 대충 무마하고 넘어가려는 경우가 많아 더욱 집계가 어렵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박미랑 박사는 이러한 모습에 대해 “학생들 간에 돈을 뺏는 행위, 폭행 등의 범죄를 포함해 학교나 그 주변에서 발생하는 범죄에 대해서는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무마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피해 학생이 받는 고통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것”이라며, 범죄나 안전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함을 강조했다. 김수철 사건이 터진 후 교육과학기술부를 비롯해 각급 교육청과 여러 유관 기관에서 관련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기초 자료조차 없는 상태에서 실효성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교과부 대책, 그 실효성은?
지난 6월 10일 교과부는 예방 대책으로 외부인 교내 방문 시 출입증 교부, 안전의식 교육 강화, 교내 SAFE존 지정 · 운영, CCTV 관리 강화, 안심알리미 서비스 전면 확대 등의 방안을 내놨다. 이후 학교 주변에서 순찰 중인 경찰이 더 자주 눈에 띄고, 교문에 방문증 교부 안내 현수막이 걸리는 등 변화의 모습이 감지되기도 했지만, 실제로 일부 학교를 방문해보니 아직 미흡한 점이 많았다.
일부에 국한된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운동장은 물론 학교 안까지 들어가는데도 제지하는 사람이 없었고, 학교지킴이 명찰을 착용한 한 노인은 가볍게 인사만 하고 지나치기도 했다. 담당교사가 CCTV 설치 위치조차 모르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일반인의 경우라면 언론을 통해 듣는 이야기나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으로도 학교 보안이 많이 강화됐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사건이 터진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이 정도 수준이라면 사건 재발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알리미서비스 반응 좋지만 개선 필요
현재 교과부는 지난해 40개 학교에서 시범운영한 안심알리미 서비스를 올해부터 100억 원을 투입해 1724개교 24만 6000여 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확대해 운영하고 있다. 안심알리미는 이동통신사의 통신망을 활용, 등 · 하교 상황과 방과후학교 출석상황을 학부모에게 SMS로 전송하고, 긴급 상황 시 학생이 갖고 있는 단말기의 비상버튼을 누르면 110db 이상 경보음이 발생함과 동시에 학부모 휴대폰으로도 바로 전송되도록 하는 서비스다. 학부모들이 자녀의 이동 경로를 웹상에서 지도로 확인할 수도 있다.
또한, 학교의 각종 공지사항을 학부모에게 SMS로 전송하는 등 학교와 학부모 간 커뮤니케이션 통로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개선의 요구도 적지 않다. 예산상의 문제로 대상학교라도 전체 학생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저학년과 저소득계층을 중심으로 일부에게만 지원하고 있어, 초과 인원은 월 5500원의 이용료(가입비 별도)를 부담해야 한다. 사업 기간이 올해 말까지로 돼 있어 현재로서는 내년부터는 지원 대상이었던 학생도 이용료를 내야 하는 실정이다.
시스템적인 측면에서도 문제점이 지적된다. 긴급상황 발생 시 SMS가 치안기관이 아닌 학부모에게 발송되기 때문에 신속한 대처가 어려울 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 높은 고아 등 열악한 환경에 처한 학생의 경우는 SMS를 수신할 보호자조차 명확치 않다. 또한 기술적인 문제로 학생이 몰리는 시간에는 인식이 잘 되지 않는다거나, 통신사에서 수익성을 이유로 소규모 학교 등 신청자가 적은 학교에는 기기 설치 자체를 거부하는 점 등은 빠른 조치가 필요한 부분이다.
유비쿼터스, 범죄 예방에 힘 실을까?
한편, 서울시에서는 유비쿼터스 기술을 이용한 안전시스템을 시범 운영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해 12월 신도림초와 신학초에서 시작된 이 사업은 현재 서교초, 남명초, 대동초, 녹번초, 면목초를 포함한 7개교로 확대해 시범 실시되고 있으며, 2013년을 잠정적인 목표로 삼고 단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중이다.
이동통신사의 망을 이용한 기본 원리나 서비스에 있어 기존 알리미서비스와 유사점이 많지만, 사고 발생 시 해당 정보가 서울종합방재센터를 통해 경찰과 119로 통보되며 CCTV와의 연동을 통해 영상정보까지 확보할 수 있는 등 한층 발전된 모습을 보인다.
또한, 긴급 상황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자녀가 미리 설정해 놓은 안전존과 활동 영역을 벗어나거나 위험지역에 진입할 경우 자동으로 SMS 문자가 발송된다. 이러한 설정은 학부모가 U-서울어린이 안전존 홈페이지(u-safety. seoul.go.kr)에서 설정할 수 있다. 이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안심알리미서비스처럼 전자태그나 전용 USIM카드가 들어 있는 휴대폰이 필요하며, 이동통신회사의 자녀안심서비스에 가입해야 한다.
시범 운영 학교인 신도림초 백명옥 교사는 “처음에는 가정에서 큰 관심이 없었는데, 김수철 사건 발생 후에는 정원의 3배가 넘는 신청자가 몰리고 있다”고 해 학생 안전에 대한 학부모의 높은 관심을 알 수 있었다. 시계형 전자태그를 사용하고 있는 이 학교 정세영 학생은 “착용이 불편하지도 않고 부모님도 한결 안심하시는 것 같아 좋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올해 3월 행정안전부에서도 이런 유비쿼터스 기술을 활용한 U-어린이안전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자료를 내놓은 바 있으나, 관계자에 따르면 아직 시범지역의 추이를 살피고 있을 뿐 구체적인 실시계획은 없다고 한다. 특히, 전국단위 서비스를 실시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예산이 필요할 뿐 아니라 지역 간 코드체계 조율 등 여러 문제가 있기 때문에 가까운 시일 내에 전국적인 확산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정책 일관성과 지속적 관심
지금까지 짚어 본 대책 외에도 여러 기관과 업체에서 안전을 위한 정책과 장비를 내놓고 있다. 한 인터넷 쇼핑몰에 따르면 사건 발생 후 아동용 호신용품의 판매가 35%가량 증가했다고 하니 일반인들의 관심도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까지 그래왔듯 얼마 가지 못하는 안전 경각심이다.
취재 과정에서 보니 인사이동 등을 이유로 담당자가 해당 정책이나 시스템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도 있었고, 학부모 역시 여러 서비스가 있다는 것을 잘 모르거나 대략적으로만 알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모습은 어린 학생들에게도 이어져 안전 장비를 잘 챙기지 않는 등 안전에 무관심한 모습이었다.
눈부신 밝음 뒤의 어둠이 훨씬 어둡게 느껴지듯, 끓어오르던 관심 뒤의 무관심은 훨씬 많은 허점을 만들 수밖에 없다. 이런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일관성 있는 정책과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 강중민 jmkang@kft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