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집중이수제 실시로 학교 교육과정에 큰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결국 교사의 업무 부담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교사의 협조를 구하는 것에서부터 교과별 특성을 최선으로 반영하는 길을 모색해 적절하게 교과별 이수시기를 결정하는 것까지 집중이수제를 적용한 교육과정 편성을 하려면 신중하게, 절차에 따라, 합리적 과정을 거쳐 진행해야 한다. | 안연순 서울 광남중 교사
요즘 중학교 현장에서는 2009 개정 교육과정의 적용을 준비하면서 집중이수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다. 한 학기에 이수 교과목수를 8개 이내로 하려면 수업시수가 적은 4〜개의 교과목을 일부 학기에 집중 운영해야 하는데 교사 수급 문제, 전학생의 경우 미이수 또는 절반 이수하는 과목 발생, 집중이수 문제로 인한 고입 내신 문제, 시설 및 교실 수업 개선의 문제, 교사의 협조 문제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내년 본격적인 2009 개정 교육과정 적용을 앞두고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준비가 미비한 학교들이 많다. 학교의 교육과정 편성 과정에서 발생되는 어려운 점과 이의 해결방안이 무엇인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집중이수제로 인한 교사 수급이 가장 문제
집중이수제로 인해 일시적으로 수업시수가 늘어나게 되는 일부 교과는 수업시수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그러므로 집중이수제의 과도기인 2011, 2012학년도에는 교사 수급을 조정해야 하는 불가피한 상황이 발생된다.
2009 개정 교육과정 적용에서 발생할 수 있는 교원 수급의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학교 교육과정 편성에서 집중이수제가 완성되는 해까지 학기 집중 이수보다는 학년 집중 이수를 적용하는 경우가 과목별 교원 수급 변동이 크다는 것이다. 둘째, 시수 증감에서는 국어, 수학, 영어, 과학 위주의 증배가 많고 도덕, 기술 · 가정, 선택, 예술 등의 교과에서 감축하는 경우가 많아 해당 과목의 교사 수급 변경이 불가피하다. 셋째, 개정 교육과정이 완성되는 2013년까지 집중이수로 인해 학기별로 총 시수가 차이가 있거나 운영 시간이 너무 초과하는 과목은 학기별 또는 연간 강사 채용이 필요하다. 넷째, 학급 수 감축과 더불어 집중이수로 인해 2년간 상치교사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사회, 역사, 도덕 상호 간과 국어와 한문 상호 간 등). 다섯째, 순환교사제가 활성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과중한 강사료를 학교에서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여섯째, 소규모 학교의 경우 교과 교사 간에 주당 담당 수업 시수가 크게 차이가 날 수 있다. 위의 문제점들을 해결하려면 우선 가급적 교과별 교사수 변동을 줄이는 방향으로 교육과정을 편성해야 한다.
교과별 소요 교사 수의 변동이 최소화 되도록 집중이수 학기 및 학년을 정하고, 그래도 교사의 수업 부담이 너무 큰 교과는 일시적으로 시수를 감축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다. 그리고 학생에게 교과 선택권을 주면 교과별로 나누어 일부 학급을 가르치게 되므로 총 수업시수를 줄일 수 있다.
일시적으로 교사 수급의 변동이 일어나는 경우 기간제를 채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규 교사를 받으면 다음 해에는 근무연수가 안 된 교사를 전출시켜야 하므로 교육청에서는 학교 상황에 따라 정규교사를 받거나 기간제를 채용하는 것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강사비 지원도 필요하다. 주당 4시간을 지도할 강사를 채용할 경우 시간당 1만 7000원(서울시교육청 기준)으로 계산해도 217만 6000원의 예산이 필요하게 된다. 여러 교과의 시수가 불균형해 강사를 더 많이 채용해야 한다면 학교 예산으로 충당하기가 많이 어려울 수 있으므로 시 · 도교육청의 강사비 지원이 필요하다. 각 학교의 강사비 소요 예산을 받아 전체를 지원해주거나 일부라도 지원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기를 바란다.
2011학년도에는 일부 교과의 교사 수가 줄어들고 강사 채용이 많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정규 수업에 투입되는 강사의 질이 떨어지지 않도록 강사풀 관리, 체계적인 채용 등에 대한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
전입생 미이수 과목에 대한 대책 필요
전입생의 문제는 집중이수제로 일부 학기에 편성되지 않는 교과가 학교마다 다르기 때문에 발생한다. 어느 학교로 전학을 하느냐에 따라 일부 교과목은 중복이수하게 되며 일부는 미이수가 발생되기 때문이다. 집중이수제로 인한 전입생 미이수 과목의 문제점으로 검토해야 할 사항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전입학생 미이수 과목 지도는 학교 여건상 교사들이 지도하기에는 업무량이 너무 과중하므로 교육청 차원의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 둘째, 교육청 차원의 보충학습과정 개설이 어려울 경우 사이버 학습과 연계해 해당 학생의 결손된 수업을 보충하도록 해야 한다. 셋째, 전입생 성적 처리 시 중간, 기말고사 과목이 달라지는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미이수 과목이 발생한 전입생들의 성적산출과 내신 성적 반영 지침이 필요하다. 넷째, 중복이수로 인한 학생과 학부모의 민원을 해결하기 위한 중복이수 과목 인정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미이수 과목을 어떤 방법으로 이수토록 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학교, 지구별, 교육지원청, 시 · 도 단위 보충과정 이수, 교육방송과 e-러닝 학습 이수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는데 미이수 과목을 교사가 직접 가르쳐야 한다면 교육 장소는 교육청이나 지구별 중점학교 또는 단위 학교가 될 수 있다. 그런데 단위 학교에서의 이수 과정 개설은 교사의 업무 부담이 가중될 뿐 만 아니라 실제적인 효율성도 없다고 본다. 또한 도서 벽지의 학생들은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므로 집합 교육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교육방송이나 e-러닝 학습 등의 원격교육으로 이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러나 실기, 실험, 실습 관련 내용 수업 및 수행평가 방안 그리고 학생 성적 산출 방법 등을 고려해볼 때 원격교육 중심으로 하면서 출석 수업을 일부 포함하는 방안도 검토될 필요가 있다.
미이수 과목을 이수하는 방법과 학습 장소(직접 지도할 경우)를 여러 가지 제시해 학생의 상황과 여건에 따라 학부모나 학생이 선택하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집중이수제에 맞춘 성적 산출 방법 마련돼야
고입 내신은 2, 3학년 성적을 기준으로 산출했으나 학교마다 이수 시기와 주당 수업시수가 다르고, 고입 내신의 문제는 평가의 문제와 맞물려 있으므로 성적 산출 방법이 집중이수제에 맞게 1, 2, 3학년의 성적이 모두 반영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고입 내신 성적 산출 기준에 대해 교육청에서 명확한 지침이 내려져야 한다. 내신 성적은 전 학년 주당 시간에 따른 학점제로 평점을 내고, 이를 백분율로 산출하거나, 이에 덧붙여 학년별 가중치를 달리 주는 방안도 있을 수 있다.
특별실, 여유 교실 등 시설 확충 중요해
수업이 대부분 3〜시간 이상으로 집중이수하게 돼 실험 · 실습 및 학생 활동 수업이 늘어나게 되므로 학교 현장에서는 특별실의 증설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특별실을 주로 사용하는 교과의 수업 시수를 증배하거나 집중이수제 적용으로 정착 시까지 한시적으로 총 수업시수가 늘어나는 경우가 있어 특별실 사용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실험 실습이 가능하고 다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여유 교실이 필요하다. 현장에서는 집중이수제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서는 교과교실제가 실시되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시설 개선이 우선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다.
일선 학교에서 제시하는 시설 및 교실 수업 개선 측면의 어려운 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집중이수 및 국어, 수학, 영어 시수 증가로 수준별 교실 확보 및 시설 지원이 필요하다. 둘째, 여유 교실이 없는 학교의 경우 학급 수 조정이 필요하다. 셋째, 기술 · 가정 및 과학과가 집중이수로 주당 수업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실험 · 실습 횟수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므로 실험 · 실습실의 확보가 필요하다. 넷째, 개정 교육과정의 특색인 학생들의 다양한 체험활동을 살리기 위해 첨단 학습장비를 설치한 특별교실을 확충해야 한다. 다섯째, 개정 교육과정의 핵심은 단위학교의 자율성 강화이니만큼 다양한 시설 확충과 자료 개발 · 보급이 필요하다. 여섯째, 2009 개정 교육과정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서는 전면적 교과교실제로의 전환이 요구된다. 일곱째, 집중이수로 늘어난 시간을 활용할 교과 교육과정 운영에 대한 연수와 교실 수업 개선을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여덟째, 효과적인 동아리 활동을 위한 특별교실의 확보가 필요하다.
2009 개정 교육과정의 학생 활동 중심교육의 근본 취지가 퇴색되지 않도록 시설 확충 및 교실 수업 개선을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하며 또한 적극적인 예산지원과 계획적인 교수법 향상을 위한 계획적이고 단계적인 연수가 필요하다.
교사들의 인식전환을 위해 힘써야
집중이수 교육과정이 효과적이고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으려면 무엇보다 우선 교사의 협조가 필요하다. 집중이수제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교사들이 있다면 학교에서는 집중이수제 편성 초기부터 진행과정이 힘들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교사의 협조와 노력이 필요한 교육과정으므로 집중이수제 교육과정을 안정적으로 편성 · 운영하려면 우선 교사의 인식 전환을 위한 여러 가지 지원과 노력들이 필요하다.
일부 교사들은 집중이수제가 오히려 학생의 수업부담을 가중시킨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사실 집중이수의 이점도 있다. 집중이수로 교과목별 학기당 수업시간이 늘어나지만 배우는 과목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학생의 수업부담이 늘어나지 않고 오히려 연관성이 없는 여러 과목을 배우는 것보다 부담이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학생의 수업 부담의 문제는 앞으로 계속 수업 개선을 통해 감소될 것이며 그 진척 정도는 교사의 역할에 달려 있다.
집중이수제로 교사의 수업 부담이 증가할 것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그러나 학생들에게 암기 위주의 주입식 교육이나 이론수업 위주의 교육을 해서는 학생의 만족도를 끌어낼 수 없다. 창의력을 키우고 실질적인 교육이 이루어지려면 이론을 줄여야 하며 실험 · 실습 교육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앞으로 서술형 평가, 수행평가가 더욱 중시되므로 집중이수로 주당 시수를 늘리는 것은 현 시기에서 교사의 수업 부담을 넘어 심층학습으로 전환하기 위한 차원에서 교육상 필수 요소로 이해해야 한다.
학생 발달 단계에 맞지 않는 수업을 하게 될 것이라는 걱정도 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과별 이수시기를 정할 때 학생 발달 단계에 가급적 맞춰 학년을 배정해 집중이수할 수 있도록 신중히 편성해야 한다. 1학년 과정은 가급적 1, 2학년에, 3학년 과정은 가급적 2, 3학년에 배정될 수 있도록 조정하고 시수가 많이 배정된 학년에서 집중이수하는 방향으로 편성하면 이러한 걱정은 상당부분 줄일 수 있다.
예를 들면 중학교 도덕교과는 1, 2, 3학년에 2, 2, 1시간 배정되어 있다. 2학기로 편성할 경우 1학년 1, 2학기에 모두 배정하는 것보다는 1학년 2학기와 2학년 1학기에 각각 주당 5시간씩 편성하거나 1학년 1학기와 2학년 2학기에 각각 주당 5시간씩 배정하면 교육 내용의 학년 이동이 크지 않을 것이다. 3학기로 편성할 경우에는 1학년 1학기에 5시간 2학년 2학기에 3시간, 3학년 2학기에 2시간을 배정하거나 1학년 2학기에 5시간, 2학년 1학기에 2시간, 3학년 1학기에 3시간을 배정하는 방법, 그리고 1학년 1학기에 3시간, 2학년 2학기에 5시간, 3학년 1학기에 2시간을 배정할 수도 있다.
횡적으로 연계성이 있는 교과 간에는 학년 배치를 해당 교과교사의 협의를 거쳐 적절한 학년 및 학기로 결정해야 한다. 운영 학기수와 이수 학년 배치에 따라 많은 편성안이 나올 수 있는데 가급적 교육과정의 학년 간 이동을 최소화하도록 집중이수 학년을 배정하면 학생 발달 단계에 맞는 수업을 할 수 있다.
혼란 막기 위한 분명한 지침, 예산지원은 필수
그 밖에 집중이수제 적용으로 인해 교과서 사용의 문제, 학기 집중으로 인한 담임의 문제, 인성교육 등의 문제점이 있지만 교과부이나 시 · 도 교육청에서 지침 또는 방안을 하나씩 내놓고 있으므로 점차 해결될 것으로 생각된다. 앞으로 집중이수제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 좀 더 관심을 갖고 노력해야 하며 고입 내신 및 미이수 과목에 관한 분명한 지침과 교육청의 적극적인 예산과 시설 지원을 바란다.
올해 1학기에는 2009 개정 교육과정 총론에 집중했으나 2학기에는 교육과정 각론에 집중해 교실 수업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2009 개정 교육과정의 근본 취지에 맞게 학생 중심의 활동 수업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지금은 집중이수제의 어려운 점을 좀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해결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집중이수를 해야 할 교과의 수업개선을 위해 교사와 시 · 도교육청, 교육지원청이 연합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