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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 교육의 필요성과 전망

변화되는 사회에서는 점차 강력한 쓰기능력을 요구하고 있다. 학교교육도 지식전달 위주에서 벗어나 이해와 표현을 통합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창의적인 글쓰기 능력을 배양하기 위한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여러분 앞에 원고지와 연필이 있다. 무언가를 써야 한다는 주문이 들어온다면 자신 있게 글을 쓸 수 있는가? 주저 없이 글을 써 나갈 수 있는 분이라면 찬사와 존경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필자는 깜빡이는 커서를 마주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쓰기의 어려움을 절감하고 있다. 어떤 내용을 써야 하나,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가, 헛된 언어들로 인하여 세상에 혼란만을 주는 것은 아닌가 등. 이러한 생각들로 인해 주저하게 되고 끊임없이 쏟아 놓은 언어들을 다시 거두고 사라지게 하기를 반복하고 있다.

쓰기 교육, 중요한 것인가?
‘쓰기’는 자신의 생각을 언어로 표현하는 과정이다. 인류 문명은 문자의 창조를 통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문명사회에서 너무도 당연하게 인식되는 쓰기는 기본적인 의사소통의 한 축을 이룬다. 보통 5~6세의 아이들은 글을 쓰기 시작하며, 더 어린 나이에 글쓰기를 가르치기도 한다.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쓰기 기능은 생각보다 복잡한 언어 기능(Language skill)이다.
글쓰기의 절차는 표현할 대상에 대한 사고 형성, 적절한 언어 선택, 실제 쓰기, 적절성 여부의 판단, 잘못 쓰인 부분에 대한 환류(고쳐 쓰기)로 이루어진다. 다른 표현 활동에 비해 고차원적인 사고가 동원되며 정교한 구성 과정을 거치게 된다. 다른 언어 기능에 비해 체계적으로 교육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글을 처음 배우는 단계에서 쓰기는 비교적 체계적으로 이루어진다. 학령기 이전에 이루어지는 음향 중심(Phonics)의 쓰기와 초등학교 단계에서의 쓰기 지도는 학습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학년이 올라감에 따라 쓰기 지도는 형식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으며, 아이들은 쓰기를 점점 싫어하게 된다. 객관식 시험에 익숙해지고 자신의 생각을 쓰는 경우에도 형식적인 쓰기에 그쳐버리고 마는 경우가 많다.
쓰기가 다시 주목 받는 시기는 대학 입시에서 논술이 이루어지는 고등학교에서다. 대학을 가기 위한 방법으로 쓰기 연습을 하고 부랴부랴 준비하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대학 입시의 변화에서 논술의 비중이 줄어듦에 따라 쓰기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은 다시 약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쓰기 교육은 과연 중요한 것인가? 아이들이 어려워하고 싫어한다면 다시 생각해보아야 하는 것은 아닌가? 결과부터 이야기하자면, 쓰기에 대한 교육은 반드시 필요하다. 아이들의 눈높이와 관심, 사회적 요구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다각도의 접근이 필요하다.
이러한 생각을 앞으로의 연재를 통해 폭넓게 다루어 보고자 한다. 이미 일선 현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수업과 쓰기에 대한 연구에서 다룬 내용을 중언부언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쓰기에 대한 중요성을 확인하고 쓰기 교육의 하나의 사례로 활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

쓰기가 어려워요
많은 아이들이 글쓰기를 어려워하고 두려워한다. 그러나 이러한 모습은 어른들에게도 그대로 나타난다. 필자가 글쓰기에 관한 학부모 혹은 교사 강의의 도입부에서 늘 하는 활동이 하나 있다. 강의를 듣는 분들에게 원고지를 나누어 드리고 주제를 주어 글쓰기를 요구한다. 탁월한 필력(筆力)을 갖고 있는 분은 주저 없이 써내려가기 시작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거나 때때로 아주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분도 있다.
이 활동의 이유는 글쓰기 능력을 보기 위함이 아니다. 아이들에게 글쓰기를 강요하는 입장에서 아이들이 느끼는 공포와 혼란을 공감해보라는 차원에서 요구하는 것이다. 지적 능력이 우수하고 다양한 경험을 갖고 있는 어른들에게도 어려운 글쓰기를 아이들에게 일방적으로 요구하고 강요하는 것은 어쩌면 보이지 않는 폭력이 아닐까?
그러면 우리 아이들에게 글쓰기가 이렇게 공포와 혼란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지 생각해보자.

이해 위주의 교육
우리 교육 현실을 들여다보면 이해가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보다는 정해져 있는 내용을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새로운 교육과정이 아이들의 표현을 강조하고 있다고 하지만 대부분의 교과에서 지식의 이해는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교육과정으로 편성되어 있다고 해도 현실적인 측면에서 이해에 무게 중심을 둘 수밖에 없다.
다인수 학급과 지나치게 많은 시수의 편성은 표현 중심의 교육을 어렵게 한다. 뿐만 아니라 교과의 기반을 이루고 있는 교과교육의 구성 역시 지식 위주의 견고한 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 또한 중요한 이유가 된다.

쓰기에 대한 필요성 인식 부재
학교교육에서 이루어지는 평가와 관련한 문제이다. 이해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객관식 평가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서술형 평가가 강조되고 있기는 하지만 타당도와 신뢰도의 문제로 단편적인 지식을 묻는 형태가 대부분이다.
경기도에서 처음 시행된 창의성 평가와 같은 형태의 문항은 주관적인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방식이지만 현실성 있는 평가 방법으로 정착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평가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현재의 교육 방식에서 쓰기 능력은 소외될 수밖에 없다.
그나마 대학에서 이루어지는 논술의 대비를 위해 현장에서 쓰기 교육이 산발적으로 이루어졌지만 여러 이유로 논술이 평가 방식에서 제외됨에 따라 쓰기에 대한 교육 약화가 우려되고 있다.

일방적 전달 중심의 매체 환경
아이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매체는 무엇인가? 아마 컴퓨터와 텔레비전이 순위를 다툴 것이다. 뒤에서 컴퓨터의 특성으로 쌍방향성을 다루겠지만 현재 아이들에게 영향을 주는 양상을 생각해 보면 일방적인 전달이 주를 이룬다.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깊이 있는 사유나 고민 없이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게 되는 것이다.

표현을 억누르는 사회적 풍토
개방적이고 민주적인 사회 풍토가 형성되고 있지만 여전히 폐쇄적인 구조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전통적으로 유교 관념에 사로잡혀 상명하복을 미덕으로 생각해 왔기에 이러한 생각은 고착화된 면이 있다. 자신의 주장을 강하게 내세우기보다 적당히 타협하는 모습은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라는 말로 점철된다. 소통을 강조하지만 각각의 소리가 공허하게 퍼지고 마는 현실은 표현을 억누르는 구태를 그대로 보여준다.

새로운 시대, 쓰기를 요구하다
앞서 이야기한 쓰기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변화되는 사회에서는 점차 강력한 쓰기 능력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서는 사회적 변화에 따른 쓰기 능력의 필요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새로운 지위, 프로슈머
전통적 매체 상황에서 대부분의 사람은 소비자의 위치에 있었다. 그러나 매체 환경의 변화에 따라 프로슈머라는 새로운 지위를 갖게 된다. Prosumer는 Producer 또는 Professional과 Consumer가 결합되어 만들어진 말이다. 프로슈머의 개념은 마셜 맥루언이 에서 “전기 기술의 발달로 소비자가 생산자가 될 수 있다”고 한 부분에서 의미가 제시되었으며 1980년 앨빈 토플러의 <제3의 물결>에서 어휘가 처음 사용됐다. 쌍방향성을 갖게 된 매체 환경에서 소비자의 지위에 머물러 있던 사람들은 소비자인 동시에 생산자의 위치에 서게 된 것이다. 손쉽게 자신의 생각을 밝힐 수 있는 환경을 갖게 된 것이다.

새로운 매체, 새로운 소리
기성세대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아이들은 새로운 매체 환경에 적응해 나간다. SNS(Social Network Service) 환경에서 아이들은 자신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다른 이의 글에 반응하고 자신의 글에 대한 평가를 보고 수정해 나가는 환류(Feed-back) 과정을 거친다.
최근 가장 영향력 있는 매체 중 하나인 페이스북은 가상공간 속에서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실시간으로 교류하는 장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전과는 다른 역동적 매체 환경에서 아이들은 정보를 이해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자신만의 언어로 표현하는 능력을 요구받게 된다.

똘레랑스, 진정한 시민주의의 실현
똘레랑스는 ‘관용’으로 번역된다. 다른 사람의 의견이나 사고방식, 이데올로기를 존중한다는 의미를 담는다. 그동안 우리는 정치적 · 사회적 · 역사적 이유로 편향된 사고를 강요받아 왔다. 그러나 변화는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다문화가 공존하는 현실, 서로의 의견을 대등한 차원에서 공유하는 열린 공간의 확보를 통해 차이를 인정하는 진정한 의미의 시민주의가 실현되고 있다. ‘재스민 혁명’의 출발도 진보한 매체 환경에서 기인했다는 점을 생각해볼 때 표현의 자유와 민주주의 실현의 인과 관계는 다시 한 번 확인된다. 이러한 사회의식의 변화에 따라 자유로운 표현의 가치는 더욱 중요해진다.

학교교육과 쓰기
사회의 변화에 따라 학교교육도 분명 크게 변화하고 있다. 지식 전달 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이해와 표현을 통합하는 방향을 지향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교육과정의 변화뿐 아니라 실제 운영의 차원에서도 가시적인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서는 새로운 변화 속에서 쓰기와 관련된 내용을 간단히 제시하도록 한다.

창의적 체험활동의 적용
2011년 적용되는 창의적 체험활동의 가장 큰 특징은 아이들이 자신의 활동 결과를 제시된 형식에 따라 자유롭게 기술해야 한다는 점이다. 진로, 체험, 봉사, 동아리 등 다양한 활동을 창의적으로 체험하고 글로 써야 하는 것이다.
경험 자체를 백화점식으로 나열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자신만의 언어로 일관성 있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같은 경험이더라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그 경험을 더욱 빛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가령 경험의 내용만을 기술한 것과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깨닫게 된 점을 비유적 표현을 동원하여 쓴 글이 있다고 할 때 어느 것이 더 매력을 주는지는 어렵지 않은 질문이다.

독서종합지원시스템
기존의 독서 활동은 얼마나 많은 책을 읽었느냐에 무게 중심이 있었다. 그러나 에듀팟과 연동되는 독서종합지원시스템에서의 독서는 표현 중심의 활동을 요구한다. 작품을 읽은 것에서 그치지 않고 다양한 활동을 통해 표현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창의적 체험활동의 한 부분으로 진로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분명히 밝혀야 하며, 독서를 통해 어떤 생각의 변화가 이루어졌는지를 구체적으로 기술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표현 활동은 독서 활동을 보다 심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해와 표현은 분리된 것이 아니라 통합하여 접근해야 하는 개념이다. 자신이 이해한 내용을 글로 표현함으로써 내용을 정리하고 구체화할 수 있는 것이다.

교육과정의 자율적 운영
쓰기의 요구가 현실적으로 가능해진 것은 교육과정의 자율적 운영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교과의 편성과 운영을 단위 학교에서 탄력적으로 적용할 수 있으며, 시간 구성도 교과목의 성격과 내용에 따라 블록으로 운영이 가능하게 되었다.
기존 학교 교육 체제에서 쓰기에 대한 교육이 어려웠던 이유 중 하나가 여유 있는 시간의 부재라는 점을 고려할 때 새로운 체제에서 쓰기 교육의 적용 가능성은 더욱 커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이러한 쓰기 중심의 수업 변화는 평가로 연결되고 쓰기 교육의 당위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쓰기 교육 방법 제시할 것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쓰기 교육의 중요성이 인정됨에도 불구하고 학교 현장에서 쓰기는 여러 가지 이유로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매체 환경 속에서 아이들에게는 창의적인 쓰기 능력이 요구되고 있어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앞으로 연재를 통해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다루어보고자 한다. 학교현장에서 실제로 적용했던 사례를 중심으로 장르에 따른 쓰기의 방법을 제시하도록 할 것이다.
우선 대학입시, 취업 등에 있어 현실적으로 요구되는 자기소개서 쓰기에 대해 다루고 다음으로 아이들의 진로와 연결한 취임사 작성, 자신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수필 쓰기에 대해 지도 사례를 제시할 것이다. 시 · 소설 같은 문예 작성 방법을 안내하고 마지막으로 입시와 관련한 논술에 대해 다루도록 할 것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와 방법일 수 있지만 학교 현장에서 실제로 적용한 내용이라는 점에서 나름대로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부디 지금의 글쓰기가 쓰기 교육의 발전과 정착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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