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넘게 연구회 운영하며 인성교육에 힘써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이 있다. 누구나 다 알듯이 유아교육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이 시기에 아이들의 인간성과 도덕성 등이 집중적으로 발달하게 된다. 그만큼 유아 교사들에게 인성교육은 끊임없이 연구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할 과제이다. 이는 서울 유아인성연구회(회장 이은숙, 빛나라유치원 원장)가 구성된 결정적 이유이다.
이 회장은 “10여 년 전에 인성교육에 대해 관심이 높았던 선생님 대여섯 명과 모임을 시작했는데 지금까지 그대로 운영되면서 100명에 가까운 회원들로 확대됐다”고 말했다.
서울뿐만 아니라 부산, 광주 등 전국에서 유아인성연구회가 구성돼 운영되고 있다.
이 회장은 “특히 유아교육에서는 철새같이 다양한 교육법이 등장했다 사라지곤 하지만 인성교육에 대해서 만은 변함없이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에 저희 연구회가 오랜 기간 활성화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서울 유아인성연구회는 지난 2009년부터 서울유아교육진흥원에서 선생님들의 연구 모임으로 선정돼 지원을 받고 있다. 지난 2009~2010년에는 연구회 활동 평가에서 두 번 모두 금상을 받기도 했다.
유치원에서 직접 실행한 현장밀착형 교수법 공유
유아인성연구회는 현장에서 활용될 수 있는 실질적인 인성교육 교수법에 대한 연구를 핵심으로 실행하고 있다. 회원들이 실제로 유치원에서 실시했던 교육 방법을 함께 공유하며 발전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연구회는 현재 서울지역 25개 유치원의 교원들이 모여 운영되고 있다. 각 유치원별로 선생님들이 자체적으로 주제를 정하고 교수법을 개발, 그것을 어린이들에게 직접 적용해 수업을 진행한다. 이렇게 직접 수업을 하고 나면 그 교수법에 대한 좋은 점과 보완해야 할 사항들까지 파악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각 유치원별로 진행된 사항은 1년에 1~2차례 정기 연수를 통해 모든 회원들과 공유하게 된다. 다른 유치원에서 진행된 수업에 대해 벤치마킹을 할 수 있고 보충해야 할 사항에 대한 의견도 서로 나누면서 발전된 교수법을 얻게 되는 것이다.
정기 연수를 하기에 앞서 원장 선생님들은 한 달에 한 번, 교사들은 두 달에 한 번씩은 모여 각 유치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교육법 사례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서울에 있는 회원들뿐만 아니라 1년에 한 번씩 전국의 유아인성연구회 회원들이 모여 이 같은 방식으로 인성 교육 방법에 대한 사례를 공유하고 의견을 함께 나누고 있다.
이 회장은 “이론상으로만 연구하는 인성교육이 아니라 유치원에서 실행해 본 교육방법에 대해 논의함으로써 현장과 밀착된 실제적인 교육법을 배울 수 있어 회원들에게 유익한 시간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올바른 인성 함양이 중심이 된 프로그램 소개
이 회장은 “인성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인성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 건지에 대해서는 막연하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면서 “유아 시기에는 새로운 것을 가르칠 때 학문적인 인지적 특성보다는 인성적인 부분을 끌어들여 배우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지난 8월 하계 연수에서 소개된 경희유치원의 ‘꿈꾸는 아이들’ 프로그램을 예로 들며 “아이들에게 직업에 대해 가르칠 때 직업에 대한 정보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서 우리 생활을 도와주는 사람들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갖게 하는 것에 초점을 두도록 하는 것도 인성교육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이 프로그램은 동네의 가게와 기관, 부모님의 직장 등을 직접 방문하고 유치원 내에서 일하시는 모든 분들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살펴보는 기회를 갖도록 해 직업의 다양성은 물론 이들의 역할에 대한 중요성을 일깨우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이 외에도 엄마를 주제로 생명의 탄생과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내용, 세계의 다양한 소식에 대해 배우고 어려운 환경의 친구를 돕기 위해 기부를 유도하는 내용, 다문화 가정의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차별이 아닌 차이를 인식할 수 있게 하는 내용 등 올바른 인성 함양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등이 연수를 통해 소개되고 있다.
연구회는 이같은 프로그램 수업안을 마련하고 진행하기 전에 교사들끼리 모여 ‘교사의 마음 열기’를 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어머니를 주제로 수업을 하기 전에 교사들이 먼저 자신의 어머니에 대해 적어 이야기를 나누고 신경숙의 소설 ‘어머니를 부탁해’를 읽으며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내면화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수업 전에 갖는 이 시간은 성인이 된 교사들이 좀 더 어린 아이들의 입장에 다가갈 수 있도록 도와주며 선생님들의 수업에 대한 몰입도도 높여주기 때문에 진행하는 우선적인 사항이다.
이 회장은 “교사의 마음 열기 시간을 하다 보면 선생님들도 눈물을 흘리시는 경우가 많은데 수업 주제에 대해 미리 이같은 내면화의 시간을 갖는 것을 원칙으로 하다 보니 선생님들도 아이들과 더 진솔한 대화를 나눌 수 있고 아이들에 대한 교육 효과도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유아 때 도덕성과 인성이 형성되는 전두엽이 발달
연구회는 또 유아교육 전문가를 초청해 인성교육과 관련한 강의를 정기적으로 마련하고 있다. 교사들이 유아교육에 대한 이론적 지식을 바탕으로 더 나은 교수법을 개발하는 데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최근에는 창의적 인성교육, 부적응아 사례지도 등에 대한 전문 강연을 진행했다.
최근에 어린 나이에서부터 정서적으로 장애가 있거나 ADHD를 앓고 있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교사들도 이들에 대한 지도법 교육에 관심이 높다. 그래서 이같은 전문가들의 강연에 대해 호응이 높다. 이 회장은 “최근에는 초 · 중등 교육에서 성적에 대한 부분이 지나치게 강조되다 보니 이것이 유아 교육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인성에 대한 부분이 소홀이 다뤄져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아이들의 두뇌 발달에는 순서가 있기 때문에 두뇌에 맞는 적기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 특히 만 3~5세에는 종합적인 사고능력과 인간성, 도덕성을 담당하는 뇌의 전두엽이 많이 발달하게 되는 시기이다. 그렇게 때문에 유아기에는 단순히 지식을 암기하는 것보다 바른 자세로 인사하기, 어른에게 존댓말 하기, 교통질서 지키기 등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인성교육이 가장 중요한 사항이다.
이 회장은 “학부모들도 인성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요즘 같은 경쟁사회에서 내 아이만큼은 남들보다 뒤떨어지지 않게 하려고 이곳저곳 학원만 보내다가 정서상의 문제가 생겨 다시 유치원으로 돌아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지적했다.
유아기 때 지나친 선행교육이나 과잉교육은 아이들의 두뇌를 지치게 하고 스트레스로 인한 학습 거부반응이나 다른 사람과의 대화기피 등의 증세까지도 나타나게 된다. 학부모들이 지나치게 조급해 하지 말고 아이들이 학습에 관심과 흥미를 가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필요하다.
이 회장은 “인성교육에 대한 연구는 끊임없이 지속돼야 할 부분”이라며 “앞으로도 연구회에서 우리 유아들의 바람직한 인성교육을 위한 지속적인 연구를 진행하며 교사들의 자기계발과 교수학습 방법 개선을 위한 전문성 향상에 힘쓰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