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나라 대부분 학교에서는 창의적 체험활동을 자율·동아리·봉사·진로활동 등 별개활동으로 실시하고 있으며, 기존 특별활동이나 창의적 재량활동 시간을 창의적 체험활동으로 할당하는 방식으로도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창의적 체험활동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것으로 그동안 형식적으로만 진행된 특별활동이나 창의적 재량활동의 전철을 되밟는 꼴이 된다. 물론 블록타임제나 반일제로 창의적 체험활동을 운영하면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시도들을 하는 학교들도 많다. 이런 학교의 학생들을 보면 자연스럽게 개별적인 요구들을 가지게 되는데, 학교는 학생들의 요구를 대체로 동아리활동으로 반영한다. 이 경우 학생들은 자신의 요구를 해결할 수 있는 동아리활동에 참여하는 동시에 봉사활동과 자율활동 등을 체험하고 진행한다. 이렇게 학생들 요구에서 파생되는 다양한 활동은 곧 진로활동으로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동아리활동을 통해 습득한 지식과 경험을 통해 학생들은 동아리활동을 다른 활동과 연계해 보다 폭넓은 창의적 체험활동을 하게 되는 동시에, 이런 창의적 체험활동의 세부 영역이 파편적으로 운영되지 않고 유기적인 연계성을 가져 그 자체가 하나의 진로활동으로 종합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로체험활동을 단순히 직업체험활동에만 한정지어서 생각하는 것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이런 의미에서 다양한 체험활동의 유기적 연계활동 그 자체가 진로체험활동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일본 ‘종합적인 학습시간’, 초·중·고 연계성 중시 외국의 체험활동 사례들은 많지만 한국의 창의적 체험활동과 유사한 일본의 ‘종합적인 학습시간’의 사례를 드는 것이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다. 일본의 ‘종합적인 학습시간’은 1998년에 도입되어 현재 15년째 운영되고 있다. 이 역시 시작은 어려웠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좋은 사례들이 많이 만들어졌다. 직업교육 및 다양한 활동과 연계하는 ‘종합적인 학습시간’의 성공적인 사례들 중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일관된 교육(연계된 교육)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아이치현 도카이시 카키야 중학교는 같은 교구 내 2개의 초등학교와 연계하여 초등학교 3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교육과정을 연계하여 운영한 결과를 바탕으로 내용별 사례집을 만들어 교육과정에 반영하고 있다. 또 야마구치현오오시마 고등학교는 군내의 4개 중학교와 연계하여 중·고등학교가 일관된 교육을 실시했으며, ‘향토 오오시마’라는 주제로 6년 과정의 테마학습을 운영, 지역의 전문인력 및 시설과의 협력을 통해 일관되고 연계된 교육을 실시했다. 이런 일관된 교육으로 환경이나 복지, 국제이해등의 분야에서 특화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학교가 생겨났다. 오사카시 히라노 초등학교는 환경과 식생활을 중심으로 종합적인 학습을 추진하고 있으며, 나라현의 쥬나미가와 고등학교는 ‘종합적인 학습시간’을 ‘요시노 생태학’이라고 명명하고 4개 분야(향토, 자연, 건강복지, 국제)로 나누어 지역에 뿌리를 둔 체험·자연형의 교류학습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케센누마시의 사례는 큰 의미가 있다. 케센누마시는 환경체험교육을 강조하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교육(ESD : Education for Sustainable Development)’에 중점을 두고 ‘종합적인 학습시간’을 운영하고 있다. 케센누마시는 환경체험교육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오면서 교육 및 지역사회 전체가 유기적으로 연계된 전형적인 사례를 보여준다. 지역사회가 학교와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있을 뿐 아니라 초·중·고등학교 간에도 연계된, 그야말로 수직적, 수평적 연계가 제대로 이루어진 사례다. 중심 주제는 환경교육에 있지만 이렇게 지역이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다보면 그것은 자연스럽게 봉사활동과 동아리활동, 진로활동으로 연계된다. 앞서 얘기한대로 다양한 체험활동이 활성화되면 그것은 유기적 연계에 따라 진로활동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것이 일본의 ‘종합적인 학습시간’이나 우리의 창의적 체험활동의 목적일 것이다.
진로활동은 소규모·장기 체험으로 운영 또한 진로교육으로서 직업체험활동이 성공적일수 있으려면 최대한 개별적인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제공되어야 한다. 흔히 하는 방식인 집단 직업체험활동, 예를 들어 소방서를 방문한다든지 공공기관을 방문한다든지 하는 것은 한계가 명백하다는 것이다. 직업체험이 이루어질 때에는 너무 많은 인원이 동시에 체험하는 방식은 지양되어야 한다. 일본의 효고현과 카나카와현 아이카와마치 등의 지역에서 실시하고 있는 중학생 직업체험활동은 좋은 사례가 된다. 이른바 ‘트라이 야르 위크(Tryやる Week)’ 프로그램이다. ‘트라이 야르 위크’는 공립중학교 2학년생 전원을 대상으로 하는데, 일주일간 체험활동에 ‘도전한다(Try)’는 의미와 ‘학교·가정·지역의 삼자’라는 트라이앵글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1995년에 있었던 한신대지진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던 효고현에서는 지진 이후 지역의 아동·청소년을 지역에서 키운다는 생각이 형성되었고,이에 51개 관계단체 대표로 구성된 효고현 트라이야르 위크 추진협의회, 시정(市町:시군구에 해당함) 트라이 야르 위크 추진협의회, 중학교구 트라이 야르 위크 추진협의회가 각각 설치되어 진로교육의 뿌리를 갖게 되었다. 학생들은 평균 3명(2007년의 경우, 2.7명) 정도로 팀을 만들어 자신들이 원하는 곳에 가서 일주일간 직업체험을 한다. 1998년에 시작하여 10년째인 2007년에는 370개교에서 4만 7,000여 명이 1만 7,000여 팀으로 편성되어 사회 곳곳에서 일주일간 직장체험활동을 경험했다. 여기에 참여한 각 직장(체험장)의 자원봉사자만 2만 명이 넘었다. 이 프로그램 핵심은 학생들의 요구에 맞춰 소규모로 팀을 구성해 체험활동을 한다는 것이며, 일주일동안 장기간의 경험이 큰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에 대한 평가는 매우 양호하며,지역사회 주민들의 반응 또한 좋다. 학생들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약 90%의 학생이 이 프로그램을 필요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학생들의 성취감과 자존감이 높아지고 일상생활과 학습, 근로의식, 직업관, 인간관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학생들의 실질적인 진로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아일랜드 1년간 체험학습하는 ‘전환학년제’ 호응 또 다른 외국사례로는 몇 해 전 언론을 통해서도 소개된 바 있는 아일랜드의 ‘전환학년제(Transition Year; TY)’가 있다.‘전환학년제’는 중학교 과정을 마친 학생들이 고등학교 과정에 들어가기 전 1년의 시간동안 시험부담 없이 학교 내외에서 진행하는 체험활동 위주의 수업을 받는 것이다. ‘전환학년제’는 아일랜드에서만 실시하는 독특한 프로그램으로 우리나라의 중학교(Junior Certificate; JC)에 해당하는 3년 과정을 마치고 고등학교(Leaving Certificate:LC) 2년 과정에 들어가기 전 1년 동안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전환학년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청소년은 15~16세로, 우리나라의 고등학교 1학년에 해당한다. 이 방식을 통해 학생들은 인성·사회·교육·직업적 측면의 발달을 이룰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직업발달 효과가 가장 주목할 만하다.아일랜드 역시 학교의 자원만으로는 학생들의 교육과정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어렵기 때문에 ‘전환학년제’를 운영하는 학교들은 각 학교와 지역사회 특성을 살려 학부모나 지역사회 자원들을 효과적으로 연계하고 있다. 아일랜드에 처음 ‘전환학년제’가 소개되었을 때는 약 800개의 학교 중 3개 학교에서만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그러나 1994년 그 결과가 주목을 받으면서 획기적으로 증가하여 참여율이 높아졌으며, 2010년에는 전체 중 절반이 넘는 53%, 555개교의 2만 9,000명에 가까운 학생들이 참여했다. 아일랜드 교육부에서는 1993년 11월 ‘전환학년제’ 프로그램 참여 학교 지원을 위한 팀을 구성하여 지역 단위의 워크숍을 실시하였으며 이 자료들을 모든 학교에 제공해 ‘전환학년제’ 실시를 지원하고 있다. 또한 ‘전환학년제 교육과정지원서비스(TYCSS: Transition Year Curriculum Support Service)팀’에서는 5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국가 코디네이팅팀이 올바른 체험학습 및 진로교육을 위해 온 힘을 쏟고 있다.
지역사회 연계, 장기적 관점으로 접근해야 이러한 외국사례들은 공통적으로 체험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해 지역사회 연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체험활동이 활성화되기 위해선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 또한 알 수 있다. 성과주의식으로 성급히 접근해서는 실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인 추진계획이 수반되어야 지속적인 지원도 가능하고, 장기적인 측면에서 평가와 수정을 해야 한다. 정책 추진을 통해서 지역사회가 점진적으로 변해가는 것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지역이 자생력을 가질 수 있을 때까지 지속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프로그램이 청소년들의 요구에 맞춰져야 하며, 자기주도적인 측면이 강조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트라이 야르 위크’나 ‘전환학년제’도 청소년들의 요구에 맞췄다는 점이 기본이다. 학생들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 연계가 반드시 필요하다. 학생들 요구에 맞춰져야만 자기주도성이 발현될 수 있고, 동기가 형성되어야만 장래의 진로의 문제와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두 나라의 청소년 체험활동 지원정책은 진로교육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는 사례이면서 동시에 청소년 체험활동 또는 창의적 체험활동이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방향을 제시해 주는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