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영어교육학회는 지난 15일 2003 국제영어교육박람회의 일환으로 '한국 영어교육의 진단과 향후 개선방향'을 주제로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21세기 혁신적인 영어교육을 위한 개혁모델의 제시' 발제를 맡은 김인석 동덕여대 교수는 "우리나라 학생들이 동양권 나라 중 일본인 다음으로 영어학습능력이 떨어지는 이유는 영어학습방법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면서 "녹음 테이프에서 효과를 보지 못하면 외국인에게, 심지어는 엄청난 경비를 들여 현지에 가서 영어를 배우는 구태의연한 방법으로는 현재와 같은 낮은 수준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영어교육을 효과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공교육 차원의 개혁모델과 선결요건을 함께 제안했다.
◇선결요건
▲학급당 학생수 25명 이내 감축=이를 위해서는 현재보다도 약 1/2이상 교사수가 확충돼야 한다. 건물도 더 많이 지어야 하고 늘어난 교사를 위한 인건비도 필요한데 특별교육세를 징수해 이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본다.
▲능력 교사 우대=전공과 관계되는 교사연수는 개인부담으로 하고 기관이 정하는 연수 수준을 통과한 사람만이 소정의 점수를 받고 이것이 급여인상으로 연결되도록 해야할 것이다. 매년 종합적인 교사 평가를 실시하여 일정 기한 내에 자기발전지수가 기관이 정하는 수준에 이르지 못할 때는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전문영어교사 관리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
▲영어교육 방법의 획일성 탈피=초등에서는 국가가 정하는 과목을 이수하게 하되 중·고교에서는 몇몇 과목을 국민공통기본과목으로, 영어, 외국어, 음악 등은 선택과목으로 해 조기부터 개성있는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또한 지필고사를 탈피해 학생간 평가, 교사의 관찰 평가, 포트폴리오 평가 등 수행평가 방법을 도입해야 할 것이다.
▲고교 및 대입 제도 대폭 개편=중학생이 고교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수학능력 적성검사(언어 및 수리영역) 성적에 의해 진학하도록 한다. 이는 지필고사와 수행평가 방식이 병행돼야 한다. 또 대학 진학시 고교 학생은 희망 전공영역 한 과목에 대한 수학능력 점수를 제출하고 여타의 자료와
더불어 선발한다.
◇개혁모델 요인별 개선사항
▲영어교사 자격 강화=영어교사의 구술능력 최소등급제 도입, 멀티미디어 영어교사 연수 실시, 이중언어 구사자·영어주임교사 제도 및 원어민 인력풀제 도입이 필요하다.
▲교사 양성기관의 영어교육과정 개선=영어교사를 배출하는 학과는 영어영문학과나 영어과의 교직과정, 사범대 영어교육과, 교대 영어심화전공과정 등이다. 최근에 많이 개선이 된 것은 사실이나 아직도 유능한 영어교사를 배출하는데는 역부족이다. 현실성 있는 교육과정을 구성한 후에 이를 담당할 수 있는 인재들을 발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업 환경의 개선=미국의 각급 학교는 PC 1대를 7명의 학생에, 호주의 Victoria주는 5명의 학생에, 싱가포르는 1명의 학생에 배정하는 반면, 한국은 10명당 1대꼴로 매우 열악하다. 교실에 교사용 컴퓨터와 대형 TV모니터가 설치돼 있지만 40명 내외 대형학급이 대부분인 현실에서는 학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수업 자료의 개선=정부 산하기관이 멀티미디어 자료를 개발하는데 한계점이 있는 만큼 이러한 자료개발권을 민영화, 정부 구상대로 디지털 콘텐츠를 본격적으로 각급 학교에 보급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영어평가시스템의 변화=영어 교육의 효율성은 평가를 통하여 확인될 수 있다. 초·중·고 총 14년 동안 영어를 가르치지만 학생들이 영어를 얼마나 잘하는지 알아보고 이 결과를 교육과정에 반영시키는 국가적인 영어평가시스템은 없다. 초등학교 4개 학년, 중학교 3개 학년, 고등학교 3개 학년 동안 2,3회 정도 영어 숙달도 평가를 실시, 10등급으로 나눠야 한다.
현재의 영어 수능시험은 폐기하고 이 등급이 영어관련 진학자료로 쓰이도록 해야 할 것이다. 영어평가는 항구적인 연구 토대로 정책적으로 실시돼야 한다. 현재는 출제진으로 누가 선정되느냐에 따라서 문항의 변별력이나 성격이 너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상설기관인 '국립외국어평가원'을 설립해 문제 출제, 평가후 분석 및 연구를 전담토록 할 것을 제안한다.
▲영어교육기관의 영어교육과정 개선=어느 정도의 영어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영어 시수가 확보돼야 하는데 7차 교육과정의 영어 수업시수는 6차 때보다 오히려 줄어들었다. 앞으로는 모든 학생이 동일한 시간에 영어를 공부하는 일체식에서 탈피해 외국어 적성지수가 높은 학생들은 영어를 외국어로 채택해서 더 많이 들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특히 학교여건에 따라 일부 학생들에게 주20시간 이상의 몰입형 프로그램을 개설, 집중적으로 영어를 학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가정에서의 학습방법 개선=우리나라의 통신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인터넷상에서의 학습은 실효성이 매우 클 것으로 본다. 학습자는 원하는 사이트에 접속해서 다양한 종류의 글을 읽거나 동화상을 보면서 뉴스를 듣거나 영문 전자우편을 전송하거나 영화를 보는 등 다양한 학습을 할 수 있다. 21세기의 영어학습은 개인이 주도하며, 교사는 개인의 학습이 효율적으로 일어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성격을 띄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