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 탐구 과제인데요, 주변인의 직업에 대해 인터뷰를 하고 정리해서 제출하는 거예요. 엄마가 경영컨설턴트시니까 하시는 일을 질문지에 따라 자세히 말씀해주시면 돼요.”
아들은 스무 개 정도의 질문이 빼곡히 적힌 직업탐구 인터뷰지를 들고 내 앞에 앉았다. 그리고는 마치 취재 나온 기자처럼 진지한 표정으로 첫 번째 질문을 던졌다.
“경영컨설턴트가 하는 일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인지 그리고 일을 시작하신 지 몇 년 되셨는지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시작된 아들의 직업탐구 인터뷰는 꼬박 세 시간 가까이 걸려 마무리되었다. 연신 질문을 하고 답변을 부지런히 받아적던 아들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정색을 하고는 악수를 청했다. “엄마가 이렇게 어렵고 스트레스가 많은 일을 하시는 줄 몰랐어요. 완전 대단하세요. 멋지십니다. 울 엄마, 인정!” 하며 웃었다. 어떤 직업에 대해 몇 시간씩 자세히 들어보거나 알아본 적이 없었던 아들에게 경영컨설턴트 엄마는 한순간 영웅이 되어버렸다. 아마도 살면서 몇 번 돌아오지 않을, 아들 앞에서 맘껏 으쓱거릴 수 있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