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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예비교사 수필공모 당선작 발표

최우수상에 부산교대 정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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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03.11.20 16:11:00

지난 5월부터 9월까지 전국 교대생과 사대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제2회 예비교사 대상 수필 공모대회가 당선자를 발표했다.

최우수상은 '구구단을 못 외던 초등학교 3학년 여학생'을 쓴 부산교대 정혜미 학생에게 돌아갔고 부산교대 박재현 학생의 '선생님이 되어 보내는 편지', 전주교대 김혜리 학생의 '잊지 못할 선생님'이 각각 우수상을 차지했다.

입선작은 ▲비전을 향한 도전(김병덕·경상대) ▲나에게로의 초대(유기선·청주대) ▲교단-세상 최고의 진통제(김진·광주교대) ▲내 생애 최고의 선생님(심현진·춘천교대) ▲네 꿈을 펼쳐라(김미정·한국교원대) ▲등불 하나(이소연·상명대) ▲교사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준 시간들(오둘란·부산교대) ▲나도 선생님이 되었으면 좋겠다(김미정·부산대) ▲멋진 초등교사를 꿈꾸며(조운정·춘천교대) ▲내 가슴 너희들 곁에 놓아둘게(신혜정·부산교대) ▲나, 자랑스런 내가 되어간다(권옥순·원주대) ▲네 꿈을 펼쳐라(안지연·원광대) 등 12명편이다.

장병학 심사위원장(충북 삼수초 교장·진천군 교총회장)은 "당선작들은 뚜렷한 교육철학을 갖고 교사의 교육관을 일깨워주는 작품들"이라며 "특히 최우수작의 경우, 문장구성력이 뛰어났을 뿐 아니라 몇 개월 후 좋은 교사가 되겠다고 다짐하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고 평했다. 시상식은 27일 교총회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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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수상 수상작> 구구단을 못 외던 초등학교 3학년 여학생

구구단을 못 외워 나머지 공부를 하는 초등학교 3학년 여학생이 있다. 그 아이는 나머지 공부하는 게 너무 싫었다. 아무리 곱셈을 해도 자리 수가 맞지 않다. 아이는 발표도 잘 하고 싶고, 공부도 잘하고 싶고, 선생님께 칭찬을 받고 싶은 마음이 늘 가득하다.

나는 내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가슴 한 구석이 짠하다. 공부도 못하고, 선생님의 눈길 한번 제대로 받지 못했던 그 시절이 내게는 아픈 기억으로 떠오른다. 이렇게 아팠던 기억에서 잊혀지지 않는 기억 하나가 있다.

초등학교 3학년 자연 수업 시간이었다. 여전히 발표 잘 못하고 선생님의 눈에 들지 못하는 자신감 없는 아이가 그 날도 수업을 받고 있다. 주제는 빛과 그림자에 관한 것이었다. 선생님은 그림자가 가장 긴 시기는 하루 중 언제인가 아이들에게 물어보신다. 언니랑 밤에 과자를 사러 갈 때 그림자가 길었던 것을 떠올리며 조심스레 손을 든다. 선생님은 많은 아이들 중에서 나를 지적하신다. 나는 '밤이요'라고 대답한다. 선생님은 웃으시며 잘했다고 칭찬해주신다.

사실 그 답은 틀렸다. 그림자의 길이가 가장 긴 시기는 새벽 무렵이다. 어쨌든 간에 나는 선생님께 칭찬을 들었다. 너무 너무 기뻤다. 이제부터 더 열심히 발표해서 선생님께 칭찬을 받아야지 하는 다짐이 내 속에 넘쳤다. 선생님의 칭찬 한 마디가 내 삶을 바꾸어 놓았다. 10년이 훨씬 넘은
지금이지만 나는 담임선생님의 성함을 기억한다. 김숙자 선생님. 사실 지금까지 찾아뵌 적은 한번도 없지만 마음속으로 늘 감사가 가득하다.

인생의 첫 자락에 어떻게 만들어질 지도 모르는 아이들은 내가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면 달라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나를 흥분하게 만들었다. 10년 전 내가 선생님의 칭찬 한 마디로 달라진 것처럼 말이다. 대학에 있는 동안 꿈꾸기 시작했다. 정말 좋은 선생님이 돼야지.

4학년이 되면서 나는 또 다른 한계에 부딪혔다. 이제 1년 후면 나는 현장에 나간다. 정말 좋은 교사가 되고 싶다. 누구나 생각하는 사실, 아이들을 차별 없이 사랑하고 부모님들께 절대 촌지를 안 받을 것 등등의 생각이 있긴 했지만 나의 공허한 마음을 채워주지는 못했다. 인생의 어려운
고비가 있었지만 별 실패 없이 대학을 왔고, 이제는 임용고시만 치르면 선생님으로 평생을 안정 속에서 살 수 있을 것이다. 아이가 삶을 만들어 가는데 있어서 도움을 줘야할 입장에서 보면 이제까지 내 삶은 내가 열망해왔던 좋은 선생님이 되기에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고민 끝에 나는 조금 다른 길을 시도해보기로 했다. 1년을 교사 아닌 다른 일을 할 생각이다. 2학기 때 시험을 치진 않지만 나 역시 임용 공부를 하고 있다. 교사가 되기 위한 준비를 놓지 않기 위함이다. 그러면서 학부 때 많이 놓쳤던 책들을 손에 쥐기 시작했다. 이렇게 이번 학기를
마무리하며 내년에는 사람을 섬기는 일을 할 생각이다. 비록 내가 섬기는 주대상이 대학생이 되긴 하겠지만 그 경험을 가지고 내후년에 교단으로 나갈 생각이다.

다른 사람보다 내가 멋져보기 위한 것도 아니요, 내가 좀 유별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아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칭찬 한마디로 내 삶을 바꿔주신 선생님, 그리고 현재 무너져가고 있다는 공교육의 현실 속에서도 묵묵히 자리를 지키신 수많은 선생님들의 모습을 닮기 위함이다.

※위 글은 필자의 동의 하에 축약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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