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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워크 중시 사회,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

'진로별 팀 프로젝트로 교실 재편'



2013년 한때, 모 방송사에서 제작한 ‘조별과제 잔혹사’란 영상이 인터넷에서 회자되었다. 무조건 떠넘기기, 무임승차하기, 맡은 임무 펑크 내고 잠적하기 등 조별과제 중 일어나는 천태만상이 대학생들의 공감을 이끌어 냈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혼자서 열심히 공부만 하면 됐는데 대학에서 팀을 이뤄 성과를 만들어야 하니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교육현장과 사회 변화의 괴리
대학교육에서 팀 프로젝트가 많아지는 것은 대학 졸업 후 기업과 사회에서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다. 기업은 과거 ‘부장-과장-대리-사원’의 수직적인 위계구조보다 ‘팀장-팀원’의 수평적인 업무구조로 변화하고 있다. 팀 단위 업무가 늘어나고 성과 또한 팀 단위로 차등 지급되는 추세다. 개인적 역량이 아무리 훌륭해도 팀워크를 통해 성과를 지속할 수 없다면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팀워크가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그렇다면 고등학교 교육현장은 어떠한가? 여전히 우리 아이들은 수능점수 향상을 위한 국·영·수 위주의 수업과 자율학습에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획일적이면서 일방적인 수업, 반복학습은 아이들의 흥미를 떨어뜨리고 있다. 수업을 따라오는 소수 중·상위학생을 제외한 다수의 아이들을 소외시킨다.
사토마나부의 말대로 아이들이 배움으로부터 도주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입시경쟁체제와 획일적인 고교수업 방식은 이미 수인(受忍) 한도를 넘어버렸다. 청소년의 자살충동 원인은 2012년 통계청의 사회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성적 및 진학문제(39.2%)’, ‘가정불화(16.9%)’, ‘경제적 어려움(16.7%)’, ‘외로움·고독(12.5%)’으로 나타났다. 성적 및 진학 문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2년 30%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해 이제 40%에 육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배움의 즐거움이 사라진 공간에 죽음과 소외가 채워지고 있다.

창의적 체험활동 통한 진로교육
팀 프로젝트는 2~4명 단위의 소그룹을 조직해 목표를 계획하고 추진하는 형태로 이루어진다. 교사에 의한 일방적인 수업에서 학생이 중심이 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교과내용의 분량이 많고 정해진 정답을 골라야만 하는 교과 수업에서 팀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모든 수업을 팀 프로젝트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도 학생차원에서는 큰 부담이 될 것이다.
팀 프로젝트를 진행하기에 좋은 시간은 ‘창의적 체험활동의 진로활동’이다. 상대적인 점수로 평가하는 부담을 내려놓고, 창의적 체험활동이라는 기본 취지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획일적인 목표 수준에 맞추기보다 다양한 특성을 발현하도록 도울 수 있다. 보통 3년간 매주 한 시간씩 진행되는 진로활동 시간을 1학년부터 3학년까지 적절한 체계를 설정하여 진행한다면 효과적일 것이다. 몇몇 학교에서는 과원교사에 의해 형식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으나, 이 시간이야말로 우리 아이들이 숨 쉴 수 있는 시간, 친구들과 함께 공동 작업할 수 있는 시간으로 적격이다. 학교 여건상 팀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한 적절한 장소를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 진로활동실(커리어존)이 설치돼 있다면 좋지만 아니더라도 도서관 또는 컴퓨터실 등의 공간을 활용해 얼마든지 진행할 수 있다.

진로 중심으로 모인 팀 프로젝트 수업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가장 큰 주안점은 끊임없는 의미 부여다. ‘이 활동을 통해 자신과 친구의 진로에 대해 마음껏 알아보자’, ‘이 활동을 통해 비록 점수가 매겨지는 것은 아니지만, 여러분의 관심사와 깊이가 드러나게 될 것이다’, ‘선생님은 여러분의 일거수일투족을 잘 관찰해 기록해두고 생활기록부에 의미 있는 기록으로 남긴다’라며 거의 매시간 상기시키며 독려한다. 다른 반의 좋은 사례를 연결해주기도 하고, 선배들이 해보았던 프로젝트를 비교해주기도 한다. ‘TED’,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팟캐스트’, ‘열정 100℃’, ‘지식채널e’ 등의 콘텐츠를 통해 팀 단위 협업으로 세상을 의미 있게 변화시킨 사례들을 제시하기도 한다.
팀 프로젝트에 대한 의미가 생겨나기 시작하면 비로소 팀을 구성한다. 팀은 자율적으로 조직하되 진로 계열을 우선해서 편성하도록 한다. 보건·간호계열을 희망하는 학생끼리, 체육계열을 희망하는 학생끼리, 미용·패션계열을 희망하는 학생끼리 등 다양한 모둠이 생겨난다. 평소 교과 수업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던 아이들이 진로를 중심으로 뭉치게 된다. 진로 계열이 정해지지 않은 아이들은 좋아하는 과목을 중심으로, 또는 읽고 싶은 책을 중심으로 모이도록 한다.
본교에는 그렇게 학급당 10개 정도씩 한 학년에 총 100여 개의 팀이 조직되었다. 어떤 팀은 아무 생각 없이 친한 친구끼리 모인 경우도 있었지만, 그동안 별생각 없이 같이 노는 데만 열중했던 관계에서 ‘진로’라는 고민을 중심으로 생산적인 관계로 발전시킬 수 있었다.
팀 구성을 해놓고 나면 교실의 모습이 다르게 보인다. 그동안 성적에 의한 수직적인 서열에서 진로 계열별 다양한 특성이 비로소 보인다. 진로의식 수준이 높은 학생이 있고, 진로탐색을 막 시작하는 학생이 보인다. 이러한 교실 상황을 통해 교사는 효과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학생에게 집중할 수 있게 된다.

학생들에게서 놀라운 생명력을 발견하다
팀 구성과 더불어 매시간 활동보고서를 통해 피드백을 하는 수업 생태계를 구축해 놓으면 신기하게도 아이들에게서 그동안 감춰져 있던 놀라운 생명력이 발산되기 시작한다.
평소 교과 수업 시간에 엎드려만 있던 아이였는데 음악을 좋아하는 팀을 구성하니 직접 작사, 작곡을 해서 친구들 앞에서 공연을 하는 아이가 나타났다. 학습 스터디를 하는 어떤 아이는 진로시간 이외에 매일 방과 후에 진로활동실에 모여 요일별로 과목을 정해서 과제를 수행해 나갔다. 교과 성적이 향상되는 것은 물론이고 친구를 통해 문제해결력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었다. 산업공학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끼리 학교 정문 앞 신호등 설치를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심리학과를 희망하는 학생들끼리 본교 학생들의 스트레스 유형과 기대수명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기도 했고, 사회복지를 희망하는 학생과 독일에 흥미를 갖고 있는 학생이 만나 독일과 우리나라의 사회복지제도를 비교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100여 개의 프로젝트에서 각양각색의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진로탐색, 진로심화, 학습심화 등의 큰 카테고리 속에 독특하면서도 진정성 있는 활동이 만들어졌다.
물론 어려움도 많이 있었다. 프로젝트 주제를 끊임없이 수정·보완해야 했으며, 매시간 팀 미팅을 통해 진행 상황을 점검해야 했다. 팀원 간 불화를 겪고 있는 아이들을 중재하기도 하고, 소외된 아이를 찾아 이러저러한 말로 상담하기도 했다. 팀 활동보고서를 읽고 피드백을 하고 생활기록부의 팀별·개인별 기록을 만들기 위해 고심하며 문장을 만들어야 했다. 하지만 이 어려움을 극복하며 먼저 교사 스스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본을 보이고 있다고 여기며 지속했다. 아이들 또한 어려움을 이기면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고 있었다. 그 이야기를 담아 아이들은 학년말에 자기소개서로 글을 옮기고 교사는 생활기록부에 글을 옮기면 된다.

삶과 배움의 통합
[자세한 내용은 월간 새교육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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