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에서 2월의 학교는 그 어느 때보다도 바쁘게 살아 움직인다. 한 학년도의 마무리와 그 다음 학년도 준비를 위한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올해의 12월에서 2월은 유난히 더 어수선했다. 돌봄교실 확대를 위한 정책이 이 시기에 집중적으로 쏟아져 나온데다가(관련공문만 해도 긴급 4건 포함해서 15건이었다) 오늘과 내일이 달라지는 정책 방향과 시행 방법 때문에 정말 요즘말로 멘붕이 따로 없었다. 게다가 각 학교상황에 따른 시설확충 및 준비정도에 관계없이 1~2학년 희망학생을 수요 조사하여, 3월 새학년부터 전면 수용하라는 지침에 따라 각종 준비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어느 누구도 만족할 수 없는 겸용교실 학교에서는 가장 시급한 것은 교실확충이다. 그러나 한정된 시설에서 하루아침에 돌봄을 위한 교실이 뚝딱 만들어질 수는 없다. 그래서 나온 안이 겸용교실제이다. 저학년 일반교실이나 교내의 특별실을 시간제로 나누어 이용하는 것이다. 특히 일반교실을 겸용교실로 사용하는 경우 ‘학습과 돌봄’이라는 사용처가 분명하게 다른 두 공간을 모두 만족시키기란 어렵다. 입식보다는 좌식생활을 해야하는 돌봄교실 학생들을 위해 일반교실에 바닥 공사를 하여 오후에 돌봄교실로 사용한다고 치자. 오후 돌봄을 받는 학생들에게는 온전한 휴식처가 될 수 있을까? 오전동안의 학습을 마친 후 짧은 시간동안 이루어지는 청소는 미흡할 것이고, 뒤로 밀려난채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책상들과 일반교실의 학습교구들로 인해 돌봄 학생들이 이용할 공간이 매우 협소하게 될 것이다. 또한 일반교실의 교구와 돌봄교실의 교구들이 혼재되어있어 일반교실 학생들과 돌봄교실 학생들 모두 쾌적한 공간이 될 수 없음은 불 보듯 뻔하다. 겸용교실 역시 온전한 학습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해내지 못한다. 담임교사는 학기말 방학 내내 교실 공사로 새학년 대비를 하지 못할 것이며, 학년이 시작되어서도 80년대에나 있었던 2부제 교실 수업을 하는 셈이어서 오후에 교실을 비워야하기에 저학년 학생의 급식지도, 부진학생 지도, 교재연구, 수업준비 등에 많은 지장이 있기 때문이다.
시작 전부터 학부모 민원에 시달리는 돌봄교실 운영 면에서도 많은 문제점이 있다. 학교는 돌봄교실을 시작하기도 전에 학부모들이 제기하는 민원에 몸살을 앓고 있다. 민원의 핵심은 바로 간식과 석식이다. 오후 돌봄 1시~5시까지 4시간 동안 학생들에게 간식이 지급되지 않는다. 간식비를 따로 걷어 운영하는 학교도 있지만 간식은 본인이 싸 오는 것으로 해결한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간식의 질 저하와 매일매일 간식 준비에 대한 부담을 느끼는 직장맘들은 조리하여 간식을 먹을 수 있었던 이전 상황과 비교가 되기 때문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저녁 돌봄의 석식비는 자비 부담을 원칙으로 수요조사에 따라 매식 또는 도시락으로 운영된다. 이러한 이유로 학생마다 다른 간식을 먹는데서 오는 위화감이 염려되며 중식이나 석식도 매식이나 도시락 준비에 따른 위생과 보건 상의 문제를 가지고 있다. 일부 학부모 중에는 이의를 제기하며 석식에 관한 동의서를 제출하지 않고 이전 수준의 돌봄교실을 학교에 요구하고 있기도 하며 기존에 세팅되었던 전용 돌봄교실보다 못한 겸용교실의 교육 환경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돌봄강사의 질 담보 또한 문제이다. 비슷한 수준의 일을 하면서도 다른 처우를 받는데서 오는 불균형으로 질 좋은 교사채용이 어렵다.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으로 운영되던 종래의 돌봄교실과는 달리 기본생활습관지도 과제활동, 독서활동, 자율활동의 기본 돌봄으로 프로그램이 구성된다. 무료지원 받는 프로그램 이외에는 예산상의 이유로 특기강사 채용 등도 어려운 여건이 되어 돌봄강사의 업무량은 늘어나는 문제점 뿐만 아니라 프로그램의 부실운영도 예견되는 상황이다.
돌봄교실운영 진행 과정에서 담당교사는 촉박한 시한으로 갑자기 쏟아져 내려오는 업무에 쫓겨 온전한 교육 활동에 전념하기 어려운 형편이었다. 희망 학생 수요조사, 돌봄강사 채용을 위한 공고, 면접, 계약 체결, 돌봄교실 교육계획 세우기, 학교운영위원회 심의, 희망학생과 학부모의 의견 수렴, 돌봄교실 공사 등 일련의 업무를 주관하거나 협조하는 일이 갑자기, 한꺼번에, 빠르게 진행되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