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는 18일 국무회의를 통해 교원지방직화로 논란을 빚고 있는 지역특화발전특구의지정및운영에관한법률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지난달 15일의 입법예고, 7일의 차관회의에 연이은 것으로, 특구법안은 국회통과 절차만을 남겨두고 있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정부는 내년 상반기에 특구 신청을 받고 하반기에는 실질적인 특구 지정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법안에는 시·군·구립 학교 교원 신분의 지방직화 외에도, 중등학교에도 외국인을 교원으로 임용 가능케 하고, 교육부장관의 자율학교 지정권을 교육감에게도 부여하는 등 초·중등교육법과 지방공무원법 상의 6개 교육관련 규제 특례 사항을 담고 있다. 지역특구란 지역특화사업을 육성하기 위해 정부가 각종 규제를 풀어주는 제도를 말한다.
▲외국인에 교직개방=특구 내 설립되는 고교 및 특성화중학교에는 초·중등교육법에도 불구하고 외국어 전문교육을 실시하기 위하여 대통령령이 정하는 자격요건을 갖춘 외국인을 외국어 교원 및 강사로 임용할 수 있게 했다. 현재 외국어교육을 위한 외국인 교원 및 강사는 대학 이상에서만 허용되고 있다.
▲특구지자체장이 자율학교 추천=교육부장관이 지정하고 있는 자율학교를 특구지방자치단체장의 추전을 받아 관할 교육감이 지정할 수 있게 했다. 자율학교는 5년 이내로 지정·운영되며 교육감이 연장해 운영할 수 있다. 자율학교는 교과서 선택, 교육과정 운영의 자율성이 허용된다.
그동안 자율학교는 교육감이 추천하면 교육부장관이 지정했기 때문에 서울시처럼 교육감이 반대하면 원천적으로 설립이 어려웠다. 그러나 특구지자체장이 민의를 반영해 자율학교를 추천하면 교육감이 이를 거부하기 어려워, 자율학교 설립이 활발해 질 것으로 보인다.
▲시·군·구립학교 설립=교육특구에서는 초·중등교육법에도 불구하고, 교육감의 인가를 받아 공립학교를 설립 운영할 수 있다. 공립학교는 설립주체에 따라 시·군·구립 학교로 구분된다. 시·군·구립으로 설립되는 학교는 설비·시설 등 설립기준에 관한 내용을 시·도 조례로 정할 수 있다.
▲교원신분은 지방직=시·군·구립으로 설립되는 학교의 교원은 지방공무원 신분이 되며, 교장 및 교원은 특구 지자체장이 임용한다. 그러나 교원의 자격· 임용· 보수· 연수 및 신분보장·징계· 소청에 관해서는 교육공무원법을 준용키로 했다.
▲특구 지정 및 규제 특례=지자체가 재경부장관에게 특구 신청을 하면 지역특화발전특구위원회가 사업 타당성 심사를 거쳐 확정한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몇 개의 특구가 지정될 지는 알 수 없다. 재경부는 지난 8월 예비 신청한 448개의 특구 중에서 330여개의 예비특구는 최소한 1개 이상의 법률상의 특례 적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지자체는 특구 도입을 위해 17개 부처의 법령에 대해 모두 939건의 규제특례를 요청했다. 이중 대통령령과 규칙 관련 사항 등을 제외하고 법률 형태의 규제는 553건. 재경부가 관련부처와 협의한 결과 34개 법률의 71개 규제특례를 수용해 법제화 한 것. 교육관련 특례는 초·중등교육법과 지방공무원법 상의 6개 사항이 포함돼 있다. 재경부는 특구법이 제정되면 대통령령 및 규칙형태의 규제에 대해서도 추가로 검토할 예정이며, 이에 따라 규제완화건수는 더 늘어나게 됐다.
▲예비 신청한 교육특구=지난 8월 예비신청한 448개의 특구 중 교육특구는 27건으로 전체의 6%를 차지하고 있다. 이중 영어 및 외국어교육 특구 37.03%, 국제화 교육특구 14.81%, 외국교육기관 및 연구소 유치 특구 11.11%로 외국어와 국제화 관련 특구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예비 교육특구 중 규제 특례 사항=재경부는 19일 일반적인 규제특례 사항 중 교육관련 6개 사례를 소개했다. 예비 신청한 교육특구 중 전북 군산외국어교육특구는 외국어 교육을 위한 외국인 교원을 임용할 수 있는 경우다. 또 경남 창녕과 거창의 교육도시육성특구는 지자체장의 추천을 받아 교육감이 자율학교로 지정 가능한 사례이며, 전남순천의 국제화교육특구와 전남장성의 영재양성특구는 기초자치단체가 교육감의 인가를 받아 공립학교를 설립 가능한 사례이다. 또 전북 전주 국제화교육특구는 설립기준을 시도조례로 달리 규정해 완화할 수 있으며, 전남 곡성 교육촌 특구는 교원의 정원·배치기준을 대통령령에 달리 규정해 완화할 수 있다.
▲교원단체의 반응=교총은 특구 안에 설립되는 시·군·구립 학교 교원신분의 지방직화를 철회하라고 7일 재정경제부장관에게 촉구했다. 교총은 정부가 시·군·구립학교 교원신분을 단초로, 지난 6월 사실상 백지화된 교원 지방직화의 불씨를 되살리려는 것이 아닌지 경계하고 있다. 교총은 이와 함께 정부가 특구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구체적인 법안을 공개하지 않은 점에 문제를 제기했다. 교원신분의 지방직화라는 중요한 사항을 다루면서 교원과 교원단체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는 것은 국민 참여와 합의를 표방하는 참여정부의 국정운영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입장이다. 전교조는 "특구 내 설립되는 학교의 규제 특례가 고교평준화의 근간을 흔드는 도구로 악용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전교조는 "현재와 같은 입시과열 현상 속에서 자율학교가 신흥입시명문고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자율학교란>
교원임용과 학사운영, 교재 사용에 자율권을 가지는 학교로,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56단위)외 교육과정 운영의 자율성이 허용된다. 초·중등교육법과 동 시행령에 의해 이와 같은 특례를 인정받으나, 실제 운영은 그렇지 못하다.
전국 단위로 학생을 선발할 수 있고, 교장자격이 없어도 교장 임용이 가능하며, 교과용도서를 자체적으로 개발하여 사용하는 정도의 권한을 가진다. 국·공·사립의 초·중·고가 법적인 대상이나 지금은 농어촌고교, 특성화고교, 특수목적고가 지정대상이며 도시의 일반고는 제외된다.
99년 첫 도입됐고 전국적으로 65개교가 운영되고 있으며 교육부장관이 3년간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교육부는 특구 외의 자율학교도 교육감이 5년간 지정해 운영할 수 있도록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계약에 의해 학교를 운영하는 미국의 차터스쿨, 재정지원을 받으면서 자율경영을 할 수 있는 영국의 교부금지원학교가 자율학교의 대표 사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