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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내 마음을 흔들어놓는 아이들

6월이 되면 각종 수행평가에서부터 수학경시대회, 한자경시대회 등 평가가 절정에 이른다. 무엇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문제는 내가 우리 반 아이들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기다려주고, 아이들 모습 자체로 평가해주고 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아이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선생인지…….


빈틈없는 학급 규칙을 정해 놓으면 학급이 아무 문제없이 잘 굴러갈 줄 알았다. 하지만, 아무리 완벽한 학급 규칙이라 하더라도 지키지 않는 아이들은 꼭 있는 법. 그래서 지키지 않을 경우, 벌칙을 만들어 보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 아이들에게는 그 정도 벌칙쯤은 대수롭지도 않았거니와 그마져도 안 지키기 일쑤였다. 그래서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아이들이 직접 학급 규칙을 만들어 보게도 하였다. 하지만 학급 규칙을 만들 정도의 아이들은 이미 규칙이 없어도 학교생활을 잘 할 아이들이다. 문제는 규칙 너머에 있는 아이들……

지민(가명)이…. 그 녀석은 이제 4학년이다. 1학년 때 우리 반에 왔으니까 인연을 맺은 지 벌써 햇수로 4년째다. 학교에서 만나면 나에게 다가와 짓궂게 장난을 거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러했으랴….
“선생님, 지민이가 제 물건 마음대로 가져가요.”
“선생님, 지민이가 저한테 손가락으로 욕해요.”
“선생님, 지민이가 …….”

지민이는 같은 반 아이들을 괴롭히는 것도 모자라 주의를 주는 선생님들께도 씩씩거리며 “에이씨, 뭘요?”, “왜, 저한테만 그래요?”라며 대들기 일쑤다. 그러고도 분이 풀리지 않는지 애꿎은 벽을 발로 찬다. 어느 학급에나 아이들과 선생님을 곤란하게 하는 지민이 같은 아이들이 있다. 이런 아이들 덕분에(?) 다른 아이들의 소란은 더욱 잦아지고, 선생님의 언성은 높아진다. 그리고 학급 규칙은 더욱 정교해지고, 틈만 나면 딴 짓을 일삼기 때문에 아이들의 학교생활은 더욱 숨 돌릴 틈 없이 하교시간을 향해 달려간다.

지민이는 늘 끊이지 않고 사고를 치고, 숙제도 잘 해오지 않았지만 수업 시간에 발표는 열심이었다. 선생님이 묻는 말에 대답도 조리 있게, 자신의 말투로 곧잘 이야기 하였다. 한번은 국어 시간에 글쓰기를 하면서 “좋은 글이란 어떤 글이지?”라고 1학년 아이들에게는 다소 어려운 질문을 던졌다. “제 마음이 흔들흔들 거리는 글이요”라는 지민이의 뜻밖의 답변은 나를 순간 멈칫하게 만들었다. 때때로 지민이는 특유의 섬세함으로 수업 시간에 활력을 주었으며, 역시 특유의 짓궂음으로 아이들의 원성을 사는 일이 반복되었다. 아이들의 신고(?)로 몇 번씩 불려와 꾸중을 들어도 끄떡도 하지 않았다. 물론 지민이는 여느 아이들과는 다른 가정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다. 어려서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밖으로만 다니시며, 술로 시간을 보내시고, 그래서 장사로 바쁘신 할머니, 할아버지가 돌보시는 상황이었다. 8살짜리 어린 아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버거운 삶의 무게다. 그래서 어느 정도 지민이의 행동이 이해는 되었지만 지민이의 끝없는 말썽에 내 인내심은 바닥을 드러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역시나 마찬가지로 아이들의 신고로 지민이가 불려왔다. 내가 너무 지쳐 있었는지 여느 날처럼 시시비비를 가리기 보다는 아이들과 지민이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그러다 ‘아이들도 억울하지만, 지민이도 억울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가 많이 힘들었겠구나!”
그 때 지민이의 흔들리던 눈빛을 보고 말았다. 교실에서 다른 아이들에게 짓궂은 행동만 하던, 선생님께도 반항하며 대들기만 하던 지민이는 그 순간 눈가가 촉촉해졌다. 그 때 나는 속으로 당황했었다.
‘네가 위로 받고 싶었구나…….’
그것을 깨달은 순간 우리 반에는, 그리고 지금까지 내가 가르쳐왔던 수많은 아이들 중에는 늘 지민이가 있었던 것이다.

그 날 이후로 지민이를 대하는 나의 목소리는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누그러져 있었다. 목소리만이 아니라 아마 눈빛도 그랬는가 보다. 나를 대하는 지민이도 그랬으니까. 그 동안 지민이를 이해한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생각뿐이었던 것 같다. 지민이의 표현대로 ‘마음이 흔들리니’ 지민이의 행동이 그리 밉지 않았다. 자세히 보니 예쁜 점도 많은 아이였다. 문득 나태주 시인의 글이 생각났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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