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야, 시우야, 민선아, 원준아, 서빈아, 재현아, 지영아, 요셉아, 혜빈아, 정현아, 승주야, 현서야, 지아야, 우진아, 은지야, 은석아, 소연아, 지원아, 고은아, 소윤아, 보빈아……. 올해가 가기 전에 너희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단다. 선생님에게 와 줘서 고마워. 너희들 덕분에 선생님도 마음이 한 뼘은 큰 것 같아. 정말 고맙고, 사랑한단다.
‘딩·동·댕·동…….’ 쉬는 시간 종이 울렸다. 교무실에 볼 일이 있어 서둘러 교실을 나오는데 학교 방송이 나왔다. 아이들의 왁자지껄한 소리 때문에 잘 들리지 않았다. ‘나중에 옆 반 선생님께 여쭤 봐야겠다’며 볼 일을 보고 교실로 돌아왔다. 아직 쉬는 시간, 아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그런데 그 때, 보빈이가 조용히 다가왔다. “선생님, 아까 학교 방송 들으셨어요? 선생님이 자리에 안 계셔서 혹시 못 들으셨을까봐 알려 드리려고요”하면서 방송 내용을 소상히 전한다. ‘오! 이 기특한 녀석 좀 보소!’ 속으로 보빈이의 행동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선생님이 어디 가시는지 지켜보았을 그 눈길과 무슨 내용인지 귀를 쫑긋하며 신경 써서 들었을 그 모습. 무엇보다 선생님이 오시기를 기다리는 동안 선생님께서 못 들으셨으면 어쩌나 걱정하며 방송 내용을 다시금 떠올렸을 그 마음을 생각하니 여간 대견한 것이 아니었다.
“중요한 내용이었는데 잘 알려주어 고맙다.” 보빈이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가만히 생각해보니 우리 반 아이들에게 고마운 것이 참 많다.
유주야, 미처 의자도 넣지 않고 나가버린 친구들 의자를 일일이 책상 속에 넣어 주어 참 고맙다.
시우야, 가끔 재미있는 행동으로 친구들에게 웃음을 주고, 수업을 즐겁게 해주어 참 고맙다.
민선아, 늘 한결같은 모습으로 바르게 인사하는 민선이 덕분에 아침마다 선생님은 기분이 좋아졌지! 참 고맙다.
원준아, 발 다친 친구를 네가 업고라도 현장 학습 같이 가고 싶다던 너의 말에 선생님 마음이 얼마나 뭉클했는지 아니? 아름다운 마음보여 주어 참 고맙다.
정현아, 친구들이 물건을 잃어버리면 어쩜 그렇게 잘 찾니? 네 덕분에 실내화, 풀뚜껑, 종합장 등등 잘 찾아주어 참 고맙다.
승주야, 이젠 줄넘기를 제법 잘 하지? 노력하는 모습 보여주어 기특하고, 대견하다. 참 고맙다.
현서야, 운동회 때 우리 반을 대표하여 멋지게 달려주어 참 고맙다. 우리 모두 너를 열렬히 응원했단다.
지아야, 친구들이 잘 모르는 것이 있을 때 친구들을 잘 도와주어 참 고맙다. 지아 덕분에 열심히 하려는 친구들이 많아졌단다.
우진아, 무용할 때 재미있는 춤 솜씨 보여주어 참 고맙다. 쑥스러워했던 아이들도 너를 보면서 즐겁게 따라 할 수 있었단다.
은지야, 돌봄교실 갔다가도 가끔씩 선생님을 보러 왔었지? 직접 만든 고무줄 팔찌도 선물로 주고……. 다음엔 선생님이 멋진 선물 준비해 놓고 기다릴게.
은석아, 키번호 1번이라 늘 앞자리에 서면서 선생님과 짝을 해주어 참 고맙다. 현장학습 때도 네 손 꼭 잡고 걸으니 선생님 기분이 참 좋았어.
소연아, 친구들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네 모습을 보면서 우리 반 친구들도 더 부드러워지고 따뜻해진 것 같아. 예쁜 모습 보여 주어 참 고맙다.
지원아, 두 손을 배꼽 위로 단정하게 모으고 깍듯하게 인사하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단다. 우리 반 친구들이 조금씩 너의 예쁜 인사를 닮아가는 것 같아 참 고맙다.
고은아, 예전에 방송국에서 우리 반 취재 나왔을 때 떨지도 않고 똑똑하게 인터뷰 했었지? 그래서 텔레비전에도 나왔고, 그 때 네가 참 자랑스러웠단다.
소윤아, 놀이방에 있는 책들과 장난감들을 늘 반듯하게 정리해 주어 참 고맙다. 네 덕분에 친구들도 이제는 너처럼 정리정돈을 잘 하게 된 것 같구나.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 경력이 쌓일수록 일 년이 빠르게 지나가는 것 같다. 우리 반 아이들과 처음 만났던 때가 떠오른다. 입학식 때 아직 유치원 아이들 같았는데, 이제 몸도 마음도 커서 2학년에 올라간다니……. 얘들아, 너희들 덕분에 선생님도 마음이 한 뼘은 큰 것 같다. 올해가 가기 전에 너희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