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에는 ‘타이밍’이 있다. 어느 학교 어느 교실이든 학기 초가 되면 교사와 학생간의 신경전이 벌어지곤 한다. 새로운 환경이라는 어색함도 잠시, 일주일이면 벌써 아이들은 본색을 드러내곤 한다. 일 년에 일어날 문제행동이 시간차 공격을 하듯 모두 일어나는 3월은 미우나 고우나 함께 동거동락할 아이들과 학급규칙을 만들 최적의 타이밍이다.
“선생님, 영빈이 복도에서 뛰었어요.” “선생님, 지호가 여자 화장실 불 껐어요.” “선생님, 은석이가 ….” “선생님, ….”
신학기 시작으로 아이들 파악하랴, 밀려드는 행정업무 처리하랴 정신없는 나를 아이들은 쉴 새 없이 찾는다. 새로운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 어색하고 긴장했던 녀석들이 맞나 싶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과 차분히 대화하고 안정된 학습 분위기를 만드는 것임을 알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일주일 만에 본색을 드러낸 아이들의 목소리로 교실은 늘 잠잠할 틈이 없으니 말이다. 아무리 바빠도 이 시기에 꼭 해야 할 일이 있다. 바로 ‘학급 약속’을 정하는 일이다. 물론 ‘바빠 죽겠는데 한가하게 아이들 이야기 다 들어주면서 약속 정할 시간이 있냐’고 반문하실 선생님이 계실지도 모른다. 하지만 신학기 첫 달을 놓치면 ‘일 년이 더 꼬이는’ 경우가 더 많았던 것 같다. 이를테면 이 시기가 일 년의 학급 분위기를 결정하는 골든타임인 것이다.
학급 약속을 정하는 최적기, 문제행동이 일어난 바로 그 때 우리 학급은 따로 날을 잡아서 학급 약속을 정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누가 복도에서 뛰는지’, ‘누가 친구를 놀리는지’ 등 선생님께 꼭 무엇인가를 이른다. 바로 이때가 학급 약속을 정하는 최적기이다. 누군가의 제보가 들어오면 일단, 아이들과 자연스럽게 그 사안에 대해서 토론을 벌인다. ‘복도에서 뛰는 것이 왜 문제가 있다고 느끼지’, ‘친구를 놀리는 행동이 왜 바르지 않다고 판단하는지’를 말이다. 그리고 우리에게 어떤 약속이 필요할지 생각해보게 한다. 중요한 것은 지켜야 할 약속을 선생님이 일방적으로 정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이미 왜 복도에서 뛰면 안 되는지, 친구를 놀이면 안 되는지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아이들이 스스로 판단해서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 새교육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