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과 자연과학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통섭수업 실천하고 연구 세미나·발표회 열어
주2~3회, 점심시간마다 ‘인문학아카데미’ 운영
미림여자정보과학고의 점심시간에는 특별한 강의가 펼쳐진다. 학생과 교사를 대상으로 일주일에 두세 번 열리는 ‘인문학아카데미’가 그것이다. 올해 인문학아카데미는 ‘인생을 바꾼 가장 중요한 책’을 테마로 운영 중이다. 강의 내용은 동영상으로 제작해 SNS로 공유하고 질문도 주고받는다. 강의를 이끌어가는 이들은 교사들로 구성된 ‘교과융합형 수업연구회(이하 수업연구회)’. 직접 책을 고르고 강의를 준비하는 수고로움을 감수하면서도 수업연구회 소속 교사들은 매주 인문학아카데미의 문을 열고 있다.
인문학아카데미가 처음 열린 건 2013년이다. 수업연구회를 조직한 권지웅 교사가 학생을 대상으로 운영하던 ‘점심특강’이 전신이다. 과학 교과에 인문학을 접목해 통섭수업을 실천하다 수업 시간에 못다 한 인문학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한 방법이었다. 그는 “수업연구회 소속 교사들이 동참하면서 지금은 매년 주제를 정해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업연구회는 한 가지 주제를 두고 여러 과목을 융합해 수업하는 ‘팀티칭 교과연계형 수업’과 한 과목에 인문학, 자연과학 등 여러 학문을 통섭해 가르치는 ‘통섭수업’을 연구한다. 인문학아카데미 외에도 매달 공식 모임을 열어 수업 발표와 세미나 진행, 수업 컨설팅을 진행한다. 또 매년 한 번씩 수업 연구 발표회도 열고 있다. 권 교사는 “혼자 공부하고 실천하던 통섭수업에 대한 이야기를 동료 교사들에게 들려줬던 게 계기가 돼 수업연구회가 꾸려졌다”고 설명했다.
과학 교사인 그가 인문학, 통섭에 관심을 가진 건 교직에 몸담은 지 4년 정도 됐을 무렵이다. 열심히 가르쳤지만, 시험이 끝나는 순간 배운 내용을 기억하고 싶어 하지 않는 학생들의 모습을 목격한 때였다. 자신의 수업을 돌아볼 계기가 된 것이다. 그날부터 권 교사는 교육학 책을 펼쳐 들고 수업 방향에 대해 고민했다.
그는 “교육이론을 공부하고 수업에 적용했더니 교사는 지식의 전수자가 아닌 지식 창조능력을 키워주는 조력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면서 “에드워드 윌슨이 쓴 ‘통섭 지식의 대통합’을 읽은 후 자연과학과 인문학을 융합한 수업을 해보자, 마음먹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통섭은 인문학적인 감성으로 인간·자연·사회에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답을 자연과학적인 방법으로 찾아가는 것”이라며 “인문학과 자연과학은 함께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수업연구회가 지향하는 통섭수업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으로 진행된다. 가령 빅뱅을 가르칠 때는 고갱의 작품 ‘우리는 어디에서 왔고 무엇이고 어디로 가는가’를 감상하면서 ‘우리와 지구는 어디에서 왔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후기 인상주의와 고갱 등 미술사에 대해 알아보는 식이다. 그리고 질문에 대한 답은 과학적인 관점으로 설명한다.
권 교사는 “우리 학교에서 과학 과목은 인기가 좋은 편”이라며 “‘통섭수업을 통해 과학의 재미를 느끼고 인문학적 지식을 쌓을 수 있었다’는 학생들의 평가를 보고 그동안의 노력을 보상 받는 듯한 느낌이었다”고 귀띔했다.
그의 바람은 학교에서 자발적인 수업연구회가 많이 생겨나는 것이다. 교사끼리 서로의 성장을 자극하는 ‘성장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혼자는 힘들지만, 함께 하면 수월하다는 걸 경험을 통해 체감한 덕분이다.
권 교사는 “통섭수업과 융합수업, 수업연구회에 관심 있는 교사들이 있다면 그동안 축적한 노하우를 전하고 싶다”면서 이메일 주소(rnjs486@sen.go.kr)를 건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