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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대학 수시모집 합격자 발표 왜 하필 지금인가?

수시 모집에 최종 합격한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다


최근 수능 일(17)을 전후로 대학의 수시모집 최종 합격자 발표가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수능을 바로 코앞에 두고 수시모집 합격자 발표를 강행하는 대학의 처사에 가끔 화날 때가 있다. 합격한 학생은 다행이지만 안타깝게도 낙방한 학생들이 겪어야 할 심적 고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금요일(11) 점심시간. 한 아이가 나를 찾아 왔다. 수능에 올인해야 할 이 시점에 그 아이의 교무실 방문은 나를 당혹하게 했다.

 

○○, 수능이 며칠 남았다고 여유를 부리니?”

……

 

내 말에 그 아이는 대답 대신 고개를 떨궜다. 그리고 무언가에 충격을 받은 듯 조용히 입을 열었다.

 

선생님, 저 이제 어쩌면 좋아요?”

 

그 아이는 조금 전에 발표 난 수시모집 최종 합격자 발표에서 떨어졌다며 울먹였다. 무엇보다 합격할 것으로 생각했고 본인이 꼭 가기를 원했던 대학이라 불합격 소식은 그 아이에게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었다. 한편, 수능 시험이 채 일주일도 남지 않은 상태에서 최종 합격자 발표를 한 대학의 일방적인 처사에 은근 화가 났다.

 

사실 그 아이는 합격자 발표 이전까지 수능 준비에 최선을 다해 왔다. 그런데 오늘 대학의 불합격 소식에 큰 충격을 받은 듯했다. 그나마 두 개 대학의 합격자 발표가 수능 이후에 있어 다행이지만 이 후유증이 수능까지 이어지지 않을까 심히 염려스러웠다.

 

수시모집에 최종 합격한 학생 20명을 대상으로 질문을 던졌다.

 

먼저 대학 합격에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사람으로 아이들은 담임 선생님을 꼽았다. 한 학급의 경우, 합격자 10명 중 7명이 담임 선생님과 진학 상담하여 합격의 영광을 얻었으며 2명은 부모님과 상의하여 대학을 결정했다고 했다.

 

놀라운 사실은 입시전문가와 상담하여 대학에 합격한 학생은 단 한 명뿐이었다. 그 아이들은 담임 선생님과 진학 상담을 하지 않은 것에 뒤늦게 후회했다. 다음으로 부모님, 입시사이트, 입시전문가, 선배 순이었다.

 

대학과 학과 중 어느 것에 더 비중을 두었느냐는 질문에 아이들은 대학의 브랜드도 중요하지만, 졸업 후 취업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지원 학과에 더 큰 의미를 부여했다. 그리고 학교에 다니면서 필요에 따라 부전공을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수시 모집 지원 횟수를 물었다. 아이들 대부분이 평균 네 군데 이상 대학에 지원했으며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단 한 군데 지원해 합격한 학생도 있었다. 합격자 대부분이 한 군데 이상 최종 합격하여 수능에 대한 부담을 더는 듯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세부시행 계획에 의하면, 수시 모집에 최종 합격한 학생의 경우에는 구태여 수능에 응시할 필요가 없으며 수능 응시수수료 일부를 환불받을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아이들에게 수능 응시 여부를 물었다. 몇 명의 아이들만 제외하고 대부분이 수시 모집 합격과 관계없이 수능 시험을 보겠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수능 이후의 계획에 관해 물었다. 질문에 아이들은 여러 가지 답변을 내놓았다. 그간 대학 입시 준비로 수면이 부족한 탓일까? 아이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하나같이 잠을 충분히 자고 싶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어떤 아이는 그간 바쁘다는 핑계로 보지 못한 영화를 맘껏 볼 것이라고 했다.

 

여건이 된다면, 유럽으로의 배낭여행이나 어학연수를 다녀오겠다는 아이들도 뜻밖에 많았다. 심지어 한 여학생은 고교 학창시절 마지막 추억으로 전국 투어를 해보고 싶다고 하였다. 그리고 한 남학생은 입시 때문에 미뤄왔던 운동을 하면서 몸짱 근육을 만들고 싶다며 자신의 알통을 보여줬다.

 

이렇듯, 아이들은 입시라는 굴레에 갇혀 평소 하고 싶은 일을 제대로 못 하고 생활해 온 것 같아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한창 자신의 꿈을 펼쳐야 할 나이에 입시라는 멍에 때문에 멈춰 버린 아이들의 꿈이 수능 이후 꼭 이뤄지기를 기대해 본다. 아무쪼록, 우리 아이들이 며칠 남지 않은 수능에 흔들림 없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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