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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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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경영

[이달의 포인트] ‘사랑’이란 이름의 ‘관계’를 맺는 달

“소중한 사람을 만나는 것은 1분이 걸리고,
그와 사귀는 것은 1시간이 걸리고,
그를 사랑하는 것은 하루가 걸리지만
그를 잊어버리는 것은 일생이 걸린다.”

‘3월’하면 떠오르는 모습이 많다. 교정에서는 겨우내 준비하고 있다가 여기저기에서 푸릇푸릇 새싹과 새순이 싹터 올라오고, 조용하고 썰렁했던 학교가 초롱초롱 눈망울과 활기찬 움직임으로 부산스러워진다.

3월은 교사에게 있어서도 가장 중요한 달이면서 정신이 없는 달이다. 시업식, 입학식, 교육과정 설명회 등 행사에다 학생의 실태 파악하고 관계 맺기, 교육과정 수립·운영, 전문적 학습공동체 운영 계획, 각종 업무추진계획, 교실의 교육환경 구성 등 정신 없이 바쁜 달이다.

모두가 사랑이라는 이름의 관계에서 시작되는 내용들이다. 학생과 학생, 교사와 학생, 교사와 학부모 간에 1년 동안 행복하게 삶을 가꾸는 관계의 초석을 다지는 달이다.

교육의 기초는 신뢰

학교는 구성원과 신뢰 관계를 통해 긍정적인 자아를 빚는 곳이자 가치 있고 행복한 현재의 삶을 바탕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곳이다. 따라서 학교에서는 학생 한 명 한 명의 존엄성, 소질, 꿈을 존중해야 하며, 자기 주도적으로 삶의 역량을 기르는 학생중심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 학교장은 미리 학교비전을 명확히 세우고 교직원은 물론 학부모와도 공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민주적 의사결정, 존중과 배려, 공유와 협력의 전문성 함양, 역량 강화를 위한 창의적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는 민주적 학교 시스템을 구축하고 지원해야 한다.

교실을 행복한 미래의 삶의 터전으로 가꾸는 데는 교사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솔선수범하는 자세, 언행일치의 자세로 신뢰받는 교사가 돼야 한다.

영국의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알프레드 노스 화이트헤드는 “평범한 교사는 그냥 말한다. 좋은 교사는 잘 가르친다. 훌륭한 교사는 스스로 해 보인다. 그리고 위대한 교사는 가슴에 불을 지른다”고 했다. 2017학년도에도 제자들의 가슴에 불을 지르는 교사들이 가득하리라 믿는다.

언어학자인 정도상 박사의 핀란드 유학시절 일화를 들어보자. 정 박사는 아이가 다니던 유치원 교사의 면담 요청을 받았다. 아이가 핀란드어를 몰라 다른 아이들과의의 사소통에도 어려움을 겪을 뿐 아니라 교사인 자신과 의사소통을 할 수 없어 돌보기가 힘들다는 말에 가급적 빨리 집에서 핀란드어를 가르치라고 재촉할 줄 알았다고 한다. 그러나 교사는 자기가 한국어를 배워 아이를 돌볼 테니 한국어를 가르쳐 달라는 제안을 했다. 교사가 아이의 눈으로 돌아가 아이와의 관계를 맺겠다는 것이었다. 이런 마음이 우리 교사에게 필요하지 않을까?

관계를 맺는 첫 날을 위한 팁

1년 동안 가꿔갈 관계의 첫 만남은 시업식과 입학식이다.
시업식 날엔 새로운 친구, 새로운 담임교사와 관계를 갖는 날이다. 학생과 만나는 첫 날 서로가 믿음과 사랑으로 1년을 보낼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게 좋겠다. 서로 간의 인사와 함께 첫 날의 느낌을 이야기하는 시간, 1년 동안 함께 할 우리의 약속 정하기, 서로에게 바라는 내용 이야기하기, 담임교사의 1년간 학급 운영 계획 안내 등 1년간 행복하게 생활할 수 있는 관계를 시작하는 기회로 삼는 게 좋겠다.

유치원의 보살핌을 받던 시기에서 스스로의 자립을 시작하는 입학식 날도 마찬가지다. 아마 신입생들은 설렘, 호기심, 기대 등으로 벅차오르는 마음에 어찌할 바를 모를 것이다. 이를 고려해 상급생과 담임교사와의 관계를 중심으로 입학식을 진행해야겠다. 입학식장도 신입생들의 호기심을 이끌 수 있게 꾸미고, 신입생과 재학생이 함께 하는 입학식으로 형제 관계와 같은 우애가 시작됨을 알려줘야 한다. 입학식장에 손잡고 입장하기, 형들의 축하 공연, 형제 맺기 언약, 기념사진 촬영 및 인화하여 남기기 등 학교생활에 쉽게 적응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관계의 바탕을 만들어줘야 한다.

3월 중순 쯤에는 교육과정 설명회가 있다. 교직원과 학부모의 관계가 맺어지는 시간이다. 학교의 비전 공유, 교육과정의 충분한 이해를 위한 준비, 학년말 학부모의 토의를 통해 정한 학부모의 약속 알리기, 학생들의 학교생활을 위한 각종 연수 등 첫 단추를 바르게 꿰는 관계의 시작이 돼야 한다. 아울러 설명회가 끝난 후 갖는 담임과의 대화에서 담임교사와 학부모의 관계도 신뢰로 맺어야겠다. 담임교사의 교육 철학과 교육방향을 정확히 제시하고 학부모의 의견도 듣는 가운데 신뢰의 관계는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3월은 사랑의 관계를 시작하기 충분한 시간

필자가 근무하는 기흥초에서는 지난 12월 중순 학생, 교직원, 학부모가 함께 하는 대토론회를 열었다. 그 자리에서 기흥초를 한마디로 말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자연스럽게 “기흥초는 사랑입니다”라고 하는 학생들이 꽤 많았다. 학년 초 협의를 통해 ‘사랑합니다’를 인사말로 사용하기로 하고도 1학기 내내 어색해서 표현을 쉽게 하지 못하던 친구들이 이제 밝고 사랑스런 표정으로 ‘사랑합니다’라고 인사를 한다. 그리고 모두가 ‘사랑’의 효험을 느끼고 있다.

“생각이 말을 만들고, 말이 행동을 만들고, 행동이 습관을 만들고, 습관이 삶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생각과 말이 중요하고 지속적인 인성교육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학년 초부터의 이를 생활화하기 위한 존중과 배려의 교실문화가 필요하다.

장영희 교수의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에 실린 한 구절이 생각난다.

“소중한 사람을 만나는 것은 1분이 걸리고, 그와 사귀는 것은 1시간이 걸리고, 그를 사랑하는 것은 하루가 걸리지만 그를 잊어버리는 것은 일생이 걸린다.”

그렇지요. 만나고 사귀고 사랑하는 데 하루면 되는데 3월 한 달은 우리 학생들에게 얼마나 긴 시간인가. 일생을 좌우할 수도 있는 3월에 가져야 할 관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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