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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평준화가 되레 불평등심화?" 공방

'누가 서울대에 들어가는가' 심포지엄


서울대학교 사회과학연구원이 지난 25일 공개한 '입시제도 변화; 누가 서울대학교에 들어가는가'에 대한 보고서가 발표되면서 평준화 논란 등 여러 가지 사회적 파장을 불러왔다.

지난 27일 서울대에서는 이와 관련된 심포지엄이 열렸는데 주제발표 후 이어진 토론에서 평준화 문제를 놓고 격론이 이어졌다. 서울대 일부 학과만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로 평준화가 학력세습을 불러모았다는 것은 무리한 해석이라는 주장과 이번 연구결과가 평준화 정책이 실패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전면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첫 토론자로 나선 정재욱 전교조 정책실장은 서울대 보고서 제목을 본떠 '과학을 가장한 궤변;누가 가난한 자의 서울대 입학을 가로막는가?'라는 제목으로 토론문을 작성하는 등 평준화가 오히려 학력세습을 가져왔다는 보고서의 내용에 대해 강하게 반박했다.

정실장은 "서울대의 연구 보고서는 실증연구와 이 결과를 바탕으로 분석한 정책함의가 따로 노는 격"이라며 "'평준화'는 초·중·고로 이어지는 입시과열과 그로 인한 교육과정의 파행적 운영을 막기 위해 실시한 제도이지, 진정한 목적이 저소득층의 일류대 입학 가능성을 높이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도대체 서울대 입학과 평준화가 무슨 관계가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우수학생만을 차별적으로 교육해야 한다는 논리가 과연 교육적으로 타당한지도 극히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이주호 한국교육개발원(KDI) 국제정책 대학원 교수는 "연구 결과는 우리 교육의 불평등이 심화됐다는 것을 분명한 데이터로 보여주고 있다"며 "과거 저소득·저학력 부모들은 자녀의 일류대 진출 꿈이 있었지만 더 이상 이런 꿈 이루기 힘들다는 것이 주목해야할 결과다"라고 말했다.

또 "평준화는 학교교육을 획일화하는 과격한 정책"이라면서 "공교육의 수준저하에 실망한 고소득층이 대안을 사교육에서 찾는 건 당연한 결과고, 이로 인해 사회적 불평등이 오히려 심화됐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학교간 학력격차가 매우 심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실증분석 결과가 있다"며 "입시제도를 고치는 것으로는 대안이 될 수 없고 정부가 학력수준이 낮은 학교가 실제로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김홍원 한국교육개발원 학교교육연구본부장은 "학력세습은 사회가 안정화되고 소득과 부의 격차가 커지면서 생겨나는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본다"며 "평준화의 기본틀은 유지하되 수정 보완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평준화를 전면 개편할 경우 대단한 문제가 생긴다는 것은 이미 명약관화(明若觀火)한 일"이라면서 "공립은 평준화 유지하고 사립은 평준화 틀을 보다 완화해야하며 공립도 극히 일부학교는 자유롭게 해줘야한다"고 주장했다.

윤정일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이번 연구의 문제점부터 지적했다. "연구 목적에 비해 조사대상은 사회과학대 9개과로 편중돼 왜곡될 여지가 있다"면서 "서울대 20여개 교육기관 모두를 조사한다면 이와 전혀 다른 결과가 도출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30년간 학생들의 선호학과가 매년 변화하는데 사회과학대학 한 경우만을 분석해서 평준화가 어떻게 작용했는지를 분석하는 것은 상당히 무리한 해석이 아니냐"고 말하며 "세대간의 효과로 고학력을 가진 부모를 둔 학생이 공부를 잘하고 고학력자가 고소득자란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는 당연한 이치다"라고 말했다.

윤 교수는 "국가의 입시제도가 어떻게 변하든 서울대는 입시제도에 대한 자체 연구를 지속해 결과를 분석하고 독자적으로 고교수준을 평가해야 한다"며 "이미 고교 내신은 성적 부풀리기로 믿을 수가 없어 학교의 차이를 구분할 기준이 없는데 입학생의 출신 고교 성적과 대학 입학후의 성적을 비교하는 등의 연구가 필요하다"고 보완 연구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는 또 "같지 않은 것을 같게 하는 것은 불평등"이라며 "평준화는 국공립은 원칙적으로 적용하고 희망사학에만 평준화를 적용하는 것이 옳으며 우수학생이 역차별 받지 않으려면 고등학교 자체특성을 철저히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수일 교육인적자원부 학교정책연구실장은 "의도하지 않았어도 서울대라는 상징적인 의미와 사회적 파장이 컸던 만큼 부유층 자녀의 서울대 진학, 학력세습 등의 원인이 평준화인 것처럼 비쳐지는 것은 유감이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실장은 "평준화가 최고의 정책이라고 할 수 없지만 모든 문제의 근원이 평준화는 아니다"라면서 "구체적 대안 없이 해제를 주장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고 말했다. 또 "교육부는 평준화 유지가 기본 정책임에 흔들림이 없고 다만 많은 문제를 적극 보완하기 위해 대책마련에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선진국의 대학들은 학생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보고 미래지향적 인재를 선발하는데 비해 이번 보고서는 과거의 요인을 가지고 인재를 판단하는 과거 지향적 학력관에 기초한 것은 아닌지 돌아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연구에 참여한 서울대 경제학부 김대일 교수는 "공교육의 질이 우리가 원하는 만큼 높은가의 문제인데 실제로 그렇지 않기 때문에 사교육 수요가 높은 것"이라며 "사교육 지출을 공교육 정상화로 끌어들이자는 의도다"라고 밝혔다.

서울대 인류학과 김광억 교수는 "서울대가 이런 조사결과를 발표한 것에 대해 국민위화감 조성이라는 비난여론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를 공개한 것은 이를 시작으로 앞으로는 평준화를 확장·보완하든, 입시제도를 바꾸든 교육정책을 논할 때 실증적 자료를 분석해서 논의하는 풍토를 만들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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