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제자로부터 한 통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졸업 후, 제자는 오랜만에 소식을 전해왔다. 그래서일까? 녀석의 문자메시지가 왠지 반가웠다.
'무소식이 희소식'일까? 제자는 결혼을 알리는 모바일 청첩장을 내게 보냈다. 처음에는 제자의 나이가 20대 초반인지라 내심 제자의 결혼 소식이 믿기지 않았다.
재학 시절 아끼던 제자인지라 잠깐이라도 시간을 내어 결혼식에 참가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먼저 정확한 결혼 날짜를 알아보기 위해 청첩장을 살펴보았다.
확인 결과, 결혼식이 5월 황금연휴 때라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장소 또한 그다지 멀지 않아 결혼식에 참석하는 데 아무런 무리가 없었다. 우선, 결혼을 축하해줘야겠다는 요량으로 청첩장에 적힌 휴대폰 번호로 전화했다.
몇 번의 전화벨 소리가 울린 뒤, 제자가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반가운 제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여보세요?"
"OO아, 선생님이다. 먼저 결혼 축하해! 선생님이 꼭 참석하마."
제자가 전화를 받자마자, 나의 결혼식 참여를 먼저 알렸다. 그리고 담임인 나의 결혼식 참여에 좋아할 제자의 반응이 궁금했다.
"......"
그런데 내 말에 제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제자의 목소리를 듣는 데 잠깐의 휴지가 흘렸다.
"여보세요?"
"선~생님, 죄송해요.
죄송하다는 제자의 뜬금없는 말에 순간 당혹스러웠다.
"죄송하다고? 뭐가?"
제자의 말은 그간 연락을 자주 못 한 것에 대한 죄송함으로 받아들여졌다.
"선생님, 그 결혼 청첩장 가짜입니다. 오늘이 만우절이라 거짓말한 것인데, 선생님께서 이렇게까지 진지하게 받아들이실 줄 몰랐어요. 죄송해요. 선생님!"
제자의 말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한참을 망설였다. 무엇보다 오늘이 만우절이라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더군다나 제자가 보낸 청첩장이 너무나 적나라해 그것을 가짜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우절인 오늘 제자의 가짜 청첩장에 다소 당혹스러웠지만, 졸업 후 오랜만에 제자와 연락을 하게 돼 기분이 좋았다. 제자는 자주 연락할 것을 약속하며 전화를 끊었다. 나 또한 진짜 결혼을 하게 되면 꼭 연락을 줄 것을 주문했다. 제자와의 전화를 끊고 난 뒤, 방금 일어난 일을 생각하니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