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교직에서 은퇴 후 새로운 제2인생을 살고 있다. 은퇴하자마자 방송대 관광학과에 신입생으로 입학했고 요리교실, 기타교실, 수원예술학교에 다녔다. 은퇴 2년 차에는 수원시평생학습관에서 열리는 뭐라도 학교 ‘인생수업 6기’를 수강하고 있다. 이 학교는 액티브 시니어들이 모여 새로운 도전을 꿈꾸는 베이스캠프다.
얼마 전에는 1박2일 워크숍을 다녀왔다. 이 과정은 필수과정이어서 반드시 참여해야 수료가 된다. 강의실에서 수강만 하다가 밖으로의 외출, 설레기도 하지만 워크숍 프로그램에 대해 기대도 크다. 학습관에서 오전 10시 30분, 약속시각에 맞춰 버스는 출발한다. 한 시간 여 지나니 우리가 머물 마리스타 교육관에 도착하였다. 한강이 내려다보이고 건너편에는 국회의사당이 보이는 전망 좋은 곳이다.
제1일차는 ‘뭐라도 학교 자세히 들여다보기’다. 우리 수강생들이 인생수업을 마치고 나면 입학할 학교가 뭐라도 학교다. 김정일 학교장은 이 학교를 졸업이 없는 학교, 은퇴가 없는 직장으로 소개한다. 졸업장은 임종 때 드린다고 한다. 여기에서 배움이 일이 되고 일이 놀이가 되게 만들자고 한다. 은퇴에 부정적 인식을 버리고 긍정적 생각을 갖자고 강조한다. 인생 후반기가 황금기라는 것이다.
뭐라도 학교의 사명은 시니어의, 시니어에 의한, 시니어를 위한 학습단체로 시니어가 즐겁고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핵심 가치가 ‘뭐라도 배우고 뭐라도 나누고 뭐라도 즐기고 뭐라도 행하자‘이다. 배움과 나눔과 즐김, 행함이다. 시니어 전문역량 개발과정과 우리들 교실을 소개한다. 시니어 사회공헌사업으로 일대일 컴퓨터 교실, 어울림 한마당, 추억 디자인 연구소, 웰다잉 사업단, 야그 팟캐스트를 소개하는데 우리들이 앞으로 활동할 무대다.
저녁 식사 후 레크리에이션 시간은 우리들 사이의 벽을 허물게 하였다. 강의장이 오랜 시간 웃음으로 가득 찼다. 언제 우리가 이렇게 땀을 흘려가며 맘껏 웃어 보았는가? 이어진 우리들만의 커뮤니티 시간. 나의 인생 그래프를 그려보면서 각자의 생애를 돌아보았다. 인생노트에 기록할 3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분임별로 발표하면서 다른 사람의 삶도 살펴보았다.
대부분의 삶이 순탄하지 않았다. 삶의 굴곡은 누구에게나 있었다. 부모님 사업 실패로, 보증을 섰다가 집안 탕진한 이야기도 있었다. 교통사고를 당해 움직일 수 없는 아내를 위해 남편이 3개월 간 간병한 이야기는 가슴을 뭉클하게 하였다. 고통의 순간을 이야기하면서 마음 속 응어리가 풀어지는 체험도 하였다. 얽히고설킨 우리들의 실타래는 행복했던 순간을 이야기하면서 다시 밝은 분위기가 됐다.
인생 노트의 세 가지 질문은 '내 인생의 가장 힘겨웠던 순간 두 가지는?' '내 인생의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5년 후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이다. '내가 버려야 할 것들'을 종이에 적어 보는 시간도 있었다. 누구에게 보여 주는 것도, 발표하는 것도 아니고 스스로 고백하는 것이다. 나는 내가 버려야 할 것 네 가지를 적은 종이를 구겨 쓰레기통에 넣었다. 그런 행위를 통해 떨쳐버리려는 것이다.
수강생들 서로를 알게 하는 ‘칭찬의 글쓰기’ 시간도 있었다. 자기 이름을 자음과 모음으로 나누어 상대방으로부터 칭찬의 글을 받는 것이다. 삼행시는 여러 번 해 보았지만 9명을 만나서 칭찬 받기는 어렵다. 다만 수강생들 상호간에 마음의 문은 열렸지만 서로를 잘 모르는 가운데 칭찬을 한다는 것은 형식적이거나 피상적일 수 있기 때문에 더 가까워진 다음에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이어 늦은 시각까지 서로를 마주보면서 자기소개의 시간을 가졌다. 참가자 모두에게 차례대로 발언권이 주어져 다른 참가자의 발언을 경청하면서 상호 이해하는 시간이 됐다. 여기 모인 분들이 그냥 모이신 분들이 아니라 자기 인생을 충실히 가꾸어 오신 분이라는 것을 느꼈다. 분위기 조성을 위해 맥주, 음료수, 과일, 과자 등의 간식을 손수 준비해 나누어 준 진행팀의 따뜻한 손길이 있었다.
제2일차에는 서울시 50플러스 서부캠퍼스를 방문했다. 여기에서 책자 세 권을 받았는데, 제목이 ‘오십, 새로 배우기 좋은 시절’ ‘50 이후의 삶이 즐거워지는 캠퍼스’ ‘50, 아직 할 수 있는 게 많은 나이’다. 100세 혁명시대를 맞이하여 50대 이후의 삶에 대해 국가나 지자체가 미리 세심히 신경을 써야 할 과제임은 부인할 수 없다.
이어진 특강 주제는 허남철 박사의 ‘50+ 삶, 어떻게 살 것인가?’ 그는 “열심히 살아 온 우리는 존중 존경 받아 마땅한 사람”이라며 “자존감, 지긍감, 자부심이 모티브가 되어 활동하자”고 말한다. 그리고 “50대 이후의 삶에 더할 수 있는 것은 보람, 기여, 공헌, 봉사하는 삶‘이라며 ”고 동안 살아 온 경험에 오늘의 열정을 더하여 가슴 뛰는 내일을 시작하자“고 강조했다. 인생 2막에서 중요한 것은 건강, 돈, 일(활동), 인간관계인데 일을 통해 건강하고 생산적인 삶을 영위하자고 말한다.
이제 1박2일의 워크숍이 모두 끝났다. 워크숍 이후 수원시평생학습관 강의실 수강 분위기는 더욱 힘이 넘치고 화기애애해졌다. 진행팀 한 분이 나에게 인터뷰를 요청하면서 뭐라도 학교를 정의 내리라고 주문한다. “뭐라도 학교는 인생 후반전을 사는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 자신감을 주는 학교로 은퇴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입학해야 할 필수코스의 학교입니다.” 인생수업, 참으로 좋은 수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