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 피어있는 정든 내 고향.........”
나훈아 씨의 구성진 목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빨리 고향으로 달려가고 싶은 충동을 느낄 때가 많다. 유행가 가사에도 등장할 정도로 옛날에는 흔한 꽃이 코스모스였다.
신이 세상을 만들 때 가장 먼저 만들었다는 코스모스, 흰색은 소녀의 순결, 붉은 색은 소녀의 순애를 상징한다는 코스모스의 꽃말은 '순정, 순결, 진실, 애정'이다.
아마 신이 가장 먼저 이 꽃을 만든 이유도 우리 인간들이 서로 사랑하고 진실하게 살아가라는 오묘한 섭리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어릴 적 초등학교 등하교 길에도 코스모스가 있어서 심심하지 않았다.
“얘들아, 우리 술래잡기 하자.” 친구들과 함께 놀이를 하고 소꿉장난을 할 때도 도로 양 옆으로 활짝 피어있는 코스모스는 언제나 방긋 웃는 얼굴로 우리들을 반겼다. 신작로 가에 서서 해맑게 웃고 있는 코스모스의 가냘픈 흔들림 속에서 우정의 꽃이 피어났고 신작로 가에 우리들이 심어놓은 코스모스가 활짝 피어서 소담스레 피어오르는 모습을 볼 때마다 기쁨도 가득 피어올랐었다. 발이 부르트고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도 형형색색의 코스모스를 보고 있노라면 피로가 싹 풀렸다.
그 때는 ‘애향단’이라는 활동이 있었는데 아침 일찍 일어나 마을길도 쓸고 때로는 빈 공터에 콩도 심었고 마을 입구 행 길 가에 코스모스를 심기도 했다. 코스모스에 앉아있는 벌을 잡으려다 벌에 쏘인 적도 있었고 길가에 피어 있는 코스모스를 꺾어다가 물병에 꽃아 두고 향기를 맡기도 했다.
어릴 적 모습을 회상해보면 코스모스와 같은 들꽃들과 더불어 사랑을 속삭이며 욕심 없이 살면서 친구들끼리 변함없는 따뜻한 우정을 꽃피웠던 것 같다.
벌써 교직 생활을 시작한지도 26년의 긴 세월이 흘렀다. 요즈음 아이들은 무엇한 부족한 게 없고 풍부하지만 어릴 적 내 모습과 비교해보면 왠지 행복하지 않아 보인다. 들로 산으로 마음 껏 뛰놀고 부대끼며 지냈던 어린 시절이 마냥 행복했는데 입시위주의 교육이 초등학교까지 영향을 미친 것 같아 안타깝기만하다.
아이들에게 자그마한 행복이라도 보장해주려고 몇 해 전부터 5교시에는 가급적 바깥놀이를 실시하고 있다. 1, 2학년의 통합 교과 영역을 재구성해 아이들에게 놀이시간을 확보해주려는 의도에서다. OECD 국가 중에서 우리 아이들의 놀이 시간이 가장 적다고 한다. 교직생활을 하는동안 초등학교 저학년에서나마 아이들에게 놀이 시간을 보장해주고 다양한 놀이 방법을 알려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