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비행 끝에 프랑스 샤를 드골 공항에 도착을 했다. 여행자의 마음을 무장해제 시킬 수 있는 김치가 있다는 게 큰 위안이 된다. 개선문은 에펠 탑과 함께 파리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명소로 나폴레옹이 전쟁에서 승리한 것을 기념하기 위하여 만든 것이다. 로마 티투스 황제의 개선문을 본떠 설계한 것으로 로마 시대에 개선 문 아래로 행진하도록 허락 된 사람은 영웅뿐이다. 영웅이라도 된 듯 개선문을 배경으로 멋진 포즈를 취해 본다. 아름다운 가로수와 낭만을 느낄 수 있다는 샹제리제 거리를 걸으면서 몸과 마음이 힐링이 되는 기분이다. 평소에 즐겨 마셨던 황금비율의 커피 믹스 맛에 길들여진 입맛에 강력한 도전장을 내민 것이 유럽에서 마셨던 진한 향의 커피다.
베르사이유 궁전은 궁전도 궁전이지만 다양한 꽃들이 어우러진 정원이 인상적이다. 잘 조성된 정원에서만큼은 꼭 흔적을 남기고 싶다. 에스까르고는 달팽이 6마리에 마늘과 기름이 어우러진 양념에 빵을 찍어 먹는 것이 전부다. 저녁에는 한식으로 닭볶음탕을 먹은게 그나마 다행이다. 동물적인 본능이 제대로 살아나는 때가 여행이다.
세계 3대 미술관인 루브르 박물관에서 황실 소유의 미술품을 감상할 수 있는 것은 크나큰 행운이다. 학창시절 교과서에서 배웠던 걸작품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큰 감동이 아닐 수 없다. 그림에 조예가 깊은 사람들이라면 그 감동은 배가되었으리라. 루브르 박물관은 1190년 지어졌을 당시만 해도 요새에 불과했지만 16세기 중반 왕궁으로 재건축되면서 그 규모가 커졌고 1793년 궁전의 일부가 중앙 미술관으로 되면서 궁전에서 박물관으로 탈바꿈되었다. <메듀사호의 뗏목>은 프랑스 낭만주의의 천재 화가 제리코의 작품으로 실제 일어난 비극적인 조난 사건을 다루고 있다. 생존자들이 13일간의 표류 뒤에 수평선 멀리 구조선을 발견하는 순간을 묘사한다. <모나리자>는 작품의 유명세만큼이나 촬영을 하는 사람들이 어찌나 많던지 작품을 잘 볼 수 있는 지점까지 가서 촬영을 했는데 감동의 순간이다. 쁘랭탕 백화점에 도착하기가 무섭게 물 만난 물고기처럼 이 물건 저 물건을 정신없이 사대는 ‘막사파’ 아주머니들의 모습만 보아도 재미있다. 특히 중국인들은 구매한 물건을 담아갈 여행용 가방을 따로 챙겨줄 정도로 ‘막사파’ 아주머니들하고는 비교가 안 된다.
백화점에서의 지루한 시간을 뒤로하고 세느강 주변을 거닐며 이국땅에서 모처럼 평화롭게 여유를 즐긴다.
프랑스에서의 마지막 일정을 마무리하고 기차로 밸포트로 이동해서 알프스의 보석인 융프라우로 향한다. 융프라우는 ‘젊은 처녀의 어깨’라는 뜻으로서 가장 높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알프스를 오르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좋은 방법이 산악기차를 타는 것이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온 여행자들은 알프스에 대한 기대와 설렘으로 이미 하나가 된 듯 눈인사를 한다. 광활하게 펼쳐진 대초원과 초원위에 비스듬히 지은 것 같은 착시현상을 느끼게 하는 집들, 그리고 한가롭게 풀을 뜯는 소들의 모습만으로도 평화로움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얼음궁전과 스핑크스 전망대는 아름답고 신기하다. ‘동굴 속에 얼음으로 궁전을 만들 수 있었을까?’ 인간의 위대함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이태리의 밀라노로 이동을 하는데 뱀처럼 구불구불한 산길과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절경 자체다. 경사가 급하고 길도 좁아서 잔뜩 긴장을 한 나머지 피곤했지만 잠을 잘 수가 없다.
밀라노 두우모 성당은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고딕 양식으로 135개의 첨탑이 있다. 스칼라 극장은 베르디와 푸치니가 오페라를 초연했던 곳이다. 갤러리아가 스칼라 극장과 두오모 성당을 연결해주고 있다.
베니스로 이동 중 차안에서 이탈리아 <칸소네>를 들었는데 고등학교 음악교과서에 나왔던 <라 스파뇨라(스페인의 아가씨>라는 노래가 흘러나와 반가웠다.
물 위에 떠 있는 아름다운 수상도시 베니스는 이탈리아의 진귀한 보배다. 베니스의 상인, 로미오와 쥴리엣, 한 여름 밤의 꿈, 오델로, 말괄량이 길들이기 등 수없이 많은 작품들이 이 곳 베니스를 배경으로 했다. 산마르코 광장과 베네치아의 해안은 알록달록한 가면을 쓴 베니스 사람들과 여행자들로 북적인다. 광장 입구로 들어서니 베니스의 상징인 사자와 에마누엘 2세의 동상이 있는 오벨리스크 기둥을 볼 수 있다.
곤돌라는 ‘흔들리다’라는 뜻으로 베니스에서 사랑을 이야기할 때 절대 빠져서는 안되는 요소다. 도시의 중요한 교통수단으로서 최대 6명을 태우고 2명의 뱃사공이 3미터 정도의 긴 노를 저으며 베니스의 특별한 분위기에 빠져든다. 자동차가 없고 골목 구석구석은 기계의 손길이 아닌 인간의 손길로 가득 차 있다.
리알토 다리는 물의 도시 베니스를 대표하는 다리로 베네치아의 중심부로 여행자와 현지인들로 북적거리는 랜드마크다. 아름다운 아치 모양과 다리 위에 늘어선 작은 점포들 때문에 유명해졌는데 산마르코 광장이 가깝고 주변에 어시장과 가게들이 많다. 이태리 사람들은 베니스에서 한 번 쯤 살아보면 하는 로망을 갖지 않을까하는 상상도 해본다.
베니스에서 약 4시간을 달려서 피렌체로 이동한다. 두오모 성당은 꽃의 성모 마리아 성당이란 약칭으로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피렌체의 대표적인 상징물이다.
성베드로 대성당은 로마의 주교좌 교회도 아니고 그렇다고 가톨릭교회 그 자체도 아니다. 가톨릭의 진원이자 그 자체가 하나의 도시 국가다. 미켈란젤로가 설계한 돔은 우아하고 강렬한 인상을 준다. 미켈란젤로는 1563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이 건물에 매달렸다. 성당의 엄청난 규모, 엄숙한 구성, 그리고 강력한 권위는 세계 곳곳의 대형 교회와 정부 건물 설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트레비 분수는 1453년 교황 니콜라우스 5세가 고대의 수도 ‘처녀의 샘’을 부활시키기 위해 만든 것에서 시작하여 1726년 교황 클레멘스 13세 때 지금의 모습을 완성했다. ‘진실의 입’은 산타마리아 델라 교회 입구의 벽면에 있는 대리석 가면으로 중세 시대 사람을 심문할 때 심문을 받는 사람의 손을 입 안에 넣고 진실을 말하지 않으면 손이 잘릴 것을 서약하게 한 데서 유래되었는데 진실을 말하더라도 심문자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무조건 손을 자르도록 미리 명령이 내려져 있었단다.
바티칸 박물관은 로마 교황청 바티칸 궁전 내의 기념물, 미술관, 회화관 등의 종합 명칭으로 박물관 내에는 각종 흥미로운 조각상이 있었는데 인상적이었던 것은 정력의 신과 아폴론 상이다. 아폴론 상은 인체의 완벽한 비율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왼손에는 활을 들고 오른손에는 등에 메고 있는 화살통에서 화살을 꺼내려는 모습을 묘사했다.
오랜만에 문화 선진국의 다양한 문물과 정신을 배울 수 있는 여행이었다. 다음번에는 좀 더 충분한 공부를 한 후에 여행을 떠나야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