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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가을, 평화를 찾아나서는 길

역설의 현장, 파주 DMZ 일원



하늘은 높고 공기는 투명하다. 산이 울긋불긋해지면 사람들의 얼굴에도 생기가 넘친다. 가을이 만들어 내는 풍경이다. 도시는 갖가지 축제로 들썩인다. 세상이 조금 시끄러워진다. 사실, 가을에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 것은 자연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그런데 나라 밖 세상은 조금 다른 이유로 시끄럽다. 지구에는 많은 나라 많은 사람들이 서로 다른 견해를 갖고 살고 있으니 당연한 거지만 요즘 분위기는 쉽게 넘기기 어렵다. 그 중심에 우리나라가 있고 또 그 내용이 ‘전쟁’이기 때문이다. 방송과 기사는 남북분단 이후 몇 년 만의 위기라고도 한다. 실제 이런 이야기는 큰 효과(?)를 발휘하는 것 같다. 외국에는 ‘한반도 전쟁설’이 파다하다고 한다. 사실, 위기는 맞지만 여러 가지 상황을 살펴보면-예를 들어 남북한 군사력 차이, 외국의 국내 투자 시설, 한국 거주 외국인 숫자 등- 극복할 수 있는 위기다. 
 
이처럼 우리나라 사람들과 외국인들이 생각하는 한반도의 상황 인식은 크게 다르다. 외국인 상당수는 6‧25전쟁의 결과 3‧8선이 생긴 걸로 알고 있다. 그러니 3‧8선과 휴전선을 같은 것으로 보는 경우도 많다. 이렇게 보면 우리가 더 나은 상황판단을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분단의 현실을 잘 모르거나 무시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생각도 든다. 세대별 인식의 격차도 크다. 그러므로 내국인과 외국인, 그리고 우리 안에서 세대 격차를 줄이는 방법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 그 방법 가운데 하나가 분단의 현실을 살펴볼 수 있는 장소를 찾아가는 거다. 여행은 같은 시선으로 같은 장소를 바라보는 기회를 만들어준다. 그 속에서 대화가 이뤄진다면 생각의 거리를 좁힐 수 있지 않을까.



분단의 끝, 통일의 시작을 여는 곳

나이가 조금 지긋하신 분들은 여러 이유로 임진각을 방문한다. 고향이 북한인 분들은 임진강 남쪽에 쌓은 망향단을 찾는다. 또 남북한 관계가 악화되거나 혹은 좋아지면 분단 상황이 걱정돼서 또는 분단이 사라질 것이란 기대감으로 임진각을 찾기도 한다. 임진각은 요즘 들어 더욱 유명해졌다. 이른바 철도와 버스를 이용한 다양한 ‘DMZ(비무장지대) 여행’ 코스가 생겼기 때문이다. 
 
임진각에 주차를 한 후 ‘DMZ여행’ 버스를 예약하고 들어가면 처음 가는 곳은 도라산역이다. 남북한이 경의선을 연결하는 과정에서 생긴 역으로 규모가 거창하다. 여기가 북한으로 들어가는 절차를 밟는 곳이기 때문이다. 개성공단이나 예전 개성 여행이 이뤄졌을 때 이 역이나 옆에 있는 사무소를 활용했다. 그런데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 남에서 북으로 넘어가는 통로에 표시된 것은 ‘출국’이 아니다. ‘출경’이다. 낱말 하나의 차이가 남북한 관계가 무엇인지 알려준다. 나라를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경계를 벗어나는 것이다. 참고로 도라산이란 이름은 고려에 항복하러 개성으로 가는 길에 가는 경순왕이 신라(라:羅)의 도읍지(도:都)인 서라벌을 돌아보며 눈물 흘린 산이라서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다음으로 방문하는 곳은 도라산 전망대. 원래 군사시설로 북쪽을 감시하던 곳을 전망대로 만들었다. 버스가 지나는 길 양 옆으로는 ‘지뢰’가 있음을 경고하는 철망으로 막혀있다. 그 긴장감 끝에 전망대가 있다. 멀리 송악산이 보이고 북한의 작은 마을도 보인다. 남한과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북한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 앞에 6‧25전쟁의 결과물인 휴전선, 곧 군사분계선(실제로 이 선을 표시해 놓은 것은 1292개의 나무 말뚝이다)을 중심으로 남쪽과 북쪽에 설치한 남방한계선, 북방한계선 철책 모습이 보인다. 많은 생각을 하며 보게 되는 장소다. 외국인들이 여기에서 한반도 분단현실을 확인한다는 것이 씁쓸하다.



제3땅굴의 긴장, 통일촌의 평화

다음 장소는 북한이 남침을 위해 판 제3땅굴로 78년에 발견됐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74년 고랑포에서 제1땅굴, 75년 철원에서 제2땅굴, 90년 양구에서 발견된 제4땅굴과 같은 맥락이다. 발견된 것만 이러하니 그렇지 않은 땅굴의 숫자는 더 많을 것이라고 한다. 재래식전쟁에서 적의 후방에 군사를 보내는 것은 유효한 전술이다. 그래서 명백한 휴전협정을 위반하면서까지 북한은 이 땅굴을 팠다. 땅굴을 보는 순간 여전히 남과 북이 어떤 상황에 있는지 깨닫게 된다.
 
대체로 마지막 일정은 통일촌이다. 마을을 둘러보는 것이지만 민통선 안의 가게에서 물건을 사거나 혹은 음식을 먹는 것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다. 흥미로운 건 마을 이름이 통일촌이라는 것. 가장 긴장감이 넘치는 곳에 ‘통일’이 붙어있다. 분단을 상징하는 장소에 통일이란 이름이 흔한 것은 아이러니다. 마치 비무장지대 바로 옆에 세계 최고 수준의 군사시설을 둔 것과 같아 보인다. 가끔 사람들과 독일 통일과 한반도 통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그럴 때 하는 이야기가 있다. 두 나라 사이에 가장 큰 다른 점은 ‘전쟁을 한 것’이라고. 그냥 적대적인 것과 전쟁을 동반한 적대감은 완전히 다른 감정을 낳는다. 그런 점에서 무력으로 통일을 하려 했던 북한의 남침은 비난 받아 마땅한 일이며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 그런 점에서 평화 통일을 지향하는 것이 마땅하다. 
 
통일촌을 끝으로 다시 임진각으로 나온다. 군인들이 경계를 서는 다리를 지나왔을 뿐인데 방금 본 곳과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사람 사는 곳은 좀 시끌벅적한 것이 좋아 보인다. 이제 살펴야 할 곳은 너른 주차장 건너편에 있는 평화누리공원이다. 오전 또는 오후 한 때의 긴장감을 추스르며 평화의 가치를 생각해보는 장소가 될 것이다. 



남북은 언제 함께 흐를까

임진각이 있는 파주는 교하(交河)라고도 부른다. 두 개의 강이 만나는 곳이란 뜻이다. 실제로 파주는 임진강과 한강이 교차한다. 만약 자유로를 따라 임진각으로 간다면 오두산 전망대가 있는 곳까지는 왼쪽에 한강을 끼고 간다. 그러다가 전망대를 지나면 그때는 남쪽으로 내려오는 임진강을 왼쪽에 끼고 간다. 이런 파주의 위치는 여러 지역을 통합하기 좋다는 평을 받았다. 두 강이 만나니 그 배후 지역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것이다. 실제 조선시대 광해군은 파주, 곧 교하로 도읍지를 옮길 것을 살피기도 했다.
 
사람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벽을 만들었지만 강은 쉬지 않고 흘러와서 만나고 있다. 생각해보면 사람들도 60여 년 전에는 강처럼 막히는 것 없이 서로 만나고 교류했다. 그러니 지금의 단절 상태가 당연한 것이 아니며 또 불편하다고 느끼면 좋겠다. 그런 이유로 단절을 보여주는 장소를 찾아가보면 어떨까. 도라산역에서 기차를 타고 서울 뿐 아니라 평양, 의주를 넘어 다른 나라로 갈 수 있는 날을 생각해보는 것도 함께. 

Tip> 대중교통 타고 파주 DMZ 여행하기

1. 기차: 코레일에서 DMZ-train 열차를 용산역-도라산역으로 운행하고 있어 기차를 타고 DMZ 관광을 할 수 있다. 승차권뿐 아닌 DMZ안보코스 패키지프로그램도 1일1회 운영해 편안하게 파주DMZ(도라산역, 도라전망대, 제3땅굴)를 돌아 볼 수 있다. 예약은 코레일 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다.

2. 버스: 파주시에서 운영하는 ‘오감만족 파주시티투어 평화안보여행’은 합정역에서 출발해 파주 임진각과 DMZ(도라산역, 도라전망대, 제3땅굴)를 관광하고 다시 합정역으로 돌아오는 일정이다. 월1~2회 금요일에 운영하며 예약은 파주시 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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