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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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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동화로 돌아보는 교단 50년] 마을공부방이 좋아요

방학동안 방치해 버린 농촌 아이들이 모여 공부하고 마을 청소하는 등의 활동으로 방학을 보내게 하여[새교실] 자습문제지의 표지에도 소개가 되고 동아일보에서 취재보도를 하였던 일을

마을공부방이 좋아요(1977)

 

 

 

새벽종이 울리네, 새아침이 밝았네..........”

아침 다섯 시가 되면 어김없이 학교 스피커가 큰 소리로 방송을 시작합니다. 각 마을에서도 마을 방송을 통해서 방송이 울려 퍼집니다. 아이들은 곤한 잠을 이기지 못해 눈을 비비지만 어른들은 어서 일어나 나가라고 독촉입니다.

경란아, 어서 나가야지. 어제도 지각을 했다면서 오늘은 지각을 안 하게 나가야지.”

아버지의 독촉에 경란이는 부시럭거리면서 일어나 옷을 챙겨 입습니다. 아침마다 마을 앞에 모여서 마을 안 길 청소도 하고 체조도 하면서 아침 늦잠을 자지 않도록 하는 애향단 활동의 하나이지만, 올해는 마을 공부방이 생겨서 마을 별로 활동 상황을 점수로 하여서 방학이 끝나면 상장을 주고 공부방에서 공부한 것을 시험을 봐서 표창을 하기로 되어 있으니까, 각 마을에서는 중, 고등 학교에 다니는 오빠, 언니들이 도와주기까지 합니다.

우리 학교는 멀리 남쪽 바닷가의 산골 마을입니다. 어찌나 교통이 불편한지 법적으로 벽지<교통이 불편한 지역으로 지정 된 곳>입니다. 그래서 이 고장의 학교에는 선생님들이 오래 계실 수도 없습니다. 너무 불편하여 오래 사시려고 하지도 않지만, 이 벽지를 오려는 분들이 너무 많아서 자주 바뀌는 곳입니다. 그런데 올 여름에 우리 학교에는 새로운 운동이 일어났습니다. 학교에서 가장 열심인 김영화 선생님이 이번 방학 동안에 우리 학교의 각 마을에 모두 마을 공부방을 만들어서 마을 별로 공부를 하는 운동을 벌인 것입니다.

 

각 마을의 마을 공부방 운영 계획서

각 마을의 이장님들은 이번 방학동안에 다음과 같이 마을공부방을 만들어 어린이들이 방학 동안에도 열심히 공부하고, 새마을 운동도 하여서 살기 좋은 마을, 열심히 공부하는 마을을 만들기로 하였습니다. 자기 마을의 어린이들은 20명 단위로 마을 공부방을 만들어 마을의 어린이들을 어른들<마을 명예교사>1개 공부방에 한 명씩 지도를 맡아주십시오. 이장님들이 지도위원이 되어서 어린이와 어른이 한 마음이 되어서 열심히 활동을 하여서 방학 중에 활동<마을 청소, 체육활동, 마을 공부방의 출석율>과 방학이 끝난 뒤에 실시하는 마을 공부방별 체육대회, 경시대회<고장의 역사, 한자, 각 학년별 기초학력>를 실시하여 종합 점수로 표창을 하고 영역별로도 표창을 하기로 하겠습니다.

다시 말해서 방학 중 활동, 체육대회, 경시대회 별로 1,2,3등을 표창하고 종합성적으로 1,2,3등을 표창하기로 하겠습니다.

0 방학 중 마을공부방에서 아침 활동은 530부터 630문까지 1시간이고, 낮에 공부하는 시간은 아침 8시부터 10시까지 2시간이며, 나머지 오전, 오후 시간은 자유 시간으로 개인별 방학과제를 하고 저녁 8시부터 10시까지 공부시간으로 합니다. 한자는 별도로 보내드리는 교재를 쓰시고 학년별로 수준을 정해 드렸으니, 그 분야만 공부 시키면 됩니다.

0 아울러 방학이 시작되기 전날인 722일에 각 마을 공부방의 명예교사와 지도위원의 회의를 하여 방학 동안의 활동에 대한 설명을 드리겠으니 빠짐없이 참석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이와 같은 계획에 의하여 각 마을에서는 마을 공부방을 열심히 운영하였습니다. 우리 버드내 마을의 마을 공부방은 대학을 다니다가 잠시 쉬고 있는 우리 사촌 선영수 오빠가 지도해 주기로 하였습니다. 본래 우리 마을은 학생 수가 적어서 늘 마을별 운동이나 공부에서도 다른 마을보다 앞서 본 적이 없는 마을입니다. 그래서 마을 어른들도 이번 기회에 일등을 한 번 해보도록 지도를 해보라고 영수 오빠를 밀어 주었습니다. 모두들 밤늦게까지 아이들을 지도하는 날은 밤참을 해다 주기도 하고 아이들이 말을 안 들으면 그 댁의 어른들에게 주의를 주어서 열심히 하도록 타이르게도 하였습니다.

, 오늘 밤은 그 동안 공부한 것을 시험을 봐서 우리 동네에서 가장 잘하는 어린이를 표창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빠는 오늘 낮 동안 마을에서 어딜 다녀온다고 나가더니 학교에 가서 시험지를 만들어 가지고 온 모양입니다. 30분 동안 한자 시험을 봐서 마을 이장님이 채점을 하여서 상장은 없지만 일등을 한 조경돈이에게 상품으로 공책을 두 권 주었습니다.

아이들은 이런 마을의 관심으로 더욱 열심히 공부를 하고 마을 청소도 아주 잘해서 여름이었지만 깨끗한 마을, 파리나 모기가 들끓지 않은 마을을 만들었습니다. 새마을 운동으로 마을 안길 청소를 하고 마을 안의 하수구를 청소하고 각 집의 화장실에 약을 뿌려서 파리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활동까지 빠짐없이 열심이었습니다. 김영화 선생님은 이런 우리 마을별 활동을 살펴보기 위하여 자전거를 타고 각 마을을 하루도 빠짐없이 돌아 다녔습니다.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면서 활동하는 모습을 일일이 촬영을 하기도 하고 열심히 활동하는 모습들을 보면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어느 마을에서는 마을 정자나무 아래서 공부하는 모습을 찍었고, 어느 마을에서는 회관에서 칠판까지 갖추고 한자를 열심히 가르치는 모습을 찍었습니다. 우리 마을은 언제나 밤에도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자랑으로 여겼지만, 마을 안길 청소와 하수구 청소 화장실 소독 등의 활동까지 가장 많은 우수 사례를 찍어 가셨습니다.


오늘은 김영화 선생님이 발등을 다쳐서 붕대로 싸매고 오셨습니다.

아니 김선생님, 이게 어찌된 일입니까? 어디서 발을 다치신 거예요?”

, 오늘 오전에 장수동에 가다가 쉬내 마을 앞에서 염소가 있길래 자전거를 내리려고 하는데 그만 염소란 놈이 놀라서 냅다 뛰는 바람에 고삐에 발등을 긁혔는데 그만 피부가 홀딱 벗겨졌네요.”

김선생님은 별거 아니라는 듯이 말씀을 하였지만, 붕대로 감은 발등에는 피가 배어 나오고 있었습니다. 약을 바르고 치료를 해야 하는데 여름에 단 하루도 쉴 틈이 없는 선생님의 발등은 탈이 나서 방학이 끝날 때는 절뚝거리며 걷는 모습이 몹시 아프신 모양이었습니다. 그러나 방학 동안에 단 하루도 쉬지 않고 각 마을을 돌아다니신 분입니다.

방학이 끝난 다음 날에 우리 학교는 각 마을별로 시험을 보았습니다. 각 교실에서 시험을 보았지만, 학년 반과 자기 번호가 아닌 마을 이름을 쓰고 자기 이름을 쓰는 것이 달랐습니다.

시험이 끝나고 채점을 하는 동안에 운동장에서는 마을별 체육대회가 열려서 이어 달리기가 진행 되었습니다. 마을 별로 방학 동안에 각 마을 별로 연습을 해온 것입니다. 각 마을별 활동 상황은 이미 김선생님이 일일이 각 마을을 돌면서 채점을 하였기 때문에 이미 등수가 정해져 있을 것입니다.


한자 시험과 각 학년별 기준 학력의 시험에서 어떤 점수를 얻느냐에 따라 부락별 등수가 결정 될 것 같습니다. 이튿날 아침 조회에서 교감 선생님은 각 영역별 등수와 종합 점수에서 입상한 부락을 불러 상장을 주었습니다.

우선 방학 동안 활동에서 1등은 우리 버드내가 2등은 한골, 3등은 배골이 차지하였습니다. 기준학력 시험에서는 1등에 기빠리, 2등은 쉬내, 3등은 우리 버드내에서 차지하였으며, 체육활동에서는 1등에 장수동, 2등에는 감나무골, 3등은 갓바위가 차지하여서 상장을 받았습니다. 종합 성적으로는 1등을 우리 버드내가 차지하였고, 2등은 기빠리가 3등은 배골이 차지하여 상을 받았습니다.

교감선생님은

이번 시험 성적은 방학 동안이 아니라 계속 학교를 다니면서 공부할 때와 같은 성적이며, 다른 해에 비교하여 평균 점수가 10점 이상 높은 좋은 결과를 나타냈습니다.”

고 칭찬을 하셨습니다.

이번 방학 동안에는 마을 공부방에서 열심히 공부를 하여서 방학 동안에 집에서 공부를 하지 않아서 점수가 뚝 떨어지는 일이 없이 오히려 점수가 오른 결과를 나타 내어서 대단히 좋아진 것입니다. 이렇게 여러분이 열심히 공부만 하면 언제라도 더 좋은 성적을 나타낼 수 있는 것입니다.”

하시는 교장 선생님의 말씀은 모두 기분이 좋게 만들었습니다. 더구나 우리 마을은 마을이 생긴 뒤로 처음 전교에서 일등을 하여 자랑이라고 하는 이장님의 칭찬을 들으면서 마을 잔치가 열리기까지 하였습니다.

이렇게 마을 공부방을 만들어 공부한 것이 너무 좋은 결과를 얻어서 가장 모범적인 일이라고 해서 서울에서 발행 되는 선생님들의 월간 잡지 [새교실]의 아침자습 문제지를 모은 책의 표지에 우리 학교의 사진이 실렸습니다. 한골 마을의 아이들이 정자나무 그늘 아래에서 공부하고 있는 모습의 사진이었습니다. 동그라미 안에 김영화 선생님의 사진이 실려서 우리 학교의 자랑이 되었습니다.

 

방학 동안에 이렇게 열심히 공부한 우리 마을과 다른 마을의 아이들은

방학 때마다 이렇게 열심히 공부를 할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지난여름 방학이 얼마나 보람찬 것이었는지 그립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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