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이런 교장이 있다니!
결함은 초기에 고치기는 쉽지만 발견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초기에 발견하거나 처리하지 않는다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결함을 발견하기는 쉬우나 수정하기는 어렵다. - 마키아벨리, ‘군주론’에서
회식 자리에서 동료 교감을 성희롱하고, 공금을 유용한 경기도 김포의 한 중학교 교장이 중징계 처분을 받게 됐다. 14일 김포교육지원청에 따르면 경기도교육청은 지난달 말 징계위원회를 열어 김포 모 중학교 교장 A(58)씨에게 정직 1개월의 중징계를 내렸다. 감사 결과, A 교장은 2016년 12월 회식 자리에서 교감 B(52·여)씨가 술을 마시지 않자 "그동안 예뻐했더니 더 예뻐지려고 술을 안 마신다"거나 "교감이 술을 안 먹으니 재미가 없다"는 등 성희롱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해 5월 충남에서 열린 부장교사 연수 회식에서는 "교감이 술을 따르지 않아서 기분이 나쁘다"며 "부장교사 회식에서는 술을 따라야 하지 않겠느냐"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2018. 1. 14. 연합뉴스에서 인용함)
나의 Me Too 캠페인 (회식 때마다 술 안 마신다고 힘들게 하던 관리자)
"장 부장은 다 좋은데 술을 안 마시는 게 마음에 안 든다. 나는 다 술 마시는데 혼자만 멀쩡한 정신으로 앉아 있는 사람 보면 나중에 흉볼까 봐 기분이 안 좋다. " 며 전체 교직원 회식 때마다 필자를 향해 언어적 횡포를 휘두르던 그 양반을 피해 늘 구석 자리를 찾곤 했던 기억이 위의 기사를 보는 순간 생각나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이런 기사는 단 한 번도 쓰지 않았지만 마음 속에 남겨두면 내 자신에게 미안해서 힘들어질 것 같아서 자판 앞에 앉았다. 치유되지 못한 상처는 트라우마가 되어 비슷한 얘기만 듣거나 보아도 치고 올라오기 때문이다. 가해자의 진솔한 사과를 받지 못하면 그 억울함이 풀리지 않기 때문이다. 잊고 싶어도 잊혀지지 않으니!
이건 불과 몇 년 전 일이다. 이미 퇴직한 분도 있고 아직도 현직에 있는 분도 있으니 걱정이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학교에서도 그런 일로 교사를 힘들게 하지는 않은지. 근무 중에는 냉철하다 못해 차가운 분인데 술만 들어가면 다른 사람이 돼버리는 관리자. 그래서 내가 보는 관리자의 기준에는 이런 것도 있다. 술을 마시고도 이성적인가, 술만 마시면 개(?)가 되는가. 술만 들어가면 제왕적 권위를 부리며 돌변하는 관리자가 어찌 그 양반뿐일까? 지면에 보도된 것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이제라도 자정 노력을 기울여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아울러 단 한 번의 일탈 행위만으로도 교단에 서지 못하게 해야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는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교단에서는 솜방망이로 그치거나 타지로 전출했다가 더 고위직으로 임용되는 경우도 보았으니 할 말이 없다.
다소 과격한 표현이지만 술을 먹고 보이는 언행은 관리자를 알아보는 척도로서 충분했다. 본성이 나오기 때문이다. 체질에 따라 술을 입에 대지 못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걸 가지고 회식자리 때마다 갈굼을 당하곤 했지만 따져볼 엄두를 내지 못한 내가 바보 같아서 이제서야 이렇게 고백 아닌 고백을 하는 자신이 부끄럽다. 누워서 침 뱉기이므로! 다른 직장도 아니고 교직 만큼은 인권의식이 결여된 비인간적인 언행을 휘두르는 사람을 골라내는데 철저한 장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소 폐쇄적인 곳이 학교이다. 아무도 불이익을 감내하면서 상사나 관리자, 동료교사를 내놓고 험담할 수 있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장 인간적이어야 하고 인권의식이 내면화 되어야 할 교단에서 벌어지는 슬픈 이야기들이 이제야 드러나는 것은 어찌할 수 없는 변화의 물결을 타고 있기 때문이리라.
아픈 기억은 시간이 흘러도 잊혀지지 않는 법이다. 그 교장에게 따져서 사과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한숨이 나오고 억울함이 가시지 않는다. 비인간적인 언행을 일삼아 주변의 동료교사들이 한꺼번에 학교를 떠나기도 했고 정신과 치료를 받으면서도 아무도 그 억울함을 문제 삼지 못하고 학교를 떠나곤 했으니. 내부고발자가 되는일은 용기를 가져야 하는 일이다. 나만 떠나면 되는데, 내가 조금만 참으면 되는데 하면서 그렇게 한숨만 쉬고 눈물을 흘리며 힘들게 학교를 떠났던 그 선생님들의 얼굴이 눈에 밟힌다. 선배 교사로서 방패막이가 되어주지도 못하고 그저 우리끼리 분노하고 위로만 해주었던 그 일들이 미안하게 떠오른다.
페덱스 1:10:100의 법칙을 교단에 적용하기를
불량이 생길 경우 즉각 고치는 데는 1의 원가가 들지만, 책임 소재나 문책 등의 이유로 이를 숨기고 그대로 기업의 문을 나서면 10의 원가가 들며, 이것이 고객 손에 들어가 클레임으로 되면 100의 원가가 든다는 법칙이다.
교단에 내부고발을 할 수 있는 곳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내 주변의 누구도 그걸 이용하는 사람이 없어 보인다. 우리의 시스템은 그다지 정밀하지 못해서일까? 오히려 억울한 사람이 더 당하는 사회 분위기 탓일까? 문제가 불거지고 매스컴을 타서 교육기관이 발칵 뒤집힐 때가 되어서야 겨우 솜방망이 처벌로 끝나는, 억울한 사람이 더욱 왕따를 당하는 시스템이 작동하는 것만 같아 답답하다. 필자 역시 관리자로부터 억울한 일을 당할 때마다 홀로 견디고 아파하며 힘들어 했을 뿐, 누구에게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결코 필자만의 경험은 아닐 것이다. 여교사들에게 성추행하는 관리자도 있었고, 대놓고 촌지를 요구하는 관리자도 있었으며 거절할 경우 인사상의 불이익을 주는 관리자 또한 있었으니. 이제라도 교단의 적폐를 들어내야 하지 않을까?
국가적으로 교육에 힘을 기울이고 엄청난 노력을 함에도 불구하고 세상의 시선이 싸늘한 이유는 페덱스의 법칙을 적용하지 않고 있는 탓이다. 100명의 선생님이 오랜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 잘 가꾸어 놓은 학교에 단 한 사람의 폭탄이나 지뢰 같은 교사나 관리자가 들어서면 황무지가 되는 데는 석 달도 가지 않는다. 교육계의 불량품은 공장의 불량제품에 비길 없을 만큼 치명타를 날린다. 불량품 1을 제거하지 못하면 100을 들이고도 원상복구를 하기 힘든 것은 물건을 만드는 공장보다 학교가 더 심각하다. 학교는 사람을 기르는 곳이니 시행착오로 되돌릴 시간조차 없기 때문이다.
교단 자정 프로그램으로 ' Me Too 운동'을
이 기회에 제안하고 싶다. 학교에서는 매달 학교폭력 설문 조사를 실시하여 학교에서 따돌림이나 성폭력, 괴롭힘을 당하는 학생들을 찾아내고 가해자도 찾아내는 일을 하고 있다. 우리 학교도 매달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실시하고 있다. 학생들도 억울함을 토로할 기회를 적극 활용할 뿐만 아니라 예방적 효과까지 거두고 있다. 이러한 방법으로 모든 학교 선생님들에게 매달 설문조사를 실시하는 방법을 제안하고 싶다. 그 방법은 온라인으로 철저히 비밀을 보장해주고 가해자를 색출하고 피해자를 구제해주는 프로그램을 범국가적으로 실시하였으면 좋겠다. 초기 단계에서 즉각 고칠 수 있는 시스템이 절실하다. 학생들에게 적용하는 학교폭력 설문조사 매뉴얼처럼 교사들에게도 적용시키되 철저한 비밀이 보장되어야 한다. 단 제도를 악용하여 억울하게 희생되는 사람이 없도록 하는 방안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시행만으로도 예방적 효과를 발휘하리라고 본다. 만약 사건이 발생되면 철저한 조사와 변호사를 선임하거나 정신과적 상담까지 병행하여 피해지를 구제해주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한 가해자는 단 한 번만으로도 중징계를 함은 물론 교단에서 퇴출하는 시책을 펼쳐서 쌀밥 한 그릇 속에 숨겨진 돌멩이를 걸러내는 자정 노력을 끊임없이 펼쳐야 한다. 교장이나 교사도 인간이기 때문에 완벽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인권을 무시하는 정도가 심한 경우에도 참고 견디거나 방치하여 1단계에서 고치지 못하여 일을 키우는 경우, 그 피해는 교사를 넘어 학생들에게 그대로 전가된다. 화재예방 매뉴얼처럼 '공직자 윤리 점검 프로그램' 같은 것이 수시로 작동되어야, 보이지 않는 감시 카메라 역할을 하지 않을까?
그러니 관리자가 되고 싶은 사람은 평생 쌓아온 포트폴리오 중에 인성과 사회성, 청렴과 정직성, 봉사와 기부하는 삶과 같은 덕목을 확인할 수 있는 지역사회나 근무했던 모든 곳의 동료교사 평가를 수치화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더욱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지금처럼 벽지점수나 1정 자격점수, 연구학교 근무 경력, 연구보고서, 등 승진 점수를 의도적으로 딴 사람이 아닌, 진정한 교육자를 찾아낼 수 있는 국가적 프로그램을 연구해 보았으면 한다. 보고서를 쓰기 위해 자신의 학급은 늘 자습을 시키던 교사, 교실은 엉망진창이면서도 상급 기관의 일이라면 발 벗고 뛰던 교사들이 버젓이 높은(?)자리에 올라 열심히 일하는 선생님들을 닦달하는 현장을 너무나 많이 보아왔기에 필자에게는 관리자를 보는 눈이 선하지 못해 늘 괴롭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오늘날 우리 교육이 안고 있는 문제는 시스템과 사람의 문제다. 관리자나 교사의 인성 문제가 거의 전부라고 생각한다. 세상이 아무리 혼탁해져도, 혼란스러워도 마지막 보루는 교육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국가의 교사 선발 정책부터 교육대학의 교사 양성프로그램, 현직 교사의 교단 메뉴얼에 이르기까지 '사람다운 사람'이 가르치고 관리자가 되는 시스템이 될 수 있도록 자정 노력을 해야 한다. 그리하여 수업하는 교사를 최고로 대우해야 제자들을 가르치는 그곳에서 행복한 교사가 되어 교실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자명한 이치이다. 제발 2018년에는 매체에 부끄러운 소식으로 오르내리는 관리자나 교사가 단 한 사람도 없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