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지난해부터 학교도서관 활성화 사업 5단계 계획에 따라 실시하고 있는 학교도서관 지원사업의 올해 예산이 당초 계획보다 대폭 삭감된 것이 알려지면서 일선학교의 원성을 사고 있다.
학교도서관 활성화 사업은 2007년까지 모두 3000억원이 지원되는 상당한 규모의 사업.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600억원을 지원해 1200개교에 학교도서관 기본시설 및 장서를 확충하는 2차년도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학교도서관 정보화 사업으로 61억원을 들여 114개교에 학교도서관 디지털자료실을 구축하고, 4개 시·도교육청에 디지털자료실지원센터를 구축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교육비특별회계에서 집행되는 교육부 본부의 예산이 기본계획에는 300억원으로 잡혀있었으나 4월 심사과정에서 200억원으로 축소됐다. 이에 따라 지원대상 학교수를 수정하거나 학교수는 유지하되 학교당 지원예산의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경북의 한 사서교사는 "3월초까지만 해도 학교도서관을 만들기 위해 교실도 확보하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최근 예산 삭감과 관련 올해 사업에 대한 전면 재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공문이 내려왔다"며 "총 100억원의 예산을 갑작스러운 EBS 서버 구축에 사용한다고 하는데 교육부의 무책임하고 일관성없는 태도로 인해 교사와 학생들은 온통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교육부 홈페이지에도 이에 대한 성토가 줄을 잇고 있다.
조영선씨는 "6개월전, 담당자들을 해외연수를 보낼 때만해도 학교도서관에 관해 적극적인 협력과 추진의 자세를 보여놓구서 왜 6개월만에 태도가 바뀐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김지혜씨도 "학교도서관 예산의 일부를 교육방송 서버구축용으로 사용한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어이가 없었다"며 "EBS 교육방송을 보는것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제대로 된 학교도서관에서 독서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황정근 교사는 "학교도서관 종합발전 5개년 계획은 선진국에 비해 너무나 뒤쳐진 교육 현실에서 조금이나마 희망을 심어주었던 사업이었다"며 "예산 삭감을 이제와 돌이킬 수 없다면 분명한 대안을 제시해 줄 것"을 요구했다.
초등학교에서 1년여 일했다는 비정규직 사서는 "자기주도적 학습과 창의성 교육을 내세운 7차 교육 과정의 의미가 학생들을 인터넷 방송 앞으로 내모는 것과 도서관에서 마음껏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중 어느 것에 더 부합하는 것"이냐며 "여기서 또 뒷걸음질 친다면 우리나라의 도서관사업 활성화는 또 다시 주춤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교육부관계자는 "특별회계에서 편성되는 것이기 때문에 미리 확보된 예산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예산이 줄어든 것이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신규사업 수요가 늘어 불가피한 점이 있고 다른 예산에 비해 도서관 예산은 그나마 양호하게 확보된 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올해 지원 못하면 내년도에 확대할 수도 있으므로 전체 목표치에 대한 변동사항은 없다"며 EBS 수능방송 때문에 예산이 줄었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