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육계 최고의 연구기관인 한국교육개발원(원장 이종재)이 각계 대표가 참여해 1년 가까이 심층 협의해 온 연구보고서를 논의 결과와는 달리 자의적으로 작성해, 참여자들을 우롱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3교원단체와 학부모·시민단체 대표, 각 시·도교육청 관계자 등 교육계 전체를 망라해서 한 차례의 대토론회와 8차례의 워크숍을 이끌면서 교원인사제도혁신방안(이하 교인혁)을 도출해 온 한국교육개발원이 그동안의 논의과정서 '현실성이 없다고 잠정 결론된' 교장선출보직제를 보고서 발표를 앞두고는 추진과제로 분류했다.
교인혁 공청회를 하루 앞둔 22일 정부종합청사 브리핑실에서 교육개발원 관계자는 '교사회, 학부모회, 학생회 법제화 방안과 병행하여 단위 학교의 자치구조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며, 더불어 교장선출보직제 시행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면서 '교장선출보직제는 학교자치의 맥락에서 제한적으로 수용하고 실험적 적용을 거쳐 확대하는 방향을 택할 수 있음"이라고 덧붙였다.
이보다 하루 앞서 지정토론자들에게 배포된 발표문에는 '교장보직제는 임용전 직위로 복귀하는 것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학교단위 자율운용 구조에서 교장의 역할과 권한의 변화를 수반하기 때문에 재직학교의 지원여부, 교장의 역할과 권한의 변화 여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기술돼 있다.
그러나 교인혁 논의과정서 교장선출보직제가 비현실적이라는 이유로 제외되자 7차 워크숍부터 전교조측이 교인혁을 탈퇴했고, 23일의 공청회에도 불참할 뿐만 아니라 이를 저지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는 상황에서, 교장선출보직제가 추진과제로 분류된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22일의 기자브리핑 전후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자치학교 모형에서의 교장선출제 실험 적용방안'은 이종재 한국교육개발원장의 아이디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에 대해 조흥순 교총 교권정책본부장은 "그동안 교인혁에 참여해 논의해 온 사람들을 기망한 것"이라며 "교육개발원은 보고서를 왜곡한 과정을 밝히고,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