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스승의 날 축하드려요."
"k구나. 그 동안 어떻게 지냈니?"
오래 전 스승의 날, 장미 꽃 한 송이를 받았습니다. 지금도 그 때 받았던 진한 감동의 순간을 잊을 수 없습니다. 좀 겸연쩍은 모습으로 장미꽃 한 송이를 건네는 k의 모습을 보면서 예전의 일이 필름처럼 떠올랐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인 k는 실어증에 걸린 아이처럼 거의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상처를 많이 받고 자란 k는 좀처럼 마음의 문을 열지 않았습니다. k는 발표를 거의 하지 않고 늘 혼자였지요. 그래서 체육시간이나 점심시간에 피구나 발야구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k를 여러 아이들 앞에서 인정해주고 번쩍 들어서 몇 바퀴 돌려주기도 했습니다. 그 때마다 다른 녀석들이 “선생님, 저도요.” 졸라대는 통에 몇 녀석을 돌려주고 나면 운동장이 빙빙 돌곤 했답니다. 한 k와 사육장 토끼풀을 뜯으러 다니면서 k와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k는 점점 말도 하고 가끔씩 웃기도 하였습니다. 그해 겨울 방학, “선생님, 심심해요. 빨리 개학을 해서 선생님과 친구들을 보고 싶어요.”
서툰 글씨로 쓴 한 장의 편지를 받았는데 편지를 보는 순간 왈칵 눈물이 나와서 견딜 수 가 없었습니다. 그 동안 잔잔하게 심은 사랑의 씨앗들이 결코 헛된 것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엊그제 햇병아리 교사로서 발령을 받은 것 같은데 벌써 27년이란 오랜 세월이 흘렀습니다. 첫 발령 때 쏟았던 정열을 지금 가르치고 있는 아이들에게도 사랑을 베풀며 최선을 다하는 교사가 되겠습니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스승의 날이 다가옵니다. 많은 교사들이 스승의 날을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저도 교사가 무슨 선물만 받는 사람처럼 속물 취급하는 게 너무 싫고 심지어 자괴감마저 듭니다. 심지어 주변에 많은 교사들의 말을 들어보면 스승의 날을 아예 없애거나 그 날은 휴일로 지정했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루빨리 헌법에 교권을 명시하고 교권이 회복되어 학부모와 학생이 교사를 존중하는 사회 풍토가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