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 성과급이 지급된 24일 교무실은 평소와 마찬가지로 조용했다. 성과급과 관련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누가 무엇을 받았는지(S, A, B)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괜한 말을 해 상대방의 자존심을 상하게 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인지 교사들은 각자 말을 아끼는 눈치였다.
그런데 이 조용했던 정적이 앞자리에 앉아 있던 정 선생의 말 한마디에 깨졌다. 정 선생은 받은 등급을 이야기하며 성과급의 부당성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허심탄회 이야기했다. 그러자 갑자기 교무실 분위기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교무실은 잠깐, 성과급 제도와 관련하여 교사 간 성토(聲討)의 장이 되었다.
열심히 일하는 교사가 그렇지 않은 교사보다 더 대우를 받는 것이 당연한 이치라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인데 막상 성과급이 결정되면 화가 난다며 금전으로 교사를 차별하는 것에 불만을 토로했다.
나름대로 일 년간 최선을 다했음에도 최하등급(B등급)을 받았다며 최 선생은 그 이유를 알고 싶어 했다. 그리고 수업 시수는 많은데 담임을 하지 않아 중간 등급(A등급)을 받은 김 선생은 담임을 안 한 것을 몹시 아쉬워했다.
학교가 마치 교사 간 경쟁을 부추기는 곳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교사들이 많았다. 어차피 교원 성과급이 현행 규정상 차등 지급(S등급: 30%, A등급:40%, B등급: 30%) 되는 이상, 교사들의 이런 논란은 계속될 것이다.
교사 간 위화감을 조성하고 논란의 여지가 많은 이 제도를 정부가 폐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을 제기할 때가 많다. 최근 이 제도의 부당성을 알고 성과급 제도의 폐지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쏟아진 글도 많다는 보도를 접한 적도 있다. 하물며 교육부는 교원 성과급의 부정한 지급 여부(담합, 균등 분배, 순환등급제 등) 실태 점검을 한다고 하여 교사들의 불만을 샀다.
교원 성과급을 위한 평정 기준(수업시수, 업무 곤란도, 연수시간 등)이 학교마다 다소 차이가 있으나 담임 기피 현상을 막을 수 있는 최선책이 성과급제도라며 이 제도의 폐지를 반대하는 극소수의 관리자도 있으나 관리자들 또한 성과급이 교사 간 인화 단결에 큰 걸림돌이라며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가르치는 일과 학생 지도 및 학교 업무로 이중 삼중고를 겪고 있는 교사에게 위로는커녕 불합리한 제도로 더욱 힘들게 하고 있지나 않은지 정부는 곱씹어 봐야 한다고 일부 교사는 주장했다. 열심히 일하는 교사가 대우받는 교육 현장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교사 모두가 만족하는 성과급 제도가 정착되기를 바랐다.
이번 성과급에서 최고 등급(S등급)을 받은 박 선생의 농담 섞인 말 한마디와 B등급을 받은 교사들을 위해 한턱 쏜다며 던진 이 선생의 말이 그나마 위로가 되었다.
박 선생: "교사가 아이들 가르치는 데 차별화가 웬 말!"
이 선생: "교사 일이 거기서 거기 아닌가? 열심히 일한 선생님 모두가 S등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