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에 보수·진보 따로 없어
진영논리 폐해는 결국 학생들
누가 교육 살릴 후보인지
유권자들의 꼼꼼한 검증 필요
민선 3기 교육감 선거가 6일 앞으로 다가왔다. 완주(完走)를 향해 달리는 59명의 후보자들이 사활을 건 선거전을 펼치고 있지만 유권자들의 관심도는 여전히 낮다. 선수만 있고 관중은 없는 꼴이다. 13일 밤이면, 일반인들이 생각지 못할 정도의 막강한 교육행정 권력을 손에 쥔 17명의 교육감이 가려진다.
‘교육대통령’ 탄생이 예고돼 있지만 유권자들이 후보자에 대해 알 수 있는 정보는 언론에서 보수·진보로 나눠놓은 타이틀뿐인 것이 현실이다. 현 정부나 특정 교원단체 지지여부 등의 단편적 사실로 그들은 보수후보이거나 진보후보가 됐다. 교육자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갖췄는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한 행정력이 있는지는 확인하기 쉽지 않다.
유권자들은 스스로를 보수라 생각하거나 보수 성향을 선호하면 보수 타이틀을 가진 후보를 찍을 것이고, 진보는 진보의 선택을 할 것이다. 마땅한 판단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후보들이 특정 정당을 상징하는 색(色)을 차용하거나 정당 후보들과 동선(動線)을 같이 하는 등 자치단체장 선거보다 더 정치적인 선거를 치르며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위협하지만 정치권은 제도개선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2010년 서울에서는 보수후보 6명에 진보후보 1명이 맞붙었고, 2014년에는 3대 1로 치러졌다. 똘똘 뭉친 진보후보가 30%대의 낮은 득표율로 당선된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 다른 시·도에서도 마찬가지 결과가 나왔다. 4년 전 진보는 13곳에서 이겼고, 보수는 4곳에서 당선자를 냈다. 이번 선거도 보수·진보 프레임이 당락을 가를 것이라는데 이견이 크지 않다.
보수·진보의 잣대로 선출된 교육감들은 임기 중 교육본질의 추구보다 그들 진영의 색깔을 강화하는 정책을 펼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교육을 혁신한다며 학교를 들쑤시기도 하고, 학생들 인권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선거에 도움을 준 사람들에게 자리를 나눠주거나 다양한 방법으로 선거비용 보전에 나섰다가 망신을 당하는 예도 비일비재하다.
하윤수 한국교총 회장은 최근 언론 기고문에서 “교육감은 학생의 실력을 향상시키고, 교육의 거버넌스를 건강하게 만들며, 교육의 안정과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며 “개혁과 혁신이라는 미명하에 교육정책을 함부로 재단하고, 마음대로 교육제도를 바꿔서는 안 되며, 교육법정주의로 교육의 불안과 혼란을 과감히 떨쳐내야 한다”고 밝혔다.
홍후조 고려대 교수는 5일 본지와 통화에서 “지금의 선거제도에서는 후보자가 가진 전문성과 도덕성 등을 검증하기 어렵고, 오로지 정치에 능한 사람을 뽑을 수밖에 없다”며 “유권자들이 공약을 꼼꼼히 살피는 한편 교육의 미래를 생각하는 투표를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병환 한국교육정책연구소장도 “교육감 직선제의 문제점은 너무 많이 드러났지만 개선의 여지는 보이지 않는다”며 “유권자들의 현명한 판단만을 기대하는 것은 정치권의 무책임”이라고 꼬집었다. 안 소장은 또 “교육감 선거가 진영논리에 빠지면 그 폐해는 고스란히 자라나는 아이들과 학부모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애당초 잘못 설계된 교육감 선거제도가 문제이지만 제도 탓은 나중으로 미루고, 이제라도 누가 우리교육과 이 나라를 살릴 후보인지 따져봐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좋은 교육감’은 오로지 유권자의 손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