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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오래 서있는 교사들의 고민, 하지정맥류

"선생님 다리는 안전하십니까?"


류정익(가명·51)교사는 최근 병원에서 하지정맥류 판정을 받았다. 고교 교사로 22년째 몸담고 있는 류 교사의 하루 평균 정규 수업은 4시간 정도. 이는 그나마 나아진 편이다. 과거에는 보충수업까지 챙기느라 평균 6시간 가량 서서 수업을 진행해야했다.

처음에는 다리가 아프고, 저린 증상에서 시작해서 최근에는 50분 수업 동안도 서있기 힘들만큼 증상이 악화돼 점차 수업 중에 교탁이나 칠판에 기대어 서 있는 경우가 늘어났다. 항상 아픈 다리가 고민이었던 류 교사는 우연히 '하지정맥류'에 대해 알게 됐고, 검진 결과 증상이 심해 수술까지 받아야 했다. 류 교사의 경우와 같이 하지정맥류로 고생하는 교사들이 늘고 있다. 오래 서서 일하는 교사들의 고민, 하지정맥류에 대해 알아봤다.

#교사, 간호사 유병률 일반인의 7배
하지정맥류란 다리 혈액순환에 이상이 생겨서 정맥혈관이 늘어져 다리에 푸르거나 검붉은색 혈관이 꽈리처럼 부풀어 다리 피부를 통해 튀어나오는 일종의 혈관기형을 말한다. 직립보행과 함께 시작된 질환으로 선천적으로 정맥벽이 약하거나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고 서서 일하는 경우에 주로 발병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구 100명당 3명 꼴로 발생하는 질환으로 국내환자만도 100만 여명에 이른다.

주요 증상은 외견상으로는 다리에 정맥이 두텁게 드러나 보이며, 뻐근하거나 무거운 느낌과 함께 통증이 수반된다. 거미줄처럼 얽힌 푸른 핏줄이 피부위로 비쳐 멍이 든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정맥류는 병 초기에 자각증상이 거의 없는 것이 특징이어서 더욱 주의를 요한다.

하지정맥류 전문 치료 병원인 서울 강남연세 흉부외과, 부산 김창수 의원, 천안 고종관 의원 등 세 곳에서 2002년에 실시한 조사에서 하지정맥류는 직업적으로 오래 서서 근무하는 사람들에게 발병 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정맥류 환자들은 대부분 교사, 백화점 판매원, 간호사, 외과의사, 스튜어디스 등 직업상 오랫동안 서 있어야 하는 직업군의 사람들인 것으로 밝혀졌다. 또 일반인에 비해 장시간 서서 근무하는 사람의 유병률이 7배가량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강남연세 흉부외과 김해균 원장은 "특히 초등교사의 경우 서서 일하는 강도가 세고 여교사는 퇴근 후 가사 일로 연결돼 서 있는 시간은 더 길다고 볼 수 있다"면서 "여성은 남성에 비해 하지 정맥류가 나타날 가능성이 2배 이상 높아 여교원의 경우 더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서 일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게 하지 정맥류 발생이 쉬운 것은 단순하게 말하면 혈액 순환이 잘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다리의 정맥혈이 심장으로 잘 올라가지 못하고 다리 쪽에 고이면서, 혈관이 부풀어 피부에 비치거나 튀어나오게 되는 것이다.

#교사 직업병 인정 사례 없어
하지정맥류가 직업적으로 오래 서서 근무하는 사람들에게 발병 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났지만, 현재까지 인정받은 것은 지난 1월 전북대병원 간호사 두 명이 근로복지공단전주지사에서 산재로 첫 인정된 것이 유일하다.

산재가 인정된 간호사들은 수술실에서 15∼19년 근무해왔고 입사 8년후부터 하지정맥류 증상이 나타났으며, 통증을 느끼면서 탄력스타킹이나 붕대를 감고 일해야 하는 정도로 심해져 급기야 2003년 12월에는 수술할 정도로 증세가 악화됐다.

두 간호사는 수술실에서 근무하면서 하루 6∼8시간 꼬박 서서 근무했고,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8∼10시간 정도도 서서 근무했다. 또한 정형외과 수술은 골접합수술이 많아 C-arm(연속적 방사선촬영)을 이용하여 수술하는데 방사선피폭으로부터 보호받기 위해 무거운 '방사선 방지가운(4.5㎏무게)'을 입고 서서 일했으며 수술여건상 무거운 기구(9∼16.6㎏)들이 많아 옮기는데 많은 무리가 있었다.

이렇게 간호사가 산재 인정을 받았지만 아직까지 교사의 경우 하지정맥류가 직업병으로 인정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교사의 재해 보상을 담당하고 있는 공무원연금관리공단 관계자는 "아직까지 직업병으로 인정된 사례는 없고 신청 건수도 미미하다"며 "공무가 원인이 된 질병인지, 지병이었는지부터 많은 항목의 심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재해 인정 여부를 단언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정맥류가 직업병으로 인정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심의에서는 하지정맥류를 지병으로 보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교사-하지정맥류, 연관성 밝혀낼 연구 필요
하지정맥류는 직업적으로 오래 서서 근무하는 사람들에게 발병 위험이 큰 만큼 이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한 실정이다. 특히 다른 직업보다도 교사들은 평생직장의 개념으로 퇴임 전까지 3∼40년 가량을 서서 근무해야 해 그 필요성이 더욱 절실하다.

하지정맥류로 산재인정 받은 간호사 2명이 소속돼 있는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위원장 운영규) 정상은 노동안전보건 국장은 "두 조합원이 산재 신청을 접수했다는 보고를 받고 조합 차원에서 신청이 접수된 근로복지공단전주지사를 직접 방문해 경위를 설명하고 처리를 촉구했다"고 밝히면서 "재해 보상 신청을 하더라도 개인이 아닌 여러 명이 한꺼번에 한다든지 하는 방법으로 적극적으로 산재 인정의 필요성을 강조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해균 원장은 "하지정맥류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이루어져 교사가 장시간 서서 일하는 것과 병의 발생률간의 연관성을 밝혀낸다면 직업병으로서 충분히 재해보상도 가능하리라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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