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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방학 폐지 국민 청원 유감

교원들과 여타 직종 복무, 보수 일률 비교 안 돼

지난 주 부터 전국적으로 일제히 유ㆍ초·중·고교 여름방학이 시작됐다. 사제동행으로 시끄럽던 학교가 이제 다소 적막해질 것 같다. 하긴 요즘의 학교는 방학이라 해도 문을 닫아놓고 소위 일직자, 근무조만 근무하는 시스템이 절대 아니다.

 

실제 근래 학교는 방학 중이라 해도 돌봄교실, 방과후 학교, 각종 캠프 활동, 수련 활동, 영재ㆍ창의성 교실 활동 등이 전개된다. 각급 학교와 단위 학교의 여건에 맞는 다양한 활동이 두루 개최되는 것이다. 오히려 방학에 더 바쁜 학생들과 교원들도 부지기수다. 초등학교 병설 유치원의 방학 중 돌봄교실은 방학 기간 내내 이뤄지는 곳도 많다. 그 다양한 활동을 기획, 운영, 추진하는 사람들이 곧 교원들이다.

 

말 그대로 방학은 교원들에게는 재충전의 시간이고 학생들에게는 자유롭게 다양한 자율학습, 체험학습 등을 전개하는 소중한 시간이다. 방학의 의미 중에 어느 곳에도 ‘방학을 가르침과 배움을 방기(放棄)한다’는 것은 없다. 더 많이, 더 멀리 뛰기 위한 준비 기간이 방학인 것이다.

 

그런데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교원의 방학 폐지 청원글로 논란이 뜨겁다. ‘무노동이므로 무임금을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 모든 교원들을 출근시켜야 한다는 의견, 연구와 연수를 학교에 출근하여 해야 한다는 의견, 가정에서 놀면서 교육공무원법 제41조 근무지 외 연수를 악용한다는 의견’ 등 비판과 비난 글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방학 중 교원들이 출근하지 않고 교육공무원법 제41조 근무지 외 연수를 행하는 것이 적폐라는 주장이다.

 

물론 이런 사회 일반의 청원 글에 대해서 교원 당사자들은 ‘교사가 된 것이 부끄럽다. 교육을 제대로 알고서 얘기해라.’ 등으로 항변하고 있다. 혹자는 선진국 일부의 방학 기간 교원들의 무노동 무임제를 빗대어 우리나라 교원들의 방학 중 무노동 유임금을 비난하기도 하지만, 교육과 교단 현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방학 중에 교원들이 교육공무원법 제41조에 근거한 근무지 외 연수로 학교에 출근하지 않는다고 무노동이므로 유임금은 어불성설이라는 그 논리가 바로 어불성설이다.

 

학생들에게 방학은 부족한 학업과 인성, 체험, 가족 동반학습 등에 좋은 기회인 것과 같이 교원들에게도 방학은 재충전을 위한 좋은 기회다. 각종 연수, 여행, 연구 등을 통한 자율적 활동을 시행하는 기회다. 그런 재충전의 기회를 제대로 보장해 주는 교육행정이 좋은 교육행정이고 교육정책이다. 

 

절대로 방학 동안 교원들의 ‘마냥 놀고먹는 시간’은 아니다. 다양한 연수와 재교육 등으로 매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교원들에게 방학은 다양한 배움의 시간이고, 가르침을 준비하는 시간인 셈이다. 그 배움과 가르침 준비 기간에 교원들이 다양한 연구와 연수 참여, 독서 활동, 역량 함양 등으로 다음 학기 좋은 교육을 수행할 자질 함양이 좋은 교육의 바탕이 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사실 최근 학교 폭력, 교권 훼손 등으로 교원들이 극심한 스트레스와 신체적ㆍ심리적 소진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교원들, 특히 교사들에게 재충전의 기회를 제공하여 심신을 치유(힐링)하여 2학기 때 충만한 마음으로 학교로 돌아와 훌륭한 교육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육이 선진교육이고 교육행정이다.

 

전혀 합당하지 않은 논리로 교원들의 방학 중 근무와 보수를 일반 공무원, 기업인, 회사원 등과 견주에 적폐 운운하는 것이야말로 사라져야 할 적폐다. 교원의 직무는 일반 공무원, 기업인, 회사원들의 그것과 사뭇 다르다. 교원들의 질은 교원 자신의 부단한 연찬과 사회의 지지와 신뢰에 비례해 담보된다. 따라서 교원들의 방학에 ‘무노동 무임금’ 잣대를 들이대는 것, 교육공무원법 제41조의 근무지 외 연수의 적폐 운운은 그 신뢰를 그르치고 교원들의 자긍심에 큰 상처를 주는 일이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위대한 미국은 교사들이 세웠다.”고 교원들의 희생을 기렸다. 지난날 대한민국보다 훨씬 더 잘 살았던 그리스, 필리핀, 페루를 비롯한 유수의 국가들이 지금 극빈국가, 구제국가의 나락으로 떨어진 것을 잊으면 안 된다. 자본과 기술이 현저히 부족했던 지난 날의 역경을 극복하고 21세기 세계화 시대 경제, 사회, 문화,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 제10위권으로 우뚝 선 대한민국의 발전과 위상을 교육의 힘, 교원들의 희생을 제외하고 설명할 수 있겠는가?

 

2018학년도 여름방학 초입에 ‘교원 방학 폐지 국민 청원’에 우울하다. 그 꾸민 청원 자체에 이미 많은 교원들은 큰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원들, 특히 교사들은 국민들의 따뜻한 사랑과 학부모들의 깊은 신뢰에 사명감과 자부심을 갖고 이 땅의 올곧은 좋은 교육, 훌륭한 교육에 혼신의 노력으로 헌신한다는 사실을 강변하는 바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잔잔한 연못에 함부로 돌을 던져서는 안 된다. 돌 던진 자는 장난으로 던지지만, 그 돌에 맞은 물고기는 생사가 가름되거나 평생의 상처를 안고 살아갈 우려도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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