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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은 수학교육 쉽게 한다? NO!

방과후 교내과외통해 수준별 교육 실시
분야별 소수학생에 상위학년과정 강의도
학교·지역·주별로 경시대회도 줄이어


한국을 떠나오기 전 교육부 출입도 했고 교육문제에 대한 글도 적지 않게 쓰면서 한국교육의 여러 문제점을 나름대로 고민도 하곤 했었다. 한국에 있을 때, 검증된 사실인양 믿었던 가설의 하나가 "한국아이들은 수학을 잘 한다"는 것이었다. 미국에 유학 온 한국 중고교생들이 수학 분야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는 언론 기사는 나의 가설에 신빙성을 부여해 주었었다.

이 가설은 한 발 나아가 "미국은 수학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 모양"이라거나 "미국 수학은 한국보다 쉬운 모양"이라고 비약하기 십상이었다. 그러나 10개월에 접어드는 나의 미국 연수 기간에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었던 사실은 바로 이 가설이 터무니없다는 것이었다.

적어도 현재 살고 있는 미주리주에서는 '미국의 수학 가설'이 엄청나게 잘못된 것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캐나다에서 1년간 예비과정 공부를 마친 후 미주리에 와서 중학교 1학년(7학년)에 다니고 있는 우리 애를 통해 이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 애가 유창한 영어실력이 그다지 필요하지 않은 수학에서 제법 재능을 보이자 담당 수학 교사는 곧바로 매스 카운트(Math Counts)라는 방과후 수학 클럽에 가입할 것을 추천했다. 그러나 클럽에 가입한 우리 애는 곧 바로 '좌절'을 겪어야 했다.

클럽에 속해있는 다른 학생들은 7학년초부터 대수학(Algebra)이라는 '교내 과외'를 들은 결과 진도가 상당히 앞서 있었다. 보통의 7학년 학생들은 배우지 않은 2차 방정식이나 2차 함수는 물론이고 인수분해, 순열, 조합, 복소수…등 그야말로 한국의 고교 1학년 공통수학에서나 나오는 분야까지 알아야 풀 수 있는 문제를 다루고 있었다.

우리 애도 대수학 강의를 들을 수 있는지 알아봤다. 그랬더니 놀라운 사실을 알게됐다. 대수학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자격 시험'이 있지 않은가. 6학년 때 '개념 이해' '기호 해석' '상관관계' '응용' 등 4개 분야의 수학 시험(미주리주의 경우 Iowa Algebra Test라고 하는데, 계산 능력이 아니라 개념 이해와 해석 위주로 실시)을 치러 분야별로 80%이상, 평균 90%이상의 성적을 거둔 학생에게만 7학년 때 대수학 강의를 들을 수 있게 하였다.

강의는 학교 수업을 시작하기 전, 매일 1시간씩 인근 고교에서 이뤄졌다. 내용은 7학년 뿐만 아니라 8-9학년 과정 것까지도 다룬다고 한다. 정말 엄청난 수학 '교내 과외'이고, '선행 학습'(실제 일부 수학 경시는 학년구분 없이 6-8학년을 함께 경쟁시킨다)인 셈이 아닐 수 없다.

2차 방정식이나 함수는 물론이고 C(조합), P(순열)등도 모두 이 과정에서 배우게 된다. 이 시험에는 한 학교에서 6학년 전체 학생 중 15-25명 정도만 통과한다고 한다. 올해는 7학년 학기 시작 5개월 전인 3월에 수학 교사의 추천을 받아 6학년의 25% 정도가 시험을 치렀는데, 이중 10% 정도만 개별적으로 '통과'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6학년을 캐나다에서 다닌 우리 애는 당연히 이 강의를 들을 자격조차 없는 셈이었다. 대략 이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하게 된다고 한다. 7학년이 끝날 무렵이 되자 고교(8학년부터)에서 수학 교육 안내장이 날아 왔는데, 이것이 더욱 대학 수험생과 비수험생을 구분해 놓은 듯했다.

수학의 Honor 클래스를 듣는 학생과 일반 학생의 커리큘럼을 나눠놓고 있었는데 일반 학생의 경우 공통수학에서부터 미적분학의 기초까지만 배우면 됐다. 반면에 Honor 클래스는 일반 학생들이 고3(12학년)때까지 들어야 하는 수학을 11학년까지 1년 앞서 마친 뒤, 12학년 때는 미적분학을 공부하게 된다. 이러한 체계적인 수학 교육 외에 또 하나 눈에 띄는 일은 수학 경시가 아주 많다는 사실이었다.

같은 미주리주 안에서도 학교마다 약간씩의 차이가 있었다. Math Counts는 학교→시→지역→주→전국 순으로 시험을 치르고 Math League는 학교 단위로 시험을 치러 성적을 낸다. 전국적 단위로 시행되는 미국 수학경시(AMC)도 있고 이와는 별도로 미주리수학교사협의회가 주관하는 시험도 학교→지역→주 순으로 있다. 우리 애가 다니는 젠트리중학의 경우는 4가지를 채택해 시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조금 과장하면 수학을 잘 하는 학생은 토요일마다 각종 수학시험보러 다니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필자도 몇 번 시험장을 가본 적이 있는데 그때마다 철저하게 학교별, 개인별 성적을 공개하고 포상을 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어릴 때부터 단위별 수학교육이 아주 과학적이고 철저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미국은 수학교육을 쉽게 한다"거나 "중고교생에게 학습부담을 주지 않는다"고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미국의 수학교육 실태를 직접 경험하면서 나는 잠시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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