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신문 김명교 기자] 성인 여성의 키만 한 액자에 온갖 꽃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시골집 마당에서 얼굴을 내미는 꽃들이었다. 빨강, 노랑, 분홍, 보라… 저마다 가장 돋보이는 모습으로 서 있었다. 살뜰하게 이름을 챙겨 부르지는 못해도 보고 있는 것만으로 미소를 짓게 하는, 엄마의 꽃밭이다.
유경화 경기 은계초 교장은 이달 말 퇴임을 앞두고 ‘엄마의 꽃밭전(展)’을 열었다. 지난달 25일부터 닷새 동안 시흥 ABC 학습타운 갤러리에서 꽃 그림 30여 점을 전시했다. 전시회는 최근 2년 동안 그린 그림 가운데 나혜석미전, 대한민국조형미술대전, 대한민국 여성 미술대전 등에서 수상한 작품을 중심으로 구성했다.
대표 작품은 ‘천상의 화원’. 돌아가신 어머니를 떠올리면서 완성한 그림이다. 생전에 좋아하던 꽃이 만발한 천상의 꽃밭에서 편안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그림 속 꽃을 피웠다.
유 교장은 “또 다른 인생의 출발을 의미하는 퇴임식을 전시회로 열어 고마웠던 분들에게 인사를 전하고 그동안 그린 그림도 소개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전시회에는 학생, 학부모, 교직원, 지역 주민 등 다양한 관람객이 들었다. 누구나 좋아하는 꽃을 소재로 한 그림은 관람객에게 인기를 끌었다. ‘마음 깊이 묻어뒀던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을 떠올리면서 행복했다’는 방명록도 있었다.
그림을 좋아했던 유 교장은 대학원에서 미술교육을 전공했다. 교편을 잡고나선 학생들이 미술을 재미있게 접할 수 있도록 학년별 수준에 맞는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 수업에 적용했다. 그의 미술 수업은 틀에 얽매이지 않았다. 조개껍데기, 나뭇가지 등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들을 재료로 삼았다. 얼마나 잘 그리느냐는 중요하지 않았다. 미술에 대한 흥미와 호기심을 키워주는 데 집중했다. 유 교장은 “아이들이 미술 활동이 재미있다고 할 때 보람을 느꼈다”고 귀띔했다.
작품 활동에 집중하기 시작한 건 3년 전이다. 집에서 100㎞ 떨어진 곳으로 발령 받아 홀로 생활하면서 적적한 마음에 붓을 들었다. 그는 “다음 날 근무에 지장이 없도록 퇴근 후 자정까지를 작업 시간으로 정했다”며 “완성한 작품들은 외로움의 산물”이라고 했다.
“작품 활동은 교직 생활의 스트레스를 치유하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는 데 큰 도움이 됐어요. 특히 소재를 고민할 때의 설렘, 색깔을 사용할 때의 자신감, 완성 후 뿌듯함은 그림을 그리기 전에는 느낄 수 없는 감정이었지요.”
퇴임 후에는 작품 활동에 집중할 생각이다. 요양원이나 복지관 어르신을 대상으로 미술치료 봉사도 나설 계획이다. 유 교장은 “전시회 오픈식에서 2년에 한 번은 개인전을 열겠다고 말했다”며 “말하는 대로 이뤄지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