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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꿈이 있는 거북이는 지치지 않습니다!

작은 거인 김병만. 그를 처음 보았을 때 들었던 생각이다.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해 성실하게 수행하는 그를 보며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필자가 김병만을 직접 만나본 적은 없다. 모두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통해서였다. 방송이란 것이 멋지게 보이도록 연출하고 편집하는 것이라 날 것 그대로일 수는 없다지만, 아무튼 그것이 연출이든 꾸민 것이든 방송에서 보이는 그의 모습은 정말 성실함 그 자체였다.


그러다 우연히 도서관에서 김병만의 자서전 ‘꿈이 있는 거북이는 지치지 않습니다’라는 책을 보게 되었다. 과연 김병만의 인생철학은 무엇일까 궁금한 생각이 들어 첫 장을 펼쳐들었다. 머리말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나란 사람은 정말 개그맨이 될 수 없나?’였다. 이 첫 구절을 보는 순간 그동안 그의 삶이 결코 녹녹치 않았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다부진 체격과 구릿빛 얼굴에 감춰진 그의 사연이 궁금해졌다.


계속해서 책을 읽어내려 갔다. 김병만은 무작정 고향을 떠나 서울로 올라왔다고 한다. 손에는 연기학원 전화번호가 적힌 신문광고 한 장과 어머니께 받아낸 30만원이 전부였다. 그의 고단한 서울생활의 서막이 시작된 것이다. 김병만은 대학로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개그맨 시험에 도전했다. 하지만 MBC 공채 개그맨 시험에 네 번, KBS 시험에 세 번이나 떨어졌다고 한다. 대학입시에서도 수많은 실패를 경험했다. 백제대학교 방송연예과에 세 번, 서울예술전문대 연극영화과에 여섯 번, 전주우석대, 서일대, 명지대 등등 원서를 내는 족족 떨어졌다고 한다. 천신만고 끝에 오디션까지 가도 입 한번 떼지 못하고 소품을 챙겨서 그냥 도망쳐 나온 적도 부지기수라고 한다. 지금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그에게 그런 아픈 과거가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잠잘 곳이 없어서 무대 위에 신문지를 깔고 잤다고 한다. 실내 공기가 너무 안 좋아 목이 아플 때에는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노숙까지 했다고 한다. 공중화장실에서 세수와 양치질을 하다가 망신을 당한적도 여러 번이라는 것이다. 하루하루 살기가 너무 절망스러워 여러 약국을 전전하며 수면제를 사 모으고 건물 옥상 난간에 서 보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칠전팔기, 대기만성이라 했던가. 끊임없는 노력 끝에 그는 일곱 번의 도던 끝에 드디어 KBS 공채 개그맨시험에 합격했다. 시험에 합격한 뒤에는 무대에서 죽을 각오로 살았다고 한다. 무명의 서러움을 하루하루 견디는 것은 또 다른 좌절의 시작이었다. 동료 개그맨들이 인기를 얻고 무대에 올라가 화려한 조명과 박수갈채를 받으며 자신의 끼를 마음껏 펼치는 것을 보며 김병만은 한없는 부러움을 느껴야했다. 같은 시기에 데뷔했지만 앞서나가는 것은 천양지차였다. 이러다 그냥 무명 개그맨으로 일생을 마치고 마는 것은 아닌지 하루하루가 불안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김병만이 여기서 자포자기했다면 오늘날의 그는 없었을 것이다. 그는 거북이였고 황소였다. 천천히 걸었지만 결코 쉬지 않았다. 우보천리란 한자성어가 있다. 소의 걸음으로 천리를 간다는 뜻으로, 서두르지 않고 일을 처리함을 이르는 말이다. 김병만이 바로 우보천리의 모범이었다. 그는 남들처럼 뛸 수는 없었지만 쉬지 않고 계속해서 엉금엉금 기었다. 한순간에 불꽃처럼 확 하고 타오르는 사람은 꺼지는 것도 한순간이다. 거북이가 토끼를 이기듯이 마흔이 넘은 나이에 그는 비로소 은은한 숯불이 되었다. 쉽게 꺼지지 않고 오래도록 주변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숯불 말이다.


남보다 많이 배운 것도, 가진 것도, 특별한 재주도 없는 그가 수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것은 그의 성실과 온갖 고난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소처럼 꾸준히 그러나 쉬지 않고 걷는 그의 노력 때문이리다. 김병만, 앞으로도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으며 우리 곁에 오래 머물러 있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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