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초대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었던 김상관 전 부총리가 결국 물러났다. 그의 이임사에는 번번이 국민 여론에 밀려 정책을 후퇴하게 된 것에 대한 아쉬움이 묻어났다.
김 전 부총리는 2일 교육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여러 조건과 한계 속에서 다하지 못한 개혁의 과제를 넘기고 떠나는 마음이 무겁다”면서 말문을 열었다.
이임사의 서두를 마치고 그는 다시 한 번 그가 느낀 한계를 설명했다. 그는 “정부는 공약을 정책으로 만들어가지만, 모든 정책이 원래의 목표와 방식대로 집행되는 것은 아니”라며 “교육정책은 스스로 선택한 조건과 합리적 선택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이미 규정된 수많은 조건과 넘겨 받은 환경이라는 함수 속에서 부단히 재조정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했다. 이어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중요한 정책을 결정할 때마다 스스로에게 수많은 질문을 던지면서 마음이 무거웠다”고 했다.
비정규직 정규직화, 수능 절대평가, 방과후 영어 폐지, 교장공모제 전면 확대, 학생부 신뢰도 제고 방안 그리고 2022년 대입제도 개편까지 여론의 저항에 부딪혀 정책을 보류하거나 후퇴한 상황을 두고 한 말이다. 목표대로 정책을 추진하지 못한 것은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 어쩔 수 없는 한계 때문이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어 “저는 그럴 때마다 언제나 국민이 옳다는 생각으로 국민들께 판단을 묻고자 했고, 치열한 토론과 대화를 통해 합의와 결론을 도출하고자 노력했다”며 국민 여론을 언급했다. 그의 재임기간에 시작된 국민 참여 정책숙려제와 대입개편 공론화 과정이 정책의 후퇴라는 결과를 가져왔지만, 국민 여론을 반영하려는 노력으로는 의미가 있었다는 평가다.
그러나 본인이 교체된 것에 대한 서운함도 드러냈다. 그는 “시작은 새벽처럼 서서히 밝아오지만 끝날은 해 떨어지듯 갑작스럽게 다가온다”며 “교육혁신 정책 전반에 대한 추진을 다하지 못한 채 자리를 떠나게 되어 송구하다”고 했다. 그의 교체가 처음부터 예정된 수순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교육부가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청와대 부처평가에서 최하위에 속하지 않았고, “여론의 저항이 큰 정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다소 논란이 있을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김 전 부총리가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다”고 해명했지만, 교체된 다섯 명의 장관 중 유일하게 8월 30일 대통령이 초청한 만찬에 불참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풀이된다.
그가 곧이어 “그 어느 분야보다 국민적 관심과 사회적 파장이 집중되는 교육정책의 특성 때문에 언제나 수많은 요구와 비판에 직면하면서 저를 도와주신 교육부 가족들의 노고에 깊은 위로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며 한 인사가 여론의 저항은 본인의 무능이 아니라 ‘교육정책의 특성’ 때문이라는 항변으로 들리는 이유다.
김 전 부총리가 데려온 인사들도 그와 함께 교육부를 떠났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임용한 송현석 전 정책보좌관이 물러난 이후 차례로 경기도교육청에서 정책보좌관실로 온 김성천 연구사, 경기도교육청과 시·도교육감협의회를 거쳐 홍보담당관으로 온 안순억 연구관, 정의당 정책연구위원과 정진후 전 의원실 비서관을 거쳐 경기도교육청에서 홍보를 담당하던 송경원 서기관 등이 사임을 하거나 다른 곳으로 전출됐다. 이 중 한 인사는 “김 전 부총리가 떠나는데 제가 민주당 사람도 아니고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결국 김 부총리의 정책과 홍보를 담당하던 보좌 인력 중에 남은 것은 신임 유은혜 부총리의 비서관이었던 이혜진 정책보좌관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