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학교폭력사안’은 바로 언어폭력과 사이버폭력이다. 각종 매체에서 ‘제천 여고생 투신’, ‘부산여중생 집단폭행’ 등의 학교폭력 사건을 보도하면서,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명확한 증거와 가·피해자가 분리되는 신체폭력은 줄고, 사소한 감정문제에서 분쟁으로 이어지는 언어폭력이 현장에서 더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문제는 언어폭력에 대한 고민을 기성세대와 학생들 모두 큰 문제로 인식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필자 역시 학교폭력업무를 수년간 담당했지만, 학생들이 욕설과 비속어를 사용할 때 금지와 주의만 줄 뿐 크게 관심을 두지는 않았었다. 그러던 중 2018년, ‘학생언어문화개선 선도학교’ 운영 책임을 맡게 되면서 우리가 모르고 있었을 뿐 학생들의 언어문화를 고민하며 오랫동안 노력하고 연구해 온 선구자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사례를 살펴보고, 선도학교 운영에 필요한 부분만 적용하면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운영계획을 세우고 학교 현장과 수업에 적용해 봤다. 그러나 계획을 세우며 기대했던 반응과 다르게 나타나는 것을 보면서 ‘내가 학생들의 언어문화를 참 단순하게 판단하고 적용하려 했구나’하는 부끄러움을 느꼈다.
결과적으로 학생들이 사용하는 언어는 기성세대가 어릴 적 사용하던 몇몇 욕설과 비속어와는 다르게 그들의 언어생활 전반을 지배하고 있었다. 한국교총에서 진행한 ‘학생언어문화개선’ 연수에서 선배교사들이 ‘학생들의 언어문화개선 연구는 단순히 1~2 년으로 성과가 드러나는 것이 아니다. 아예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고, 상급 학교에 진학하면서 학생들에게 그 효과가 체감될 수 있다’고 강조했던 내용이 시간이 지날수록 책임감으로 다가왔다.
이 글에서는 학생언어문화개선에 이제 관심을 두기 시작한 초보교사를 위해 필자가 학교 현장에서 적용했던 ‘내가 듣고 싶은 말 말하기 수업’의 이론적 토대와 수업사례를 소개한다. ‘내가 듣고 싶은 말 말하기 수업’은 학생들이 얼마나 자신들의 언어생활이 심각한지 인식할 수 있고, 욕이나 비속어 자리에 올바른 한글이 차지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