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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초등교과서 검정 발행 확대 신중해야

최근 교육부가 ‘교과용 도서 다양화 및 자유 발행제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국정인 초등학교 제3∼6학년 사회·수학·과학과의 교과서 검정 체제 전환, 검정 심사 과정 간소화, 자유발행제 도입·추진 등이 골자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오는 2022학년도부터 교과용 도서 65책을 국정에서 검정 체제로 바꾸기로 했다.
 

교육부는 다양한 발행 체제로 교과서의 창의성과 품질을 높이고 학교의 선택권을 보장하고자 세 교과의 교과서를 검정으로 바꾼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초등학교 세 주요 교과 국정 교과서의 검정 교과서 전환에서는 다음과 같은 쟁점과 개선 방향이 고려돼야 한다.
 

첫째, 교과서 발행 체제 개편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 즉 정책의 민주성이 보장돼야 한다. 이번 초등 사회과 교과서 검정 전환에 대한 사회적·교육적 합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점은 안타깝다. 교과서 발행 체제 전환처럼 중차대한 정책은 장기적 관점에서 공청회, 여론 조사 등을 통한 의견 수렴 절차가 선행돼야 한다. 사전에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국민적 합의를 모색해야 한다.
 

둘째, 교과서의 정치·이념화 논쟁이 우려된다. 교육의 정치·이념적 중립성은 헌법에 보장돼 있다. 특히 역사·지리·일반사회(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과목 등 국가 정체성에 관련된 내용을 포함한 사회과의 검정 전환은 신중해야 한다. 잘못하면 초등학생들까지 이념 논쟁의 수렁에 빠뜨릴 우려가 있다. 특정 교사나 학교의 이념 편향성이 아직 가치관이 정립되지 않은 어린 학생들에게 왜곡된 역사관과 국가관을 심어줄 염려도 있다.
 

불필요한 이념 논쟁 재연 우려

정권 바뀔 때마다 변경 가능성

 

셋째, 교과서의 질 저하와 관리 부실이 우려된다. 교과서의 질은 교육의 질과 직결된다.  교과용 도서가 국정에서 검정으로 체제를 전환할 경우 심사와 수정을 더욱 엄격하게 적용해서 교과서의 질 관리를 해야 하는데, 이번 계획에는 오히려 심사를 완화해 교과서 질 저하가 우려되고 있다. 집필 기준이 완화되면 심사·관리를 강화해야 질 관리가 되는데 거꾸로 가는 것이다.
 

현행 국정 교과서 체제에서는 교육부장관이 교과용 도서의 수정이 필요하다고 인정될 경우 집필진에 권고해 수정한다. 검정의 경우는 저작자 또는 발행자에게 수정을 명할 수 있다. 그런데 이번 계획에서는 이를 수정 권고, 수정 요청으로 완화했다. 즉 수정을 권고·요청해도 저작자, 발행자가 이행하지 않으면 별 다른 도리가 없다. 과거 수정 지시를 받아들이지 않아 법적 소송까지 야기된 사례의 재발이 우려된다. 
 

넷째, 가급적 교과서 개편은 교육과정 개정과 맞물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행 2015 개정 교육과정은 2017학년도에 초등 제1·2학년, 2018학년도에 초등 제3·4학년과 중·고교 각 제1학년, 2019학년도에 초등 제5·6학년과 중·고교 각 제2학년, 그리고 2020학년도에 중·고교 각 제3학년 등으로 연차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초등의 경우 올해가 2015 개정 교육과정 적용 완성 연도이다. 그런데 초등 제5·6학년의 경우 국정 교과서를 적용하기도 전에 검정 교과서로 바꾼다는 계획이 발표된 것이다. 학교 현장이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끝으로, 교과서 정책의 일관성 결여가 우려된다. 교과서 내용과 발행 체제 역시 정치적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 현행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은 대통령령인데, 국·검정 교과서 발행체제는 교육부장관의 ‘행정지침’이다. 따라서 정권이 바뀔 때 마다 국·검정이 변동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럴 경우 교과서의 안정성이 저하되고 교원과 학생들은 큰 혼란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 특히 국가 정체성을 담고 있는 사회과 교과서 발행 체제는 정권의 성향에 따라 번복될 개연성이 있다.
 

특히 초등 교과서를 검정화할 경우 출판사, 집필진별로 보수·진보 교과서로 양분돼 채택 갈등이 우려스럽다. 자유발행제·검정교과서제가 세계적 흐름이라는 주장이 있지만, 이런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국가에서는 그저 교육과정의 한 보조자료로 활용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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