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도를 싫어하고 교육행위의 자유로움을 그 어느 나라보다도 만끽해 오던 영국이 뜬금없이 떠오른 교복 규제의 논쟁으로 지난 2 주일 동안 다양한 의견들을 분출하고 있다. 영국인들의 이러한 교복에 대한 생각의 표현은 지난 80년대 한국의 교복 자율화 논쟁, 30센티 대자를 들고 교문에서
등교하는 여학생의 치마단 높이를 검열하던 선생님, '바리깡' 을 들고 머리에 '고속도로'를 내 버리던 남자고교 선생님 등의 노스탤지어를 가지고 있는 한 이방인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지난 6월 21일 영국의 남동부 Suffolk 지방의 Kesgrave 중등학교는 오는 9월 신학기 부터 모든 여학생은 교복치마의 착용을 금지하고 바지로 대체한다고 발표해 일부 학부모와 학생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러한 학교 측의 결정이 세간의 관심을 끌기 시작한 이유 중의 하나가 '성차별 금지법' 에 휘말릴 소지를 다분히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여느 때 같으면 '기사거리'도 되지 않을 이러한 한 중등학교의 이야기가 세간의 관심을 끄는 배경에는 최근 고조 되고 있는 이슬람 문화에 대한 관심과 긴장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6월 16일에는 Luton 지역 Denbigh 중등학교의 15세 이슬람 소녀가 이슬람 전통의상의 착용을 금지한 학교의 규칙은 인종차별 금지법과 인권보호법에 위배 된다고 제소했지만 대법원은 '해당 사항 없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그리고 지난 5월에는 여학생의 이슬람 전통복장의 교내착용을 전면 금지한다는 이웃나라 프랑스의 사례는 유럽인권재판소에서는 어떻게 판결이 날지 관심을 모으고 있었다. 또 한 이 무렵, 영국의 한 중등학교의 여교사가 이슬람 여학생이 머리에 둘러 쓴 두건을 강제로 벗기는 과정에서 머리핀이 목을 긁어 생채기가 나고, 이 사건으로 이 교사는 법원에 고발되고 전국교사윤리심의위원회에서 교사자격증을 박탈한다는 조치를 함으로서 교원노조에서는 강력한 반발을 제기했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의 발단은 지극히 단순하다. 치마 착용을 금지한 학교의 교장은 "치마의 길이가 자꾸 짧아져 2년 전에 경고문의 편지를 각 가정에 우송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 효과도 잠시 뿐 또다시 치마의 길이가 '적당한 길이'보다 훨씬 짧아지고 있어, 학부모들의 자문과 학운위의 의결을 통해 이 같은 결정을 했다'고 밝히고 있다.
또 이슬람 소녀의 전통의상을 거부한 학교도 '우리는 이슬람교도의 의상이라고해서 금지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남자아이의 터번, 여자아이의 두건, 그리고 또한 전통의상의 바지도 허용하고 있다. 다만 눈과 손을 제외한 모든 신체부위를 감싸고 땅에까지 치렁치렁 끌고다니는 '질밥' 이라는 의상은 달리기를 할 수도 없고 과학실험실에서도 위험하기에 금지시키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우리학교의 학생 80%가 이슬람 교도이며, 이러한 '과도한' 의상이 신앙심의 깊이를 과시하는 수단으로 이용되고 학생들 사이에 그러한 경향이 에스컬레이트가 될 경우 학교로서는 정상적인 교육활동을 할 수 없게 된다" 라고 이유를 밝히고 있다. 이슬람 여학생의 의상과 학교 교복을 둘러싸고 야기된 인종차별의 논쟁은 모두 학교 측의 주장을 수용하는 경향이고, 영국내 200만 명에 이르는 이슬람 교도측은 이슬람 문화에 대한 영국인의 몰이해와 무지 그리고 영국 문화의 편협성을 비판하고 있다.
교복착용을 둘러 싼 각계의 반응도 다양하고 흥미롭다. 엑스터 대학의 Ted Wragg 교수는 "(정장 형태의) 교복을 착용하면 아이들의 행동거지가 올바르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들을 하는데, 국회 안의 국회의원들 하는 것 보니 그런 것 같지도 않더라" 라고 어른들의 억측을 비꼬았으며, 성차별금지위원회는 “5 년 전 Kent 지방의 한 여학생이 바지 착용을 금지한 학교의 교칙은 성차별 금지법에 위배한다는 주장을 해서 법원에서 승소를 했다.
이번 치마 착용을 금지한 학교의 경우는 그와 반대의 경우인데, 이런 사례가 처음이고 아직 소송을 제기하는 사람이 없어 우리가 개입할 단계가 아니다" 라고 입장 표현을 미루고 있다. 전국학교장 협의회 회장 David Hart 씨는 "학생이나 학부모가 학교 규칙에 대해 불만이 있으면 학교장도 있고 학교운영위원회 그리고 학생위원회 같은 개선창구가 있으니 이러한 것을 통해 해결하면 된다. 그런 통로로서 해결이 안 되면 그냥 잠자코 따라가라.
그런 것이 안 된다고 언론을 이용한다든가 법원을 통해서 해결하려는 생각은 올바르지 않다"며 학교 문제는 학교 안에서 해결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한 교사는 "바보스럽기 짝이 없는 작태이다, 교사들은 수업준비 해야 되는 것만으로도 너무 바빠 그런 작태에 말려들고 할 겨를이 없다" 라며 걸핏하면 고소하고 배상 청구하는 경향을 개탄했다. 현재 영국에서 교복에 관한 규정은 학교 재량에 맡겨져 있는 상황이며, 교복을 착용하지 않는다고 정학이나 퇴학을 시킬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