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 #. “최근 한 법무법인으로부터 학교 홈페이지에 급식메뉴 링크로 사용하고 있는 이미지가 저작권 침해라는 내용증명을 받았습니다. 44만원의 합의금을 요구하고 있는데요. 영리목적으로 사용한 것이 아니라면 괜찮지 않나요?”
#. “수업에 필요한 자료를 공유하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최근 블로그에 학교 컴퓨터에 저장돼 있던 캐릭터 하나를 올렸습니다. 예전부터 저장돼 있던 이미지여서 당연히 사용해도 되는 줄 알았는데 얼마 전 저작권 침해로 고소당했습니다. 제가 받은 것도 아니고 고의로 한 것도 아닌데… 막막합니다.”
■구제 어려워…정신적‧금전적 고통도=일선 학교 현장에서 저작권 침해 분쟁이 늘어나고 있다. 저작권 위반 사건을 취급하는 법무법인들이 그동안은 주로 사기업이나 관공서를 위주로 상대했었지만 최근 그 타깃이 학교 현장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 위반 사례를 찾아내는 방법도 쉬워졌다. 사람이 일일이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클릭 한번으로 홈페이지 전체 파일을 업체의 데이터베이스와 대조해 찾아내기 때문에 적발이 한층 강화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2015년 학교 현장을 혼란에 빠트렸던 ‘윤서체’ 대란이 대표적인 예다. 윤서체 폰트를 개발한 윤디자인그룹이 서울과 인천, 경기도교육청 및 일선 학교들에 ‘윤서체 무단 사용으로 저작권법을 위반했다’며 민‧형사상 소송 공문을 보낸 것이 시작이었다. 윤디자인그룹은 교당 275만원 상당의 라이선스를 구매하라고 요구했다. 결국 소송으로 이어져 교육청이 일부 손해배상금을 내도록 판결이 났고 일부 지역은 여전히 분쟁중이다. 윤서체 라이선스 문제가 전국으로 번질 경우를 예상해보면 총액 300억 원 이상 규모다. 경고장을 보내 돈을 버는 속칭 ‘저작권 시장’이 학교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저작권 분쟁은 배상금 자체가 크고 위반 시 사후 구제가 매우 어려운데다 정신적‧금전적 고통도 따른다. 또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피해자 고발 없이도 형사처벌을 받거나 공무원은 신분상의 불이익이 있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위반 시 형사 공소시효는 7년이며 민사 시효는 피해자가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까지다. 즉, 10년 전부터 누적된 저작권 위반 행위가 어느 날 갑자기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로 돌아올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수년 전 일로 갑자기 배상요구를 받을 경우 소명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교육 목적으로 사용된 거면 괜찮다?=저작권법이 정하는 일부 예외가 있다. 제25조 ‘학교교육 목적 등에의 이용’에 해당하는 경우다. 단, ‘학교 및 교육기관이 수업 목적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로 한정된다. 중요한 것은 ‘수업’에 필요한지의 여부다. 운동회나 수학여행 등은 수업의 일환으로 볼 수 있지만 주로 문제가 되는 부분은 수업과 관련이 없는 학교활동이다.
가정통신문이나 학교 소식, 급식리스트, 학교신문과 같은 경우는 수업과 관련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밖에도 학교 홈페이지에 게재된 문서와 그림, 환경미화용으로 사용한 그림 등도 수업과는 관련이 적다. 학교 현장에서 저작권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는 이런데 사용된 이미지, 사진, 그림에 대한 것이 대부분이다.
법무법인 조율 노영호 변호사는 “그동안 학교 현장에서 서체, 그림, 교재, 영화 전체 상영 등 저작권법 위반의 사례는 많았지만 문제 삼지 않았던 것은 저작권자가 크게 이익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지 적법한 행위여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면서 “수업 목적상 필요하다고 인정돼도 영화 일부가 아닌 전체를 상영하는 것 또한 저작권법 위반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무료 자료라서 안심?…더 주의해야=무료 자료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공공기관 등이 보증하거나, 원 저작자의 허락을 확인한 자료 외에는 쓰지 않는 것이 좋다. 특히 교사들 사이에서 무료로 공유되는 파일 중 상당수는 ‘가정용’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 일부 부도덕한 업체들은 무료인 양 일부러 서체와 이미지, 프로그램 자료들을 뿌려 놓고 위반 증거를 모아뒀다가 협박을 하는 경우도 있다. 무료 저작물이 광범위하게 퍼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법무법인을 통해 경고장을 날리는 것이다. 가정용 라이선스를 학교에서 사용했기 때문에 이미 저작권법을 위한한 상태다.
형사책임도 부담하기 때문에 벌금형도 전과기록이 된다. 이런 경우 특히 학생이나 공무원들은 전과기록을 피하기 위해 위반 내용이 적어도 어쩔 수 없이 거액의 합의금을 주고 끌려 다니는 경우가 많다. 타인의 저작물을 사용할 경우 반드시 라이선스를 확인하고 허락된 이용방법 및 범위를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한 이유다. ‘무료 자료니 괜찮겠거니’ 방심했다가 낭패를 보지 않으려면 말이다.
■분쟁에 휘말리지 않으려면=상급기관에서 준 자료를 사용할 때도 주의가 필요하다. 해당 기관도 기관 내에서만 쓰는 조건으로 계약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믿고 쓰거나 재편집해서 쓰다가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다. 교사 입장에서는 억울하지만 저작권을 확인하지 않은 책임도 있기 때문에 애매하다고 생각되면 복사하지 말고 자체 자료로 재가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홍보 리플릿이나 현수막 등을 납품 받을 때도 저작권 확인은 필수다. 학교에 관리 책임을 물을 수 있기 때문에 계약서에 저작권 책임을 명시하거나 학교가 구입한 라이선스를 이용하게 하는 것도 좋다.
그렇다고 업무를 하면서 무료 여부를 일일이 확인 할 수도 없고, 자체 자료만 쓰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런 경우 라이선스를 구입해서 쓰는 것이 업무 효율과 경제적으로도 모두 이득이다. 다만 구입 시 사용범위 확인은 필수다. 교육청에 제출하는 문서인 경우에도 쓰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경우가 많아 추가 비용을 물 수 있기 때문이다.
교총 학교용 특가 라이선스 출시
한국교총과 (주)엔파인은 최근 학교 저작권 분쟁 예방을 위해 학교용 특가 라이선스 ‘아이클릭아트 스쿨팩’을 출시했다. 서체나 사진, 일러스트 등 디지털콘텐츠를 저작권 걱정 없이 학교 업무에 마음껏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아이클릭아트(iclickart.co.kr)는 100만여 컷의 이미지와 350여 종의 폰트를 제공하는 이미지 포털사이트로 매주 2000컷 이상의 신규 콘텐츠가 업데이트 된다. 아이클릭아트 스쿨팩을 구입하면 1년간 콘텐츠를 무제한 다운로드 받아 교안은 물론 가정통신문, 공문, 교육청 제출 보고서, SNS, 환경미화, 소속 교원의 연구대회 출품까지 사실상 모든 업무에 활용할 수 있다. 단, 상업적‧개인적 목적의 사용은 제한된다.
연간 사용료는 기존 학교나 공공기관에 공급되던 라이선스에 비해 69% 할인된 55만 원이다. 구매신청 및 결제는 한국교육신문 홈페이지를 통해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