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신문 김명교 기자] 교육 현장에서 보직을 기피하는 현상이 두드러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학교를 운영하면서 보직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지만, 보직교사에 대한 처우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교총은 15일 전국 초등 교원 143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교육 현안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최근 교육 현장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보직교사 기피 현상 ▲생활지도 매뉴얼 마련 ▲의무취학 대상 아동 조사처리 업무 등에 대한 내용으로 진행됐다.
학교 운영과 교육활동에 있어 보직교사 역할의 중요성에 대한 질문에는 전체 응답자의 91.5%가 ‘중요하다’고 답했다. 보직교사 기피 현상의 정도에 대해선 응답자의 58.2%가 ‘심각하다’고 응답했다.
보직교사 기피 현상의 원인(복수 응답)으로는 ‘과중한 업무량(67.9%)’을 꼽은 교원이 많았다. ‘업무에 따른 과중한 책임(41.4%)’과 ‘업무에 비해 부족한 보상(35.%)’이 뒤를 이었다. ‘승진에 대한 무관심(14.5%)’과 ‘교사로서 교육활동과 연관성이 낮은 업무(14.4%)’를 이유로 꼽은 교원도 있었다.
교원들이 보직을 맡지 않으려는 현상을 해소하려면 교원 보호 대책 마련이 우선이라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보직교사 기피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으로 전체 응답자의 43%가 ‘생활지도, 학교폭력 등 민원 발생이 잦은 업무에 대한 교원 보호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과중한 업무에 상응한 처우 개선도 필요하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37.1%가 ‘보직교사 수당 인상’을 꼽았고, ‘보직교사 행정 업무 보조인력 배치(32%)’, ‘보직교사 수업 경감 확대(29.6%)’ 등도 이뤄져야 한다고 응답했다.
보직 교사는 조직 운영, 교육 활동, 행정 업무 등 학교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최근에는 과거 담임이 맡았던 생활지도와 방과후학교, 각종 행사 등을 담당하면서 업무가 급격히 늘어난 상황이다. 하지만 보직 수당은 현재 7만 원으로, 16년째 동결이다.
교총은 “학생 수가 많은 대도시 학교는 교장이 경력 교사에게 보직을 맡아달라고 부탁하고, 소규모 학교는 학급 수 감소로 보직교사 정원이 줄어 여러 업무를 겸임하는 곳도 있다”고 설명했다.
학생 생활지도에 대한 고충도 설문 결과에 고스란히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의 71.3%가 ‘학생 생활지도에 어려움을 느낀다’고 답했고, ‘교사의 교육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생활지도 매뉴얼이 개발돼야 한다’는 의견은 87.6%에 달했다.
의무 취학대상 아동 조사 처리 업무도 학교에 부담을 주는 것으로 조사됐다. 예비소집에 출석하지 않은 취학대상 아동의 소재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답한 교원이 전체 응답자의 67%나 됐다. 소재를 파악할 때 겪은 어려움으로는 ‘실질적 조사 권한 없음(51.7%)’과 ‘취학대상 아동에 대한 정보 부족(24.9%)’, ‘기관별 협력 대응에 따른 역할·책임성 모호(21.1%)’ 등을 꼽았다.
이민정 한국교총 정책추진국장은 “학교는 기존 학교행정 업무뿐 아니라 새롭게 부과되는 업무로 몸살을 앓고 있다”면서 “보직교사에 대한 업무 경감과 처우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무엇보다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보장하는 적극적인 보호대책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달 11일부터 22일까지 모바일로 진행됐고,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2.58%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