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신문 김명교 기자] 교권 침해, 공교육 붕괴… 팍팍해진 교단에서도 교원들의 제자 사랑은 한결 같았다. 선생님이 되길 잘했다, 생각하는 순간도 제자들의 인정을 받을 때라고 답했다.
한국교총은 제38회 스승의 날을 맞아 지난달 29일부터 5월 6일까지 전국 유·초·중·고·대학 교원 5493명을 대상으로 교원 인식 설문조사(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1.32%포인트)를 진행했다.
이번 설문조사에 응한 교원들은 교사로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으로 ‘제자들이 잘 따르고 인정해 줄 때(51.5%)’를 꼽았다. ‘제자들이 그 자체로 예쁘고 사랑스러울 때(35.6%)’, ‘제자들이 성장하고 목표를 성취할 때(34%)’가 뒤를 이었다.
교원들이 추구하는 교사상(敎師像)에도 제자와의 관계를 중요시 하는 인식이 반영됐다. ‘선생님이 가장 되고 싶은 이 시대 교사상’을 묻는 항목에 전체 응답자의 69.9%가 ‘학생을 믿어주고 잘 소통하는 선생님’이라고 대답했다. ‘학생을 진정 사랑하는 선생님(40.7%)’, ‘학생의 강점을 찾아내 진로지도 하는 선생님(25.1%)’을 지향한다는 응답자도 있었다.
스승의 날을 맞아 제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로는 ‘널 믿어, 넌 할 수 있어(36.4%)’, ‘사랑한다(29.3%)’를 꼽았다. 제자들에게 듣고 싶은 말은 전체 응답자의 49.5%가 ‘선생님, 감사합니다’라고 답했다.
그럼에도 교원들이 체감하는 학교의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특히 교원들의 사기가 최근 10년 동안 급격히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2009년 진행된 교원 인식 설문조사에서 ‘교원들의 사기가 떨어졌다’고 답한 비율이 55.3%로 나타났고, 2010년 63.4%, 2012년에는 81%까지 높아졌다. 2015년 75%로 소폭 낮아졌지만 올해 87.4%로, 10년 전보다 32.1%포인트나 높았다.
교원들의 사기 저하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는 학부모 민원과 학생 생활지도의 어려움을 들었다. ‘교직생활 중 가장 큰 어려움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55.5%가 ‘학부모 민원 및 관계 유지’라고 답했다. ‘문제행동·부적응 학생 등 생활지도’라고 답변한 응답자도 48.8%나 됐다. ‘교육계를 매도·불신하는 여론·시선(36.4%)’과 ‘교육과 무관하고 과중한 잡무(32%)’도 교원들이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이었다. ‘학교 현장에서 교권이 잘 보호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는 65.6%가 ‘그렇지 않다’고 응답했다.
교권 하락과 교원들의 사기 저하로 인한 문제는 고스란히 학교 현장과 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교원들이 가장 심각한 문제로 꼽은 것은 ‘학생 생활지도 기피, 관심 저하(50.8%)’였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보직 기피 현상과 맞닿아있는 부분이다. ‘학교 발전 저해, 교육 불신 심화(22.9%)’와 ‘헌신·협력하는 교직문화 약화(13.2%)’도 심각한 문제점으로 인식했다. 최근 교원 명예퇴직자가 증가한 이유도 전체 응답자의 89.4%가 ‘학생 생활지도 붕괴 등 교권 추락’이라고 답했다. ‘학부모 등의 민원 증가에 따른 고충’이라고 답한 교원도 73%였다.
교원들은 교육 현장에 악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해소할 수 있는 실마리를 교권 회복에서 찾았다. ‘학교 교육 정상화를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69.3%가 ‘교원의 교권 확립’이라고 답했다. ‘사회적 요구에 따른 무분별한 학교 역할 부과 차단(48.4%)’, ‘정치·이념에 따른 잦은 정책 변경 지양(23.3%)’도 시급하게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교총은 “교원들의 사기 저하가 역대 최고로 나타난 점도 문제지만, 학생 생활지도 등에 대한 냉소주의가 만연한 것이 더욱 문제"라며 "피해는 결국 학생들에게 돌아가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원들의 사기를 높일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모바일로 진행됐다.
한편 교총은 오늘(13일)부터 일주일을 ‘제67회 교육주간’으로 정하고 다채로운 행사를 마련한다. 올해 주제는 ‘학생에게 사랑을, 선생님께 존경을, 학교에 신뢰를, 스쿨리뉴얼(School Renewal)!’이다. 선생님의 열정과 열의를 되살리고 학생에게는 희망과 꿈을 주며, 학부모가 믿고 맡길 수 있는 학교를 만들자는 의미다. 교육 주체가 뜻을 모아 본분에 충실할 때 공교육이 제자리를 찾고 우리 교육이 발전할 수 있다는 의지를 담았다. 스승의 날인 15일에는 서울 교총회관 다산홀에서 ‘제38회 스승의 날 기념식’을 개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