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단 이후 처음으로 남북 교육자들이 대규모로 만나, 59년 간 닫혀 있던 교육교류의 물꼬를 열었다. 18∼20일 삼일 동안 남북교원 750여 명은 금강산서 6·15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남북교육자통일대회를 가졌다.
교총(회장 윤종건)과 전교조(위원장 원영만), 북한의 조선교육문화직업동맹중앙위원회(위원장 김영도·이하 교직동)가 공동 주최한 이 대회에서, 남에서는 교총(190명), 전교조(192명), 한교조(10명), 기타 교육계 인사 등 450명, 북에서는 교직동 소속 초·중등·대학교원 300명이 전국 각지에서 선발돼 참석했다.
19일 교육자대회와 만찬, 20일 삼일포 등반을 통해 남북 교원들은 3단체 대표 연설과 공동결의문을 채택한 데 이어, 일대일 혹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묻고 답하면서, 궁금증을 풀고 자연스럽게 가까워졌다.
남북 양측은 평화롭고 잘사는 통일조국을 물러주는 것이 교육자들의 역사적 사명이란 점에 뜻을 같이 하고, 교육 부문에서 6·15공동선언을 적극 실천해 나가자는 공동결의문을 발표했다.
결의문에는 민족의 자주와 대단결, 평화와 통일을 지향하는 교육자의 사명을 자각하고 제자들이 외세 없고 전쟁 없는 평화로운 통일조국에서 주인으로 당당하게 살아가도록 노력하자는 내용을 담았다. 아울러 사상과 제도 이념은 달라도 한 민족임을 확인하고, 통일을 실천하기 위해 연대와 협력을 강화해 가자고 결의했다.
윤종건 교총회장은 대표연설에서 통일대회가 일회성의 상징적 행사나 정치적 상황에 휩쓸리지 않고 지속적인 만남으로 이어져 교육부분의 실질적인 교류 확대로 발전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 방안으로 윤 회장은, 남북교육교류사업의 내실화를 위해 교육자 통일대회를 서울과 평양에서 정례적으로 번갈아 개최하고 교육문화교류 발표회와 교원연수단 교류 사업을 전개할 것을 북측에 제의했다.
전교조의 원영만 위원장은, 교육자들이 교육활동을 통해 6·15공동선언의 정신을 적극 실천해 나가고, 우리 민족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전쟁위협을 민족공조로 막아내자고 연설했다.
북한 교직동 김영도 위원장은, 교육자들이 6·15통일화원을 가꾸는 원예사가 되어 민족을 사랑하고 지키며 빛내는 참된 애국 제자들을 길러내자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2년 전 미군 장갑차에 희생된 두 여중생과 얼마 전 이라크에서 희생된 한 청년을 상기시키면서 반미 없이 자주 없고 자주 없이 통일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영도 위원장의 연설 중 반미 관련 내용을 두고, 18일 저녁 실무회의에서 교총은 삭제할 것을 강력 요구했으나 북한 교직동이 응하지 않아 대회가 무산될 뻔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방북 전 사전 조율과 달리 교직동이 반미주장을 첨가한 것은, 김일성 주석 10주기 조문 참배를 금지한 남한 정부에 대한 항의 표시라는 게 참여자들의 해석이다.
이번 행사는 김대중 정부의 햇빛 정책 이후 경제, 노동 여성 분야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교육분야 교류를 활성화하고 사회 전반의 교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아울러 교총과 전교조가 함께 행사를 추진했다는 점도 관심을 끌었으며, 이를 위해 교총과 전교조는 각 4명씩 남북교육교류공동추진단을 구성해 2월 18일부터 10여 차례 이상 협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