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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중증 장애아동 10만 명… ‘병원학교’ 확충 시급

항시 응급상황 아이들 특수학교서 신음
병원 찾아 헤매다 치료·교육 둘 다 놓쳐
재활과 정규교육 통합관리시스템 절실

 

 

[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 중도‧중복장애, 중증장애 학생 증가로 신음하는 특수학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병원학교’ 건립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장애 아동에게 재활치료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시에 정규교육과 돌봄까지 통합적인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이들이 의료권과 교육권을 동시에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료시스템과 전문가가 없는 특수학교 현장에서 중도‧중복장애, 중증장애 학생들은 늘 생명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전신 마비, 인지능력 상실, 호흡곤란, 섭식 불가능, 배변 불가능 등 각각의 증상에 가래 썩션, 요도관 교체, 위루관 삽입 등 각종 처치를 제때 하지 않으면 언제 응급상태에 빠질지 모르기 때문. 급기야는 지난해 9월 경기도의 한 특수학교에서 레녹스가스토증후군인 한 아동이 학교 급식시간에 발작이 와 사망에 이르는 사건까지 발생했다.(본지 6월 3일자 보도) 
 

현장의 요구는 이들을 위한 병원학교를 확충해 쾌적한 환경에서 치료와 교육을 함께 받을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것이다. 현재 전국에 있는 병원학교는 대부분 백혈병이나 소아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소아 재활치료 의료기관은 전국 200여 개소로 전체 의료기관의 1%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마저도 수도권 40%, 경상권 24%, 충청권 10%, 강원권 5% 등 지역별 편차가 커 상당수가 병원이 없거나 대기 기간이 너무 길어 타 지역 병원을 찾아 전전하는 소위 ‘재활 난민’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꾸준한 재활 치료가 필요한 장애 어린이는 30만 명을 넘어섰으며 그 중 수개월 이상 치료를 대기하며 방치되는 아동은 10만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뇌성마비와 발달지연 환자 중 재활치료를 받은 환자 수는 1만6231명으로 전체 환자 수의 34.9%에 불과했다. 또 인구 10만 명 당 사망자수를 나타내는 ‘조사망률’ 역시 전체 인구 대비 장애인의 조사망률은 4배인데 비해 10대 미만 장애인 어린이의 조사망률은 37.9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아재활치료가 적절한 시기에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런 상황에도 의료기관들이 경영난 때문에 소아재활병동을 폐쇄하는 추세라는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환자를 볼수록 적자를 보는 어린이재활전문병원의 낮은 수익성 때문. 설비와 인력, 시간 대비 낮은 수가 때문에 병원들이 운영을 꺼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12일 국회에서는 맹성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주최로 ‘중증장애인 어린이의 재활치료 현황파악 및 대안모색 토론회’가 개최됐다. 참석자들은 중도중복·중증장애 어린이들이 치료와 교육을 동시에 제공받을 수 있는 통합적 체계가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자신 역시 10여 년 째 중증장애 아동의 학부모로 살아오고 있다고 소개한 김동석 사단법인 토닥토닥 대표는 “치료와 교육이 분리돼 있어 치료를 하다보면 교육을 못 받고, 교육을 받다보면 치료를 못 받는 상황에 중증장애 아이들은 의무교육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치료가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생명의 위험에 상시 노출될 수밖에 없는데다 장기간 교육을 미루다 보니 교육을 통한 사회화의 가능성 또한 매우 낮아진다”고 토로했다.
 

고광필 가천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어린이재활의 경우 중추신경계 재활치료 수가의 1/10 수준으로 치료를 하면 할수록 소아재활치료사의 인건비에도 부족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면서 “사익추구적 의료체계, 대도시 쏠림 현상 등 순수 경쟁시장에서의 소아재활병원 운영이  어려운 현실인 만큼 이제 국가 및 사회적 차원에서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중증장애아동 어머니의 낮병원 및 보육서비스 이용 경험에 관한 연구’를 진행한 원영미 인천대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원은 “학부모들이 자녀의 발달과업과 재활치료 사이에서 겪는 갈등이 크다”고 말했다. 원 연구원은 “몸을 챙기려면 병원 위주로 살고, 경험이나 친구를 사귀려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가야하기 때문에 학교 일과를 마치지 못하고 병원에 가는 등 이도 저도 아닌 생활을 해야 한다”면서 “장애아동 전문 통합 교육기관에서 치료와 재활을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는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권역별 어린이 재활병원 설치’를 내세우고 소아전문응급센터와 재활병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하지만 갈 길은 요원해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장애인정책종합계획을 발표하고 2022년까지 권역 재활병원을 9개소까지 확충한다고 했지만 당초 계획과 달리 경남·전남·충남 세 곳에만 건립이 추진 중이며 4곳은 외래 중심의 센터로 축소됐다.
 

김동석 대표는 “대전시의 경우 소아낮병동을 개설한 곳에 1년에 5000만원 씩 지원한 사례도 있다”면서 “민간 재정지원을 비롯해 의료수가 조정, 교육과의 연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된 수요파악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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