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한 교원들이 금강산에서 머문 2박 3일 동안 북한 교원들과 개별적으로 대화를 할 수 있었던 시간은 불과 5시간 안팎. 교육자대회를 치른 19일 중식과 만찬, 20일 오전 삼일포 등반이 전부였다.
그러나 삼일포 등반을 마치고 남한행 버스를 타기 직전 남몰래 음료수병을 건네는 북측 교원이나 "또 만나자"며 말끝을 흐리는 남한 교원들의 가슴속에는, 오랜 세월동안 잠겨있었던 빗장이 어느새 풀리고 있었다.
◆긴장-안도 반복된 교육자대회
19일 남북교육자통일대회는 남한 교원들이 입장한 오전 9시부터 폐회를 선언한 오후 4시 15분까지 김정숙휴양소 운동장에서 열렸다.
대표연설과 결의문 중 정치색이 짙은 내용이 나올 때, 술렁거림 속에서 교원들은 다소 긴장했으나 학생 공연, 교원들의 체육유희 활동이 이어지면서 자연스레 누그려졌다.
평양소년궁전 여학생의 물동이춤과 사리원시 은정중학교 리연희 교사의 독창 '잊지 못할 나의 스승'이 많은 박수를 받았고, 교총과 전교조 교사들도 각각 20분씩 사물놀이와 카드섹션 공연을 펼쳤다.
◆본격교류는 점심시간부터
남북교원들이 운동장에 섞여 둘러앉아 봉황맥주를 곁들인 점심시간이, 어쩌면 본격적인 남북교원교류의 시작이었다. 북측 교원들은 처음에는 모범답안을 내놓았지만 "결혼했느냐" "애는 몇 명이냐"는 등 개인적인 질문과 "학생들 말은 잘 듣느냐"는 부담 없는 문답이 오가고, '남과 북 세상사는 모습은 비슷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눈치껏 솔직한 이야기들이 오가기 시작했다.
기념촬영을 하거나 농담을 주고받으면서 웃음꽃을 피우는 모습들이 곳곳에서 발견됐다.저녁 8시부터 9시 30분까지 김정숙 휴양소 1, 2층에서는 조별 만찬이 이어졌다. 본격적으로 술을 마시면서 분위기는 상당히 달아올랐고, 금기사항(?)인 사상논쟁까지 서슴없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대부분 자신의 전공과 급별에 해당되는 대화가 주를 이루었다.
◆비무장지대 거쳐 금강산
방북교사들이 18일 오전 9시 서울을 출발해 비무장지대를 거쳐 금강산 호텔에 도착한 시각은 저녁 6시. 거리에 비해 시간이 오래 걸린 것은 남북한 양측에 설치된 CIQ(세관·통관 검색소) 통과에 2시간 이상 소요됐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교원들은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대한민국헌법과 '북한이 UN에 따로 가입한 다른 국가'라는 현실 사이의 간격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