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신문 정은수 기자] 서울은명초 화재 이후 학교 건물 외벽의 드라이비트 마감재 교체가 추진되는 가운데 대형 화재가 외벽 마감재보다 필로티 천장재가 대형 화재를 유발한 핵심원인으로 지목됐다.
지난달 26일 은명초에서 화재가 발생해 순식간에 교사(校舍) 별관이 전소됐다. 교사들의 신속한 대처로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이후 대형 화재 예방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다. 특히 소방청이 가연성 소재가 화재의 급격한 확산원인이라고 밝히면서 드라이비트 외벽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드라이비트는 건물 외벽에 스티로폼을 붙이고 시멘트를 덧바른 마감재다. 시공이 편리하면서도 보기 좋은 대신 불이 쉽게 붙고 유독가스를 내뿜는 특성이 있다.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와 경남 밀양 세종병원 등에서도 드라이비트가 대형 화재 확대 요인으로 지목됐다.
이에 따라 서울시교육청은 관내 학교의 드라이비트 설치 현황을 이달내로 조사하고 불연성 자재로 교체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교육부도 전국의 드라이비트 사용 건물 현황을 조사해 교체를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는 드라이비트보다 필로티 천장재로 쓰이는 섬유강화플라스틱(SMC)를 급격한 화재 확산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SMC는 가연성 자재로 필로티 건물의 외부에 발생하는 순발연소(Outer Flashover)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2019년 전국 화재조사 학술논문 발표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Outer Flashover 메커니즘 정립 및 입증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필로티의 플라스틱 천장재가 타면서 생긴 공간에 가연성 가스와 공기가 모이다가 일순간에 폭발하면서 화염이 건물의 가연성 재료의 전표면으로 급속하게 퍼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논문을 쓴 황인호 오산소방서 화재조사관은 "드라이비트 외벽을 급격한 연소 확대원인으로 인식하는데 이는 플라스틱 천장재 폭발 다음으로 이어지는 연소 확대"라면서 "천장재가 준불연성이면 드라이비트 외벽이어도 1분 만에 불이 번지는 일은 없어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은명초와 제천 스포츠센터도 천장재가 SMC로 돼 있어 급격히 연소가 확대된 사례다. 현재 서울시교육청 관내 학교의 경우 필로티 천장재는 SMC와 알루미늄 소재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 알루미늄도 용융점이 섭씨 650도여서 1200도까지 오르는 필로티 주차장 화재에 취약하다. 황 조사관에 따르면 2010년 이후 건축된 필로티 건물은 SMC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
황 조사관은 "자재비도 비싸지 않고 규격이 같은 아연도금강판으로 천장재만 교체할 수 있다"면서 "모든 가연성 외장재를 바꾸면 가장 안전하겠지만 천장재만 교체해도 폭발적인 연소 확대의 위험은 없어져 드라이비트 외벽을 교체하는 것보다 효과도 좋고 예산도 적게 들어간다"고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에 신·증축 설계 중인 건물은 외벽자재와 필로티 천장재를 준불연 자재 이상으로 시공하도록 지침마련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시·도교육청은 아직 교체 계획이 없다. 교육부도 필로티 천장재 현황을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교육부는 우선 드라이비트부터 교체하고 예산을 확보해 다른 외장재 교체도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