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와 베짱이' '토끼와 거북' '별주부전'. 어릴적 한 번쯤 읽어본 친근한 동화들이다. 그러나 '읽는 동화'로는 도무지 성에 차지 않는 아이들이 있다.
광주 운천초등교(교장 박추자) 동화구연연극부(이하 동극부) 학생들이 그 주인공. 이들은 직접 동화속 '토끼' '베짱이'가 돼 온 몸 연기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꼬마연기자들이다.
이수려(4학년)양은 "동화속 주인공의 말과 행동을 직접 연기로 표현하니까 정말 재미있다"며 "열심히 연습해서 곧 있을 교내 발표회 때 친구들에게 멋진 연기를 보여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운천초등교(교장 박추자)에 동극부가 생긴 것은 올 3월. 11년째 인형극단 '각시탈'을 운영해 온 학부모 이금숙씨가 '방과후 수업' 강사를 맡고부터다. 이씨는 "어릴 때일수록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고 눈을 뜨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동극부에는 2∼4학년 합쳐 모두 17명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매주 월∼수요일 방과후에 시청각실에서 동화를 읽고 인형극을 만든다. 2, 3학년은 손으로 인형을 조종하며 짤막한 이야기를 말하는 '동화구연'을, 4학년은 대사에 맞춰 직접 연기까지 하는 10분 내외의 아동극을 주로 연습한다.
연기를 잘 하기 위해서 발성훈련과 신체훈련은 기본. 동극부가 생긴 후 처음 3개월 동안은 단어와 문장을 큰 소리로 또박또박 말하게 하고 스트레칭으로 몸을 푸는 훈련을 반복했다. 그리고 나서야 동화를 선택해 1인 또는 그룹으로 동화구연을 하고 아동극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별 관심없던 아이들도 구연동화를 배우고 연기를 익히다보니 이젠 "수업시간이 짧다"고 호소할 정도다.
이주아(4학년)양은 "두 달마다 얘기를 바꿔야 해요. 그래서 다음엔 뭘 할까 하고 직접 책을 골라 읽는 재미도 붙었다"며 웃었다. 그러기를 8개월. 이젠 대회에 나가 공연할 만큼 연기가 늘었다. 지난 8월 열린 제11회 춘천인형극제에는 4학년생 6명이 '맛있는 찐빵'으로 참가했고 지난달 21일에는 광주 학생종합예술제에 아동극 부문으로 참가해 은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들 각자는 '자신감'이라는 더 큰 상을 받았다. 박지형(2학년)양은 "목소리도 커지고 친구들 앞에서 말도 잘 할 수 있게 됐다"며 자랑했다. 김농은 교사(방과후 교육 담당)는 "아동극을 통해 아이들이 말하는 능력과 자신감을 얻은게 가장 큰 수확"이라고 말했다.